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존 Aug 01. 2021

Check in : 이화에 월백하고

#Place 07. 평창 감성 시골 힐링 산골 치유 공감 숲속 카페


이화에 월백하고

- 평창 산속에 있는 숲속 힐링 카페

- 사람 손 탄 샴 고양이 있음. 사진 촬영을 자비롭게 허가해주심.

- 차는 6천원 선에서 가격 형성, 양은 적으나 맛있음.

- 클래식 음악, 섬세한 인테리어, 편안한 사장님 내외분까지 힐링을 위한 완벽한 쉼터

- , ,  3 휴무, ~일만 방문 가능하며 웨이팅이 굉장히 오래 걸림

- 영월읍내에서 차로 50분. 영월탄광문화촌에서 40분으로 우리는 탄광문화촌과 연결해서 방문.


 이화에 월백하고는 평창읍을 기준으로 차로 25분을, 대부분 포장은 되어 있지만 상당 비율은 험한 시골도로를 달려야 닿을 수 있다. 바깥양반에게 이화에 월백하고를 추천해준 지인은 길이 너무 구불구불하다고 안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까지 주었는데, 운전은 어차피 내가 하는 것이라, 그런 문제에 개의할 그녀가 아니다. 운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정말로 깊은 산골 끄트머리까지 거의 들어가는 것이라, 초행자는 신중을 요한다. 1km 정도는 차 두대가 나란히 지나갈 수도 없어서, 만약에 운이 없으면 수 백 미터를 후진해서 차를 빼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 것이 월, 화, 수 3일간은 휴무라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방문이 가능. 그런데 워낙 인기 있는 카페이고, 그런 것에 비해 입장가능 인원은 8명에서 10명 이내라 웨이팅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편이다. 사람이 없을 때를 최대한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인데, 왜냐면 이곳은 휴식과 힐링을 위한 거의 완벽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라, 오롯이 쉼에 집중하며 다른 손님들이 웨이팅하는 것에 대하여 눈치를 스스로 보게 되는 일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사장님 내외는 절대로 테이블을 치운다거나, 회전율을 위하여 손님들에게 눈치를 주지 않으신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차 한잔 놓고 한시간 두시간 수다를 떨다가 가도 된다. 실제로 우리 앞의 가족 단위 손님들이 그랬다. 그래서 우리의 웨이팅의 고통이 길었고, 우린 그만큼 오래 앉아있기로 마음먹고 각각 두잔씩을 시켰다. 물론 안그래도 되지만, 우리 나름의 염치로서 되도록 이화에 월백하고에 오래 앉아있고 싶었고, 사장님께도 그 값을 치르고 싶었던 마음.

 주차를 한 자리가 이런 상태...잠시 뒤에 비가 억수로 왔는데, 이 위에도 차가 다니는지 두번이나 차를 빼주느라 비를 제법 맞았다. 최대 6팀까지 대기가 걸린 상태였다. 실내에 네 팀 정도가 있었으니 대강 차가 10대 정도는 들어왔는데 주차가 가능한 자리는 대강 6군데 정도다. 그래서 운이 없으면 주차 문제로도 고통을 받는다.


 웨이팅은 문 앞 칠판에 이름과 인원을 적으면 자리가 나는대로 사장님께서 나오셔서 호명, 입장하는 시스템이다. 앞의 손님이 마음먹고 힐링을 하겠다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면 우리의 대기는 길어지는데, 마침 날씨가 퍽 쪄서 대기가 쉽지 않았다.

 밖에는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몇군데 있다. 겨울에 대비한 천막도 주차장으로 활용 가능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날씨가 덥지 않고, 코로나 염려가 없어진다면 야외에 최대 10명 정도는 앉아서 차를 마실 수 있을 것인데, 그래서 코로나가 끝나면...그리고 단풍이 멋지게 질 때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사장님 내외분이 바빠질 테고, 테이크아웃을 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구비하고 계신 찻잔들이 부족해질 수 있고, 이곳의 실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정답은 아니다.


 기다리기 무료해서 바깥양반와 부채를 부치다가 한번씩 일어나서 한바퀴 돌고, 또 일어나서 사진을 찍고 놀고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한시간 이상 기다린 모양인데, 앞에 가족단위 손님이 편안히 오래 머물다 갔다. 창으로 실내를 홀끔홀끔 바라보니 LP 판이 가득 보이고, 목재 인테리어 정도가 간신히 알아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건물이 두채인데 카페 공간과 살림집인 본채가 있고, 본채는 사장님의 작은 공방까지 겸하고 있는듯하다. 그런 것보다...샴 고양이가! 원래 독립적인 종인데 손님이 워낙 많이 들락거리고, 잘 놀아주는 모양이라 낯선 손님들을 보고서도 본채 입구에 턱 앉더니 하품을 쩍 벌어지게 한 뒤에 그루밍을 한다. 원 녀석.

 미묘다. 바깥양반 쪽으로 와서 앉아있는데 내 등 뒤에 있던 커플의 여자분이 노리개를 발견하고 쥐더니 아이랑 놀아주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 하품을 하고 잠들어 있던 녀석이 팔짝 거리며 재밌게 놀다가...얼마 뒤에 다시 누워버렸다. 나도 놀아주려고 시도하다가, 더위와 졸림을 참지 못하고 또 벌렁 누워버리는 것을 보고 바깥양반의 더위를 식혀주기 위해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마침내 입장. 드디어 에어컨을 쏘인다. 실내에는 부드러운 황색 조명과 아기자기한 목재 소품들이 가득하고, 무엇보다도 클래식 라디오의 선율이 내내 흐르고 있었다. 누구인지 모를 아나운서는 유럽기행에 대한 나레이션과 함께 뉴에이지와 클래식을 섞어 진행하고 있었다. 분위기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이곳 저곳을 찍었다. 바깥양반은 바깥양반대로 사진을 찍고, 주문을 한다. 바깥양반은 밀크티와 나는 드립-을 시키려니 원두를 고르라신다. 무려 여섯가지나? 기대 이상이다. 콜럼비아 원두를 주문했다.


"진하게 드려요 약하게 드려요?"

"진하게요."

"네에."


 사장님이 부지런히 차를 준비하신다. 밀크티는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맛. 그리고 콜롬비아는 중배전으로 좋은 밸런스를 보였다. 여유를 갖고 차를 마시며 주변을 다시 둘러본다. 그리고 힐링 카페의 필수품인 두툼한 방명록 노트를 집어 나 하나 바깥양반 하나, 색연필로 그림을 번갈아 그린다.


 아아...힐링된다.

"몇개월이세요?"

"아아 8개월 됐어요. 70일 남았어요."

"아들이요 딸이요-?"

"딸이요."

"아 이~쁘겠네~."


 조금 여유가 생기자, 사장님 내외께서 일하시는 바에 앉은 우리와, 옆자리의 두 젊은 여성과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다. 이런 부분도 이화에 월백하고의 묘미다. 지긋한 두분께서 먼저 관심을 보여주시고, 대화를 이끌어주신다. 주로 티 안나게 부담없는 질문을 던지시는 편. 여행으로 온 것이냐, 어디세서 묵으셨냐, 어디 어디 가보셨나로 시작하여 응답은 부드러운 공감을 담아.


 그것이 카페의 위치, 와관과 실내, 음악과 어우러져 이화에 월백하고의 힐링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다. 우리는 방문을 고민하던 차에 어제 들른 중부내륙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사연, 우리의 일주일간의 영월 여행 경위 등을 천천히 설명했다. 그러자 사장님 내외분은, 또 평창과 영월의 차이 등을 또 소상히 말씀해주신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또 시간이 훌쩍. 나는 노트북을 켜고 여행기 하나를 정리하던 참인데 그만 사장님과의 대화로 혼을 빼앗겨 적잖은 비문과 오타를 냈다. 바깥양반이 보고 교정해줘서 알아차렸다. 첫잔을 비우고 두번째 잔은 라떼와 미숫가루로. 그리고 공갈빵도 시켰다. 점심을 국수로 먹어 허기가 졌던지 공갈빵이 후다닥 손에서 사라졌다.  

"이제 우리 비켜드리자."

"어 잠깐만. 5시에 일어나자."

"응 화장실 다녀와."


 우리가 찻집에 머무는 동안 방문손님이 10번 이상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때마다 사장님은 정확하게 "밖에 칠판에 이름 적고 대기해주세요-."라는 멘트를 던지셨다. 아무리 편안하고 좋아도, 눈치가 안생길 수 없다. 사장님들과의 대화가 소강되고, 글도 마치자 나는 내일의 긴 이동을 위해 적당히 일어나자고 바깥양반에게 말했고, 바깥양반도 화장실을 다녀와 출발 준비를 마쳤는데.


"잠깐만. 10분만 앉아있어봐."

"네?"

"아니면 저기 바깥자리에 잠깐 있을래요?"

"아아 네."


 결재를 마치자 사장님께서 시계를 확인하시더니 10분만 더 있으라고 말씀하신다. 중부내륙 사장님과 친분이 있으셔서 간식거리라도 주시려나, 아니면 차라도 한잔 따로 내주시려나? 생각하고 밖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세상에 마상에 웬 베스킨 라빈스 쇼핑백을 들고 우리에게 오신다.


"애 나면 맛난 거 많이 못먹어. 든든히 먹어 든든히."

"어머나...너무 감사합니다."

"와...저희 꼭 또 올게요."

"그려. 얼른들 가요 조심해서. 애기 잘 낳고."

"네 건강히 계세요!"


 사장님이 한 가득 옥수수를 들고 오셔 건넨다. 방금 전까지 팔팔 끓는 솥에서 쪄 내오신 건지, 백을 받자 훅 하고 온기가, 그리고 묵직한 따순기미가 치고 올라온다. 세상에나, 생면부지 임산부를 위해 옥수수를 주시다니. 그것도, 무척이나 많이.

 돌아오는 길은 아침과 달리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진 뒤, 긴 비가 이어져 평창을 둘러싼 산마다 모두 진하고 무겁게 안개가 깔려 하늘로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숙소를 또 옮기는 날이라 트렁크와 뒷좌석에 모두 짐이 가득하지만, 마음은 한 없이 가벼웠고 둘의 마음은 투명한 푸른 빛 속에서 달리는듯했다. 너무나 즐겁고 편안한 시간, 행복한 잠시의 이별을 뒤로하고, 반드시 이곳을 다시 찾기로, 그렇게 약속하고 다시 영월로 차를 달렸다.


 생각해보니 멀지도 않다. 두시간인 넘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한들 20분 넘게 구비구비 산골 외길도로를 달린다 한들 이화에 월백하고를 찾아가는 길이라면!

이전 14화 Check in : 젊은달와이파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