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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Oct 27. 2023

도래창을 집에서 해먹어보아따

1kg이면 2인분이니 주의

 도래창을, 집에서 해먹어보았다. 사유는, 그냥 뭐 심심해서. 바깥양반이 곱창 마니아이신 때문에 최근 두번 정도 집에서 배달을 시켜먹은 적이 있다. 2023년 들어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은 게 딱 그 두번 정도다. 그 두번이 곱창이었으니, 바깥양반의 곱창 사랑, 못말린다 할 수 있다. 


 도래창은 워낙 작년쯤부터 사람들의 입길에 오른 식재료다. 뭐, 늘 그렇듯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법. 돼지 부산물을 판매하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 "신상"을 쫓는 얼리 아답터들,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곳에 자연히 생겨나는, 규모의 경제, 그리고 휩쓸림 현상. 예산시장에 올 4월에 가보았을 때 신광정육점에서 파는 것을 굳이 사먹진 않았다. 백종원 대표 같은 천재적인 장사꾼들도 따로 이렇게 마케팅을 해 줄 정도이니, 도래창이 쏠쏠한 장사가 된다는 말. 


 직접 집에서 해먹을 생각으로 사보면 대강 그 이유도 알게 된다. 모란시장에서 돼지부속들을 무한리필로 파는 이유도. 1kg 한 봉지가 7천원 남짓이니, 다른 막창 곱창 종류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것도 그나마 반절은 남기고 파는 가격일 테니, 실제로는 식당에서 도매로 구매하면 값은 더더욱 싼 재료일 터. 다행히, 원래 냄새가 심한 부위라고 하는데 손질이 잘 되어 별 내음이 나진 않았다. 밀가루로 한번 박박 문대서 닦아낸 뒤, 집된장 한숟갈을 넣고 5분간 물에서 끓여냈다. 

 그런 다음엔 1kg을 그대로 웍에 넣고 굽기만 하면 되는데, 둘이서 먹을 분량이어도 1kg은 해야한다. 왜냐면,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여줄 것이지만, 1kg라고 해도 기름이 반은 된다. 정말로 500ml 우유 한 통 분량의 기름이 나온다. 실제로는 500g 남짓을 먹는 것이다. 그거면 딱 2인분 분량이다. 


 도래창은 기름이 모두 빠져나와서 바삭하게 튀겨질 때까지 내버려둔다. 그 사이에 나는 미나리와 부추를 손질해 곁들이 무침을 만든다. 매실액은 엄마가 우리 결혼할 때 주신 건데, 내가 거의 쓰지 않았다. 골뱅이 무침 할 때 먹으면 상큼해서 딱인데. 겨울에 생강차랑 믹스해도 될 것 같고. 어쨌든, 매실액도 이제 더 빡빡 먹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매실액 두 스푼, 챔기름 한 스푼, 고춧가루 두 스푼...고춧가루도, 재작년엔가 받아올 땐 싱싱한 진짜 좋은 고춧가루였는데, 매운 걸 잘 안해먹다보니 이제 하얗게 되었다. 아무리 열심히 요리를 해도, 이렇게 남는 건 남고 음식의 가장 좋은 시간은 흘러가버린다. 


 그래도, 씩씩하게 그런 재료들로 무침은, 금새 완성. 그 사이에 밥도 다 지어졌고, 나는 기름이 넉넉하게 빠져나온 도래창을 한입 크기로 자르기 시작했다. 

 이 기름으로 이제 탕수육을 해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삼겹살에서 나온 것보다 훨씬 순수한 라드 기름이다. 살코기 부위에서 육즙이나 핏물이 빠져나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생강 두 꼬집을 넣어서 튀겨낸 것이니 향도 좋다. 겨우 두 꼬집으로 이렇게 좋은 향이 나다니. 생강은 참 훌륭하다. 


 도래창을 먹고 난 다음엔 할 일이 생겨있다. 월요일에, 도래창을 해먹겠다고 부추와 미나리를 사면서 생강도 무려 8천원 어치나 산 상태다. 6천원 어치는 이미 갈아서 갈색설탕에 재워두었다. 남은 2천원어치도 마저, 생강청을 위해 손질해서 갈아야 하고...에고고. 뒷일은 생각하지 말고 밥이나 먹자.

 짜안.


"이게 뭐야?"

"도래창. 예산 신광정육점에서도 팔았었어."


 삼겹살이 200g에 4,900원인데, 도래창도 200g에 4,900원에 팔다니, 백종원 아저씨 거짓말장이. 바깥양반은, 내가 물을 꺼내오는 사이에 이미 오물오물 쌈장에 찍어 도래창을 맛보고 있다. 그 옆에서 아가는 식기소독기를 뒤지면서 숟가락과 포크를 꺼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밥을 먹어주겠다는 의사의 표시는 아닌 것이다. 


 나 역시 한 점을 떠, 먼저 쌈장만 찍어 입에 넣는다. 


 오도독, 

 바삭,

 바삭, 

 쫄깃.


"맛은 있네. 그런데 개성이 좀 없달까..."

"응."


 바깥양반은 밥을 먹을 때 말 수가 적다. 나도 처음 먹어보는 거라, 맛 평가를 좀 공유하고 싶은데. 


 집에서 해먹는 도래창의 맛은...그 맛은- 뭐랄까, 의외로 심심. 그리고 설거짓거리가 의외로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도래창을 문댄 볼은 바로 씻어서 무침 만들 때 썼고 냄비는 금새 설거지를 하면 되고...괜찮네. 고생스럽지 않다. 맛은 깔끔하고 좀 밍밍하다. 냄새도 없다. 고기의 육향이 없어서 식감에만 의지하는 재료다. 


 싫든 좋든, 냉장고에 아직 1kg 한 봉다리가 더 남았다. 다음주에, 해먹어볼까. 그래도 바깥양반은 이 도래창과 함께 밥을 싹싹 비웠다. 많은 것 같아보여도, 바깥양반이 식사를 마칠 쯤 남은 건 고작 여남은 조각이다. 또 해먹어야지. 다음엔, 무침엔 깨소금을 사다가 올리고 도래창은 좀 소금구이 느낌이 나도록, 기름에 튀겨낸 다음에 마지막에 팬에 한번 소금을 뿌려 구울까...


 아, 그래도 이렇게 먹고 사는 일은,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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