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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May 30. 2023

혈관에 떡볶이 국물이 흐르는 녀자

"밥은?"

"카페 갔다가 나왔는데 마침 떡볶이 집이 있어서-"


 하아...


 나는 야자감독을 하느라 한창 피로에 젖어든 이마를 짚으며 탄식했다.


"동백이가 먹을 게 없어보이더라고. 그래서 물어봤는데 사장님이 바로 주먹밥 만들어주셔서, 애기 많이 먹었어 엄청."

"...그래 그렇겠지."


 동백이는 요즘 먹성이 팍팍 돋아났다. 그래서 오랜만에 보는 다른 아이 엄마가 "어머- 너는 요즘 볼 때마다 살찌네-"하는 아주 반가운 말을 한 일도 있다. 포크와 숟가락도 잘 쓰지만 배가 고플 땐 흰 쌀밥을 손으로 마구 퍼먹을 정도다. 그런데다가, 헹구지도 않은 백김치를 포크로 쫑쫑 찍어서 먹는다. 장조림보다 백김치 좋아하는 녀자가 되신 딸네미를 보며, 나는 몇번 백김치를 헹구어주다가 이제 그냥 잘라서 주고 있다. 식당에서 고춧가루가 들어간 백김치도 이미 정복하셨는데...이러다가 30개월 때는 라면이라도 먹는 것 아닌지 걱정 아닌 걱정.


 그러나...


"떡볶이 내일도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응. 거기 아침에 테이블링 걸어야돼. 10시만 돼도 마감이래."


 내일도 아점으로 떡볶이를 먹으로 소래포구까지 가지 않느냐 이말이야 나는. 세상에나 이런, 혈관에 떡볶이 국물이 흐르는 여자 같으니.


 바깥양반은 원래부터 소울푸드인 떡볶이를 좋아했지만 최근엔, 장모님이 아이 어린이집 케어해주시는 것 때문에 집에 와 계신 상태이고 그 덕분에, 같이 식사를 둘이서 할 일이 많아지면서 더더욱 자신의 입맛대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그것은 무슨 뜻이냐. 바깥양반을 떡볶이 덕후로 만든 장모님 역시 떡볶이를 퍽 좋아하신다는 이야기이며, 그에 따라...오늘처럼, 수시로 둘이서 떡볶이를 먹으러 간다는 것이다. 못말려 정말.


 그런 와중에 토요일인 내일엔 소래포구에 아이 풀장이 딸린 미니멀한 호캉스를 가기로 했다. 특가로 풀려서 굉장히 좋은 가격에 예약을 했다나. 그 근처에 떡볶이 집이 있다는데 굉장히 핫하다고, 몇일 전부터 나에게 일정을 비리핑했다. 아니, 상식적으로, 내일 거기 가서 떡볶이를 먹을 건데 오늘 또? 더욱 놀라운 건, 내가 이 사람들을 굶긴다고 반찬을 안해두지도 않는다는 사실.


 그러니까 바깥양반은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로 영혼의 울림과 운명의 끌림적인 것으로,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떡볶이를 먹는다. 대체 너에게 떡볶이는 뭘까...


 다른 웬만한 활기찬 부부들처럼 우리도 종종 유튜브 이야기를 한다. 나야, 뭐 할 컨텐츠가 없진 않지만 편집을 할만큼 시간이 여유가 있지 않아서 요리 영상만 몇개 찍어놓은 상태지만 바깥양반은, 이미 떡볶이 전문 유튜버로 저명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자기가 해볼 수 있었던 떡볶이 전문 유튜버도 기회를 놓쳤다고 한탄한 적이 있다. 뭐 레드오션에 취미 삼아 새로 뛰어 들어가 본다 한들 뭐가 문제가 되겠냐 싶은데, 하여튼 딱히 할 생각은 아직 없으신듯. 


 그러나 그런 떡볶이 유튜버의 길을 택한다 할지라도, 실제로 그럼 컨텐츠가 될만한 떡볶이 맛집들을 따라다녀야 하는데 그것은 아무 때나 밥 먹듯 떡볶이를 드시는 바깥양반에게 있어서 오히려 귀찮은 일이 될 법은 하다. 오늘처럼, 집에 오는 길에 익숙한 집에서 들러 먹는 게 떡볶이니까. 여고생 시절 바깥양반은 참새방앗간처럼 화정역 앞 상가 지하의 떡볶이집을 수시로 들렀다고 한다. 나도 한번 가봤는데 최근엔 장모님께서 그집 떡볶이를 포장까지 해 온 적이 있다.


 바깥양반이 떡볶이를 이렇게 좋아하는 것에 비해 요즘 나는 집에서 떡볶이를 해줄 일은 오히려 줄었다. 아이 때문이다. 떡볶이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무조건 우리만 먹을 음식인데, 아기가 먹지도 못할 것을 요리할 순 없지 않은가. 그러니, 바깥양반은 또 자연스럽게 장모님과 떡볶이를 먹으러 가고, 나와도 먹으러 가고, 오늘도 먹으러 가고 내일도 먹으러 가고...으아아아.


 소울푸드가 있다는 것은 행복하고 즐거운 이링다. 음식 하나에 힘든 하루의 위로가 된다면, 그 아니 좋을 소냐. 나도 떡볶이를 잘 먹을 뿐더러 해달라고만 하면야 고이장히 성의있게 만들어는 주니, 그래 많이 먹어라. 많이 먹고 열심히 또 일 하고 애 보렴. 남편은 오늘도 글 쓰고 수업하고 열심히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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