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콩콩

아빠껀데...

by 공존

차에 탈 때와 밥을 먹을 때만은 뽀로로 노래 영상을 틀어준다. 그러지 않으면, 차에서는 아이가 너무 지루해 칭얼대기 쉽고 카시트에서 오래 버티지도 못한다. 밥을 먹을 때는 한 입 먹고 일어나 인형을 가지고 오거나, 한 입을 어렵게 먹이면 고개를 푹 숙이고 밥을 웩 뱉는다. 물론 밥을 먹을 때 영상을 틀어주는 것도 아이의 편식 습관 개선에 적잖이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지양해야 할 일이지만, 아이를 기르는데 모든 일을 모범적으로 할 순 없는 일이다.


그런 아이는, 아직도 식탁에 와서는 심심하면 내 무릎에 앉는다. 그리곤 지금까지 먹지 못했던 매운 김치라거나, 아빠 밥그릇에 있는 뭔가를 달라고 한다. 나는, 이제 품에 끼고서 밥을 먹기엔 과도하게 커진 아이를 이쪽 무릎에 앉혔다 저쪽 무릎에 앉혔다 하며 어찌어지 중심을 잡으며, 아이의 밥그릇을 내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런 다음, 김치를 내 밥에 석석 닦아서 아이에게 물려주거나, 아니면 국을 한 술 떠, 후후 불어 먹여준다. 그런 다음, 아이는 반드시 이렇게 이야기하곤 하지.


"코옹-."


콩. 검은 서리태 혹은 노란 병아리 콩. 완두콩, 강낭콩. 콩 콩 코옹. 아이는 콩을 좋아한다. 그것이,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 겪는 사소한 행복의 소재다. 아침에 일어나, 예약취사된 밥을 열어본다. 즈윽- 하고 뜨거운 수증기가 압력밥솥에서 해방되며 뜨끈한 몸을 일으키면, 흑미와 서리태가 섞여 연보랏빛으로 물든 밥 위로는 노란 콩, 붉은 콩, 검은 콩이 색색마다 모양을 드러낸다. 나는 그것을 먼저 한바퀴 휙 뒤집어 잘 섞이도록 한 뒤에 차례 차례 떠내는데, 유독 따님의 밥그릇에다가만은, 이 콩을, 마음껏 넣어준다. 아이는 이 콩을 무척 좋아하니까.


그것은 조금, 예쁘게 얄미운 식습관이다. 이 콩이, 밥에 알알이 박혀들어가있는 맛이 얼마나 구수하고 달콤한 것이냐. 그런데 네가 코옹 하며 손가락으로 밥을 콕 찔러, 그것만 입에 담겠다 하니, 아빠는 콩을 듬뿍 넣어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자연, 우리가 먹을 콩의 양은 줄어들 밖에. 그러다가 자기 밥그릇에 있는 밥은 안먹고, 갑자기 내게 달려와 무릎에 앉더니만은, 밥을 먹겠냐 물으니 아빠의 밥그릇에 있는 놈을 가르키고는 또, 코옹.


하루 하루의 끼니를 차리는 일은, 콩과 함께 하는 두근두근한 일. 아이는 이번엔 다 먹어줄까. 그런 마음으로 노심초사 아침을 맞고, 저녁을 차린다. 이유식에서 힘겹게 해방되었지만, 우리가 먹는 밥에 아이의 숟가락 하나 놓으면 되는 일이지만, 또, 그러다 남기면 내가 먹고 말면 될 일이지만, 아이가, 제 앞에 놓인 밥 한그릇 다 먹는 일은 얼마나 귀하고 중헌가. 그래, 나는 아이의 밥을 신중하게 계량을, 하곤 싶지만 또, 늘 욕심을 내며 아이가 배부르게 먹을 양을 밥그릇에 담는다. 그렇게 국도, 콩도, 넉넉히 담아놓으면 또 아이는 영상에 기대어 반쯤은 밥을 먹다가, 어느 순간엔 반드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우리 속을 썩이곤 한다는 말이지.


이러한 아이의 밥 떠먹이기 고민에 최근 한가지 반전이 찾아왔다. 영유아검진을 갔는데 아이가 신장 대비 또래들에 비해 최고 수준의 체중이라고. 허, 내가 얼마나 열심히 먹였는지 아는가 하며 어깨를 으쓱했지만 의사 선생님은 그만 먹여도 된단다. 비만을 향해가고 있단다. 아니, 내가 보기엔 비만도 아니고 배가 좀 뽈록 나온 것 뿐인데. 고작 88센티 가량의 키에, 13키로그램 정도의 몸무게인데. 왜요. 내가 내 딸, 배불리 먹이는 게 왜요.


하여, 나는 아침을 더는 먹이지 않게 되었다. 어린이집에 등원을 하면 이내 아침 죽을 먹으니, 사실 먹일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다만 아빠로서의 책임으로 지금껏 굳이 우리 밥상에 아이의 숟가락을 반드시 놓았다. 그리고 아이 밥그릇에 절반이라도 반드시 다 먹이고자 했다. 아침 밥을 함께 먹는 이런 소중한 시간도, 아이가 조금 더 클 때까지 안녕이라니. 나는 아이를 아침에 굳이 깨우지 않으며, 그래서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갖게 된 아이는 스스로 벌떡 일어나는 일도 줄었다. 그냥 넉넉히 누워서 자다가, 우리가 옷을 갈아입혀주고 머리를 빗어주고 로션을 발라주면, 어린이집 등원준비가 끝난다. 아빠와 엄마는, 아이 없이 홀홀 저들끼리 밥을 먹곤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선다. 잘 모르겠어 이런 아침은. 나는, 그래도 아이와 함께 하는 밥상이, 끼니마다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다행한 건, 이 콩이라는 놈이 다이어트엔 무척 좋다는 사실이다. 백미 밥 대신 콩 콩 코옹. 그러면서 단백질은 더 많이 먹고 탄수화물은 조절할 수 있으니, 건강한 식단을 척척 알아서 챙긴다. 똑순이라고 불러줄까. 그렇게, 아이의 밥그릇에 콩을 듬뿍 담아주며, 오늘도 우리의 밥상은, 두근두근 콩콩, 코옹. 콩이다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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