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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Aug 06. 2021

Check in : 영월 스테이 하우스 펜션

#Place 08. 합리적 가격 엄청난 친절


영월 스테이 하우스 펜션

- 영월계곡 조금 위쪽에 위치하여, 조용한 동네가 한낮엔 바글바글해짐

- 에어비엔비로 예약, 1박에 15만원. 바베큐 만원인데 매우 훌륭해서 무조건 바베큐를 할 것을 추천

- 친절도 별 다섯개. 웰컴드링크, 아침마다 간식, 심지어 마지막 날 플라로이드 사진과 폰카로 100여장 찍어주심

- 고양이 세마리 있음. 막내가 위에 두마리에게 치여 사는 외톨이라 사람에게 먼저 와서 치대는 편


"자 이...숯은 백탄입니다. 일부러 구해와서 피워드려요. 화력이 생각보단 약합니다. 대신 아주 잘 익어요."


 사장님은 느릿한 말투로 길게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저녁을 먹기 위하여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300그램 정도씩 사 온 우리는 해가 완전히 저물기를 기다려 8시에 바베큐를 신청한 상태. 그런데 백탄이라 의외다. 가격도 비싸고 불도 단숨에 붙지 않아서 이 여름철에 굳이 쓸까 싶다. 백탄 숯을 쓰시는 바람에 더운 여름에 사장님께서도 우리가 고기 구울 준비를 해서 내려올 때까지 내내 숯을 돌보고 계셨다.


 음- 그런데 막상 구워보니까 이거이거...역시 백탄이구나 싶네.

바베큐를 구우라고 하면 굳이 삼겹살을 택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기름이 너무 튀고 쉽게 타기 떄문이다. 그리고 뭐랄까. 돼지고기는 기름 맛으로 먹는 거긴 한데, 바베큐의 향이랑 삼겹살의 비계 기름은 좀 겉도는 느낌. 내게 돼지고기 바베큐를 하라고 하면 난 당연히 생 돼지갈비다. 불향과도 잘 어울리고 오래 구우며 뼈를 발라먹는 재미까지. 그러나 바깥양반과 함께 장을 보는 마당에 내게 선택권은 없지...목살조차 잘 먹지 않으시는 바깥양반은 당연히 삼겹살을 픽. 에이. 그래 너 마음대로 해라 하고 장을 봐 왔는데,


 어라. 잘 익는다.  


 사장님이 구워주신 백탄 숯이 화력이 약하다더니만, 삼겹살이 타지도 않고, 불이 크게 올라오지도 않는다. 대단한데! 식당가서 삼겹살을 굽듯이 마음껏 고기를 올렸다. 그런데 그 고기들이 정말이지 지글지글. 쇠고기도 같이 올린다. 금새 익었다.


"야 맛있다. 여기 또 오고 싶네."

"응 맛있어."

"고기 좀만 더 살걸 그랬나?"

"됐어 딱 좋을만큼만 먹어."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씨가 "가치관을 바꾸는 맛"이라고, 연돈 돈까스에 대하여 평가를 했던가. 요 펜션의 숯이, 가치관을 바꾸는 맛이었다. 삼겹살의 문제가 아니었고 고기는 언제나 옳기 때문에 굽는 사람, 숯, 상차림 등등이 문제이지. 단돈 만원에 백탄 숯으로 고기를 구워먹게 해주시면서, 심지어 시설은 굉장히 만족스럽다. 그래서 오늘도 Check in.

 숙박은 모두 바깥양반이 주관했다. 신중하게 여러 숙소를 탐색하신 끝에 잡은 곳이니 불만족스러운 구석이 크게 없다. 내부외부가 모두 깔끔하게 꾸며져 있고 무엇보다도 테니스장 크기 정도 되는 정원이 정말이지 아름답게 꾸며져있다. 해가 저물 때까지 방에서 쉬며 2층방에만 있다는 프로젝터로 넷플릭스도 보며 시간을 보냈는데, 밤이 되어 정원을 보니 바깥양반의 선택에 더욱 큰 찬사를 보내게 되었다. 루드베키아와 수국을 비롯, 갖가지 꽃들이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가운데 계곡으로는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정원에서는 세마리 고양이 중 막내가 혼자 놀고 있었는데, 맹꽁이인지 개구리인지를 잡아서는 사냥 놀이를 하고 있었다. 바깥양반이 보지 못하게 난 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예약을 마친 뒤에서야 바깥양반은 고양이가 세마리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거의 모든 것을 겁내는 바깥양반이지만, 특히나 고양이는 굉장히 무서워하는 편이라 숙소에 들어가는 길에 펜션 사장님이랑 문자를 나누는 등 수선을 떨었다. 고양이라는 생물을 모르시는 바람에 벌어진 소동. 나는 나대로 고양이를 쓰다듬기도 하며 잘 놀았다. 사장님은 바깥양반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우리를 볼 때마다 고양이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열성적으로 설명을 하신다.


 다행히 바베큐를 하는 동안 당연스럽게도 고양이는 우리 주변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다만 사장님 부부께서 거주하시는 본채에 있기가 지루했던지, 밭에 나와 더운 여름밤의 공기 속에 잠을 청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대로, 준비해 간 컵라면, 펜션에서 제공하는 디저트 마시멜로우를 구워먹고 오미자청까지 마시고 올라왔다.


 나는 굉장히 펜션의 친절도가 마음에 들었는데. 바깥양반은 요즘 펜션 영업하려면 이정도는 다 한다고. 그런가?

 이틀을 묵었다. 그리고 떠나는 날엔 아침에 감자를 짭짤하게 삶아서 방 앞에 놓아주셨다. 임신이 아니었다면, 혹은, 아이가 태어나서 좀 큰 상태였다면 수영복과 튜브라도 챙겨와서 펜션 바로 앞의 계곡에서 실컷 물놀이를 했을 텐데 말이다.


 떠나기 위해 짐을 모두 챙겨 내려오자 사장님은 플라로이드를 찍어주신 뒤에, 100장 넘게 정원을 오가며 사진을 찍어주셨다. 사진을 보니, 그럼 그렇지. 바깥양반은 임신으로 인하여, 그리고 나는 6월 내내 1일 1식으로 뺀 살이 7월의 정상생활, 그리고 영월에 와서 부지런히 먹으면서 그대로 요요가 찾아와 있다. 둘 다 아주 퉁퉁 부어있다.


 그러나 이쯤에서 나는 생각을 조금 바꾸어먹었는데, 10년 전, 5년 전의 젊고 아름다웠던 시기의 얼굴만 그리워 하며 살 수는 없겠지. 10년 뒤, 20년 뒤엔 지금의 퉁퉁 부어 살찐 모습들을 보고 그리워 애가 끓지 않을까. 과거만 바라보며 살 순 없다. 그것이 비록 이렇게 살이 쪄 망가진 얼굴과 몸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지.


 어쨌든, 여행이 끝나면, 그리고 아이를 낳고 난 뒤에 부지런히 운동을 하며 살을 빼기로 했다. 그런 대화를 나누며 우린 영월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하루를 보내기 위해 계곡을 빠져나와,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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