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지에서 뛰는 사람, 그게 나야 나!

출장이 많은 직장인들은 진짜로 러닝을 해볼만 하다.

by 커피맥주

달리기를 하면서 정말 좋은 점 중 하나는 자주가는 출장의 부담감과 지루함이 줄었다는 점이다.

늘 익숙한 동네에서 익숙한 길에서만 달리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의 달리기를 출장지에서 만나게 되었다.

나는 직업상 해외와 국내외 출장이 잦은 편인데, 예전에는 낯선 출장지에 가서 잠을 자는 것 자체가 싫을 정도로 집을 떠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새로운 기대가 생겼다., 와, 새로운 곳을 달려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다. 이젠, 출장 스케줄이 잡히면 먼저 근처에 달릴 만한 곳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숙소를 예약하게 된다. 그리고 출장 일정 전후로 그 지역에서 마라톤 대회가 있는지도 찾아보게 된다. 주말에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지역이라면, 출장 후 주말까지 머물며 대회에 참가하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된다.


국내 출장은 보통 제주, 부산, 광주 같은 대도시로 가게 된다.

제주도는 바닷가 근처 올레길을 따라 달리면 어디든 경치가 좋아 만족스럽다.특히 제주시에 머물 경우, 내가 가장 선호하는 코스는 용두암근처에서 시작해 바닷가로 이어지는 올레길을 따라 달리는 길이다. 왕복 5~10km 거리로, 달리기를 마친 후 탑동 근처의 제주 특산 맥주 브루어리인 맥파이 펍에 들러 맥주 한 잔을 마시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제주 마라톤 대회 코스로 자주 등장하는 조천, 함덕, 김녕 쪽의 올레길 구간도 바닷가를 보며 달리기에 아주 멋지다. 중문에 머무를 경우에는 중문 관광단지 내 호텔 주변 산책로를 따라 달린다. 파르나스, 신라, 롯데호텔로 이어지는 길은 오르막도 적당하고, 호텔 정원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달린 후 스타벅스 중문점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즐거운 마무리다.

부산에서는 해운대나 광안리 쪽 출장이 많은데, 두 곳 모두 바닷가를 따라 잘 정비된 러닝 데크가 있어 달리기 코스로는 최고다. 해운대는 동백섬까지 이어지는 데크 길이 좋고, 해변을 바라보는 스타벅스도 있어 아침 달리기 후 들르기 좋다. 부산 마라톤 대회 코스에 꼭 포함되는 광안리 역시 바닷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최근엔 힙한 카페와 맥주집도 많아 아침에는 커피, 저녁엔 테라스 맥주 한 잔을 힙하게 즐기기에 아주 좋다. 부산 시내 쪽 출장을 갈 경우 바닷가가 멀어지는데, 그때는 아시아드 주경기장 근처 트랙이 있어 활용하기 좋다. 한 번은 일정을 마치고 밤 9시쯤 주경기장쪽으로 달리기를 나갔다가 바로 옆에 있는 사직구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때 야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트랙을 다 돌고 돌아오는 길에도 경기가 계속되고 있어서, 야구장으로 가보니,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어 표 없이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편하게 관중석에 앉아 맥주 한 잔과 함께 잠깐 경기를 즐긴 기억도 있다.

대전은 갑천을 따라 달리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중간중간 정비되지 않은 구간이 있지만, 대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러닝 코스다.

출장이 잦다 보면 각 지역에 익숙한 러닝 코스들이 생기고, 또는 예전에 지방 마라톤 대회에서 뛰었던 길을 다시 달릴 때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반가운 기분이 든다.


해외 출장은 완전 새로운 곳에서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엄청난 즐거움이 있다. 보통 시차 때문에 새벽에 일찍 깨게 되는데, 그때 아침일찍 새벽의 조용한 거리로 나가 달리는 시간이 출장지에서 충전되는 느낌을 준다.

처음 가본 도시를 뛰면서 새벽 현지인들의 삶을 구경하고, 낯선 길도 익히게 된다. 강이나 바다가 있다면 그 주변을 따라 달리는 것이 가장 좋은 코스가 된다. 어느 곳이나, 해변이나 강변에는 늘 러너들이 많고, 아침 출근길의 현지인들속에서 달리다 보면 낯선 도시가 마치 내가 사는 동네처럼 느껴진다.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지리를 익히고, 인기 있는 빵집이나 카페, 식당을 눈으로 직접 발견할 수 있다. 구글맵이나 별점 없이도 아침부터 현지인들이 줄 서 있는 곳은 믿고 갈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출장기간동안 맞물려 있는 해외 마라톤 대회도 좋은 기회다. 예전 벤추라(미국) 출장 중, 그 주말에 열리는 벤추라 마라톤에 풀코스로 참가했던 적이 있다. 대형 대회는 아니었지만 동네 사람들이 모여 함께 달리는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유명한 대회는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규모 지역 마라톤을 노리는 것이 좋다. ‘아호투(www.ahotu.com)’ 같은 전 세계 마라톤 정보를 모아놓은 웹사이트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최근 보르도 출장을 갔을 때에는 파리로 입국해 떼제베를 타고 이동했는데, 파리와 보르도 양쪽 모두에서 달릴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파리에서는 세느강을 따라 시테섬, 노트르담 성당, 루브르 박물관을 지나는 코스를 뛰었고, 보르도에서는 강변의 7km 코스를 달렸다. 파리와 보르도 모두 서울처럼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구성되어 있어서, 다리를 건너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형태의 코스였다.

달리기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날 과음도 줄어든다. 출장 중 오랜만에 만나는 동료들과의 술자리가 예전엔 잦았지만, 지금은 달리기를 위해 자제하게 된다. 밤늦게 술을 마시는 대신, 아침에 조용한 거리에서 달리는 즐거움을 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출장지에서 달리기를 하다보면, 번거로운 점도 있다. 러닝화와 러닝복 등 챙겨야 할 짐이 많아져 출장 짐이 두 배로 늘어난다. 예전에는 러닝 횟수만큼 옷을 여러 벌 챙겨 갔지만, 요즘은 세탁세제를 따로 챙겨 간단한 손빨래를 하며 매일 깨끗한 옷으로 러닝을 이어간다. 1박 이상이면 기내용 캐리어 정도는 필수다.

그래도 출장 중에 이틀에 한 번 이상은 꼭 달리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쉽지 않다..그렇지만, 출장이 잦은 직장인들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게 바로 러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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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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