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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 민 DAW MIN Oct 06. 2022

#5 마시부 카페

 미얀마 호코 커피농장

 미얀마 말로 '~있다'는 '시데'이다. '~있어요?'라고 물을 때는 '~시라?' 하면 되고 '~있습니다' 하면 '시데 시데' 이렇게 답한다.


 농장 가는 길은 고도가 높아지는 산이라 거의 다 올라온 지점에 카페가 하나 있다. 카페라고 하기에는 조금 뭣하지만 미얀마 사람들은 거기를 카페라고 부른다. 대나무로 얼기설기 지어진 카페는 생강마을 언덕 위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낭떠러지 위에 있다. 농장으로 가는 길은 단 하나이기 때문에 오고 가는 길의 모든 오토바이나 모든 차들은 차선, 인도 이런 구분 없이 그 외길을 따라 달린다. 마을이 보이는 낭떠러지 쪽에는 창문을 내서 한눈에 마을을 감상할 수 있다. 카페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음료수와 요기거리, 간식을 판다.


 복숭아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복숭아와 생강을 많이 재배해서 농가들이 양철지붕을 올리고 윤택한 생활을 하는 편이라고 하는데 내려다 뵈는 경치가 아주 아름답다. 다들 부자 마을이라 부러워하는데 하루는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모시고 카페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 위해 들렀다.

어느 단체에서 온 손님들이라 접대가 영 어렵고 불편했는데 하필이면 날이 너무 더워서 시원한 콜라라도 한 잔 대접하려고 주인장에게

 "콜라 시라?" 하고 물으니

시데 시데하며 뜨뜻한 콜라를 가져다논다.

 그래서 얼음 즉, "예계 시라?" 하니

마시부란다.

뜨뜻한 콜라 대신 다른 차가운 것이 있냐고 물으니

마시부란다.

그래서 이번엔 빵 같은 것이 있느냐 물어보니

마시부

그럼 요기가 될만한 것이 있냐고 물으니

마시부

주인장이 마시부를 외칠 때마다 한국에서 온 손님들은 박장대소를 한다. 그래서 일행 중 한 명이 장난 삼아

부인은 있느냐 하고 물었더니 마시부란다.


그래서 미얀마 사람이 부인이 진짜 없느냐고 하자

마시부 마시부

시장에 갔다. 진짜 시장에 가서 마시부라고 한다.


우리 일행은 주인장 넉살에 깔깔대며 다시 주인장에게 카페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눈치 빠른

주인장

재미가 났는지 마시부란다.

그래서 그 카페 이름은 마시부 카페가 되었다.


 가끔씩 지나가는 오토바이 손님과 여행객들이 많지 않으니 물건을 갖다 놓기가 부담스러웠을 테지만 정말 마시부 카페는 이름이 없다. 간판도 없고 사업자 등록증도 없을 것이다. 농장을 오가는 출퇴근길에 딱 중간에 서 있었던 마시부 카페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아버렸다.


 마시부 카페는 말도 없이 문을 닫아걸고 주인장은 마시부 부인 따라 장을 갔는가 보이질 않는다. 농장을 오가는 길에 만났던 반가운 마시부 대나무집만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마시부 카페에서 보이는 마을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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