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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 민 DAW MIN Oct 29. 2022

#9 파다욱 나무 우물가 동네 처녀 노랫소리

미얀마 호코 커피농장


미얀마 사람들은 우물가에서 몸을 씻는다.

마을을 다니다 보면 공동으로 사용하는 우물이 있고 만달레이 같은 대도시에도 도롯가 우물에서 몸을 씻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농장을 조성할 때 우물을 파는 일을 제일 처음 시작했다. 물이 있어야 무엇이든 키울 수 있으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나보다 눈치 빠른 요한은 우물을 파면서도 속으로는 내심 걱정했을 것 같다. 물이 잘 나올지 어떨지 속으로 엄청 고민했을 거 같다.


핀우린 숙소에서 잠을 자려고 누우면 어둠 속에서 옆집 우물가에서 씻는 소리가 들려온다.


왼쪽 오른쪽 양쪽 집 모두 우물이 있어서 저녁 늦게 어둠이 내리면 퇴근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물을 끼얹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샤워를 하면서 꼭 노래를 흥얼거리는 여성이 있었다.


오른쪽 집에 사는 젊은 여성이 밤이면 물을 끼얹으며 노래를 부르는데 그 소리가 엄청 아름다우면서도 같은 여성이 듣기에도 간지럽다.

커튼을 열고 훔쳐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래 봤자 론지를 가슴까지 묶고 샤워를 하기 때문에 여린 어깨 정도밖에 볼 수 없지만 말이다.

콧소리를 내며 몸을 씻던 처자들은 결혼을 했을까.

왜 야밤에 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했을까.

어떤 꿈의 노래였을까.


가사는 알 수 없지만 농장에 다녀와 씻고 밥 먹고 고단한 몸을 누이면 옆집에서 들려오던 노랫소리는 자장가처럼 편안함을 안겨 주었다.


커피농장이라는 꿈 하나를 갖고 낯선 이방으로 무작정 떠나와서 매일매일 매 순간순간마다 시험을 통과하고 있는 나와 요한에게 그 노래는 즐거운 휴식이 되었다.

어쩌다 그녀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밤이면 어딜 갔을까, 무슨 일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해가 뜨면 일어나 농장으로 가고 저녁이 되면 돌아와 잠을 자는 고된 하루였지만 자연의 시계에 맞춰 살아가는 일이 군더기없이 가볍고 상쾌하기도 했다.


그녀의 노랫소리로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아침이면 창문가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와 침대 머리맡까지 쏟아져 들어오는 아열대의 햇살은 단잠을 깨웠다.


씨만 떨어져도 꽃이 되는 미얀마의 기후를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직원들이랑 돌아다니며 장미며 제라늄이며 마구마구 사들여서 비싼 화분에 심어놓을 때 나에게 말은 못 하고 우리 사모님은 돈도 많아서 주체를 못 하는구나 정말 어이없다 생각했을 것도 같다.


꽃을 일부러 괴롭히고 뭉개지 않는 한 꽃과 나무는 저절로 잘 자란다. 농장에도 우물가에 파다욱 나무가 있는데 생김새는 우리나라 등나무처럼 가지가 아래로 추욱추욱 처지며 노란색 꽃이 많이 달린다. 향기도 아주 좋고 우기가 시작됨을 알리는 4월 띤잔의 꽃이기도 해서 사람들이 아주 좋아한다.


미얀마 사람들은 지천에 꽃이 널려서인지 인공적인 향수보다도 꽃을 꽂는 것을 좋아한다.

도 아웅산 수찌 여사도 중요한 행사에 귀 뒤에 꽃을 꽂고 등장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농장에서 일을 할 때도 철마다 다른 꽃을 꽂고 커피농장으로 출근한다. 쟈스민, 따나카, 목련 다양하게 활용한다.

나에게도 꽃을 꺾어서 귀에 꽂아주는데 한국에서 꽃을 꽂고 다니면 약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니까 모두 놀라는 표정이다.

미얀마에서는 우물가에서 밤에 노래부르며 몸을 씻는 동네 처녀의 노래가 아름답지만 한국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 그래도 나는 그립다..

호코농장 우물가 파다욱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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