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선물하고픈 인생의 여정

우리 아이들이 달렸으면 좋겠다.

by 커피맥주

나는 그동안 많은 10킬로미터와 하프 마라톤을 뛰었고, 풀 마라톤은 총 3번을 달렸다. 첫 풀 마라톤은 2023년 11월 JTBC 마라톤이었고 그때 기록은 4시간 52분 가량이었다. 그 뒤에 개인 사정상 24년은 달리기를 하지 못했고 풀마라톤에 출전하지 못했다. 25년 2월에는 미국에서 벤츄라 마라톤을 뛰었고, 최근 25년 3월 서울 국제 마라톤에서 풀 마라톤을 4시간 51분에 완주했다. 나는 풀 마라톤을 빠르게 달릴 만한 능력이 없기도 하지만, 그저 완주를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그동안 살면서 성과에 상관없이, 끝낸것만으로 뿌듯했던 경험이 얼마나 있었을까?? 지금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오직 성과로만 평가를 받게 되고,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일들을 하고, 동료와 상사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달리기는 달랐다! 온전히 나의 몸으로 해내야만 하고, 내 속도와 내 능력으로만 레이스를 치러낼 수 있다. 내 컨디션에 맞춰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남을 따라 하지 않고, 내 능력과 방향으로 가야만 완주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마라톤이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최종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마치 수능 입시처럼 사교육을 받고 목표를 향해 매진해 가는 러닝 문화가 최근에 많이 보인다. '서브 3'니, '서브 4'니 등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말이다. 치열한 수능입시를 치뤄된 우리 청년들이, 2-30대가 되어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어딘가에 가서 프로들의 레슨을 받고 더 빠른 레이스 목표를 위해 비장하게 훈련하곤 한다. 그들의 열정적인 노력을 보고 있노라면, 존경스럽고 멋지다.

그렇지만 나는 꼭 모두가 그렇게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실력을 정진해 가는 것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브 5'라도, 그보다 더 느리게라도 완주함으로써 그 달리는 과정 (즐겁고, 괴롭고, 견뎌내고, 초월해 가는..그 과정)을 충분히 즐기고 길가의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을 만끽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그런게 아닐까? 많은 다양한 맛을 느껴가면서, 견뎌내는 것. 그리고 그 견디는 과정에서 주변의 응원이 무엇보다 힘이 되는 과정들.


달리기는 누구나 완주하면 똑같은 메달을 받고, 아무도 억지로 시키지 않은 것을 스스로 도전하면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독특한 여정이다. 그래서 흔히 마라톤을 인생이라고 비유하곤 한다.

마라톤을 하다 보면 정신이 신체를 지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키로미터 대회를 달리면 7-8키로미터즈음부터 힘들어 지는데, 풀마라톤을 달리게 되면, 그 지점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고, 후반 37-38키로미터즈음부터 힘들게 되는 걸 경험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란, 얼마나 쉽게 상황에 적응하는, 간사한 것인지. 또한, 대회에서 거리 응원단으로부터 힘찬 응원을 받을 때 다른 사람의 격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낄 수 있다. 빠르지 않아도, 어떤 모습으로 뛰든 간에 도전했고, 즐겁고 힘든 순간들을 지나가서, 나만의 속도로 완주해냈다는 그 경험은 특별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 아이들, 특히 초중고 학생들에게 달리기를 꼭 권하고 싶다. 그중에서도 풀 마라톤 완주를, 아니면 하프 마라톤이라도 아이들이 한번 꼭 시도해 보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도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끈기 있게 자신만의 속도로 무언가를 끝내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거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서로 힘을 내라고 응원해 주는 사랑과 격려의 힘이 얼마나 큰지도 알게 될 것이다.


나 역시도 빠른 러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속 달리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나만의 속도로, 남이 시키지 않는 도전을 완주해냈을 때의 그 뿌듯함, 나 자신에게 드는 그 기특함을 알기에 힘들지만 느리더라도 풀마라톤 도전을 멈추고 싶지 않다.


집에 아이들이 있다면, 꼭 손잡고 나가서, 같이 달리기를 시작해 보시길.!!

늘 핸드폰을 끼고 쉬고, 학원가만 챗바퀴돌듯 다니는 우리 아이들에게, 땀흘리는 즐거움을 꼭 선물해 주시길!!

부모만이 우리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일 수도 있다. ^^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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