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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l 30. 2021

Check in : 영월 중국집 샛별식당

#Place 05. 영월 첫 식사로 손색이 없다


샛별식당

- 주문 소진 시 조기 종료, 점심시간에 몇가지 메뉴는 마감된다고 함.(메뉴 딱 5개인데?)

- 영월역와 인접해 접근성 좋음


 Check-in 영월 프로젝트로 인해 지원받는 금액은 숙박비와 체험프로그램비 뿐이다. 그리고 예산 집행을 위해 SNS 게재를 요구하는 것은 단 세건. 그러므로 부부의 여행기록으로서 일기를 쓰는 것 이외에 개별 숙박, 식당, 관광지에 대해 쓰는 것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결정을 하고 있다. 맛이 있어도 글을 쓸 건덕지가 없으면 쓰기 어렵고,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재미가 있다면 따로 다룰만 하고. 


 그런 점에서 샛별식당의 경우, 우선 재미있을 것 같았다. 노포를 젊은 사장님이 인수해 리모델링 해서 다시 장사를 이어간다고 하고, 일단 짬뽕 맛이 확실하다고 하며, 재료소진시 영업을 조기 종료한다고 하니 호기심이 동한다. 게다가 메뉴는 딱 다섯개. 영월역에서 영월읍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딱 위치해 접근성이 좋기도 하고(영월 여행을 하면 이 길목을 셀 수 없이 지나게 된다.), 여차저차해서 일단 방문을 결정. 

샛별식당 간판 옆에 작게 "청풍각"이라고 적혀있는데 옛 상호였는지 모르겠다. 밖에서 보기에 오픈했는지를 알기 어려워 조마조마하며 가게 앞으로 다가가니 진한 중국집 향기가, 불쾌함이 섞여있지 않은 불내음과 함께 올라왔다. 우리 앞에 한 테이블이 들어와 있어 바쁘게 웍을 돌리고 계셨다. 


 메뉴는 단 다섯. 원래 바깥양반의 취향대로 탕수육 맛집을 찾다가 고른 곳이다. 먼저 짬뽕과 볶음밥을 먹어보고 맛이 있으면 탕수육을 먹으로 재방문하기로 했다. 그런데 단촐한 메뉴 중에 군만두가 있다. 3500원이라, 아점을 먹으로 온 것이기도 하고 해서 냅다 키오스크로 달려가 추가주문을 했다. 

 음- 군만두는 실패. 바삭하게 잘 튀겨지긴 했지만 시판 만두다. 


  볶음밥과 짬뽕이 한참만에 나왔다. 우리 앞에 온 한 테이블의 조리가 다 끝난 뒤에 우리 볶음밥과 짬뽕의 조리를 시작했을 텐데도 조리시간이 퍽 길었다. 만두를 다 먹고도 조금 더 기다려서야 식사가 나왔다. 


 그런데 그 맛이...

 우선 짬뽕은 훌륭하다. 진~하고 그만큼 짭짤한데, 이유가 있는 짭짤함이다. 육수가 불향과 육향으로 꽉 차 있어서 그 맛을 받치기 위해 자연스럽게 염분도 높아진 느낌. 짭짤한데 자극적으로 짜지 않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훌륭하다. 만족스러워! 게다가 공기밥이 무료로 무제한 제공되어 양이 많은 사람이라면 면을 다 건져먹고 바로 밥을 말아먹을 수 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볶음밥이었다. 볶음밥이 재밌지만 않았어도 따로 글을 쓰지 않았을 것 같은데, 볶음밥에 고기볶음이 고명으로 올라와 있는데, 밥이랑 거의 1:1 비율이 될 만큼 양이 많다. 그런데 이 고기볶음이...엄청 단짠단짠 불향이 강한, 정석 제육볶음이다. 이 부분에서 놀랍기도 하고 인상이 깊기도 했다. 


 짬뽕의 경우 호불호 없이 누구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고 공기밥이 무료라 포만감과 만족도가 높다. 그런데 볶음밥은 중국집 스타일이 아니라 불향 듬쁙 입힌 제육볶음(고기가 등심 부위라 제육볶음이랑 다른 식감이긴 하지)덮밥에 가깝다. 불향 나는 제육덮밥이라니. 뭇 남성들의 이상향과 같은 메뉴다. 

 볶음밥은 무난하게 깔끔히 볶아진 맛이라서 정통 중국식 볶음밥과는 아예 장르가 다르다. 그런데 제육 쪽이 간이 세서 바깥양반이 볶음밥을 다 먹었을 무렵에는 밥 한공기 분량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우리에겐 공깃밥이 있지 않은가! 짬뽕 국물과 몇 숟갈 맛보고 남은 공깃밥을 제육에 버무려먹었다. 그대로 1인분, 혹은 그 이상의 훌륭한 식사가 나왔다. 물론 저걸 다 먹진 않았지만. 


 정리하자면, 짬뽕 자체의 맛도 훌륭하고 볶음밥은 너무 재미있는 집이다. 짬뽕이나 제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배가 터질 때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올 수 있는 집. 그런데 사실 이 집을 별도로 기록을 남기는 것은 결정적으로 접근성에 있다.


 영월역에서 기차를 내리면 앞에 식당가가 여럿 형성되어 있는데 그중에 젊은층이 환영할 메뉴가 많지는 않다. 그런데 짬뽕과 볶음밥은 호불호가 거의 없는 메뉴라 영월 첫 식사에 알맞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뒤에는 여러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강을 따라 먼저 산책을 해도 되고, 다리를 건너 읍내로 들어가도 된다. 다리를 건너면 살롱드림이 바로 보여서 슬쩍 구경을 해도 되고, 금강정과 라디오스타 박물관이 바로 옆이다. 그 길을 건너며 별마로천문대도 먼저 구경하고 패러글라이딩 행렬도 자연스럽게 구경할 수 있다.


 살롱드림이 영월에서 젋은층이 맛볼 수 있는 맛의 한계치라면 샛별식당은 그와는 조금 결이 다르게, 영월을 방문하는 여행자의 첫 시작으로 손색이 없을듯. 불맛 가득한 짬뽕과 볶음밥으로 배를 가득 채우고 나면 걷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이 망망한 하늘과 강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영월에 섞여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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