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아, 얘가 누구야?

by 공존

"동백아. 얘가 누구야."

"응. 응."


아이는 자기 가슴을 통통 두드린다. 그리고 다시 아빠는 다른 누군가를 가리키며 "이건 누구야?" 묻는다. 그럼 아이는 아빠- 엄마- 하며 손가락으로 포인팅을 한다. 신기하게도 자긴 꼬박꼬박 알아보는데, 성인 남성은 모조리 아빠, 성인 여성은 모조리 엄마다. 잡지에 나온 모델을 보고도 아빠, 그림책에 나온 엄마 도깨비를 보고도 엄마. 물론 이런 과정 자체가 아이가 사물을 보고 추상적인 개념에서 일관성을 얻어내는 인지 발달의 과정이란 것을 알기에 이상할 것은 전혀 없지만,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이제 동백이는 여기 저기, 집안 가득한 자기 사진과 그림들을 보고 이것이 아빠인지 엄마인지 자기인지를 안다.


남들처럼 우리 집에도 결혼사진이 거실 벽 한복판에, 그리고 아기 사진이 거실에 열댓개는 붙어있다. 그럼 아이는 여기 저기 기어올라가 엄마 아빠를 찾기 바쁘다. 결혼사진 아래에 달려가, 자길 안아달라고 팔을 뻗은 뒤 엄마, 아빠. 팝아트 식으로 그린 신혼여행 그림을 보고도 엄마, 아빠. 그리고, 자기 얼굴 사진으로 만든 마그넷과 스탠드를 보고는 가서 포인팅을 한 뒤, 자기 가슴을 두드린다. 자기를 알아보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늘상 자기 사진을 보니까 다른 아기와 자기를 구분하기도 한다. 폰 안에 자기의 신생아 사진만 보고도 멀써 20개월 전의 자기임을 알고 또 가슴을 두드린다. 그리고 다른 아기를 보고는 "아가야-"하며 쓰다듬을 줄도 안다. 어린이집 동무의 어린 동생이 있어, 그 아이를 종종 만나면 아가야 아가야, 자기 친구의 동생이니 제 친구인 양 좋아라 한다.


가장 신기한 것은 그림을 보고도 얼핏 자기인 줄 안다는 것이다. 키즈카페에 갔다가, 머그컵 디자인을 하면 전사해 제품을 만들어준다길래 그림을 그려 집으로 가져왔다. 그랬더니, 컵을 들고 이게 누구야 했더니, "응. 응." 하며 자기 가슴을 두드린다. 그리고 추상적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그림 속 인물들을 보고, 신기하게도 또 아빠와 엄마를 가려낸다.

물론 냉정침착하게 나는 아이가 남보다 빠르다는 그런 허망한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지금 빠르고 느린 것이 아무 의미도 없고 말이다. 다만 아이의 인지발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다방면에서 이루어지는 시기를 맞아 하나 하나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열글자 이상 이어서 발성하는 모습이나, 노래를 틀어달라 영상을 보여달라 팔을 휘두르는 모습, 아직 떼지 못한 공갈젖꼭지를 달라고 입을 삐죽 내밀고 손가락으로 건드는 모습. 엄마아빠 침대 아래 범퍼침대에서 자다가 새벽만 되면 귀신같이 올라와 아빠 품 안을 파고드는 모습. 이 모든 게 자연스러운 그러나 놀라운,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선물들이다.


아이의 성장을 되새기다보면 아 이런 모습이 있었지. 아 이것도 남겨야 하는데. 그리 생각할 때가 많다. 설거지를 하다가 빨레를 하다가 문득문득 이것들을 글로 남기지 못한 것이 떠오른다. 아내는 매일 매일 서너가지 토픽으로 꼬박 일기를 쓰고, 그것을 책으로 엮는 앱을 쓰고 있다. 그렇게 하다보니 책으로 내는 비용도 만만치는 않은데, 나중에 되면 그래도 쏠쏠한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아빠는 아빠대로, 열심히 복닥복닥 만들고, 남기고, 내 생각을 정리할 따름. 이틀 연속, 동백이는 아이를 깨물었다. 이를 어찌할까 고민하면서, 또 한 줄, 아이가 커나가는 지도에 스탬프 한장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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