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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홀릭 Sep 19. 2023

임신 중기(~30주)

임신했다고 일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1. 24주 6일


내일이면 벌써 25주 임산부라는 게 믿기지 않고, 이제 정말 3개월도 안 돼서 애기가 나온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


나는 꿋꿋하게 출, 퇴근길 서울의 지옥철을 달리며 직장을 다니고 있다.



임신을 해도 나의 일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그러려고 힘들게 공부하고 직장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나의 일상은 상당히 단조롭게 변했다.

출근/퇴근하고 시간이 나면 남편과 뭐 먹으러 다녀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집에서 쓰러져서 잔다.



일단 직장에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지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하길래 임산부 필라테스를 등록했는데 임산부 수업이라 그런지 체조에 가까운 것 같았다.



처음에는 '어라? 이거 필라테스가 아니라 그냥 생활 체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힘에 부치는 것 같다. 갈수록 힘들어질 것 같아 걱정이 되긴 한다.



이제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다.








2. 25주 4일




임신을 하고 태교 겸 집 근처 아트센터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했다.


이 시기에는 아기도 청각이 발달한다는데, 우리 튼튼이도 꼬물꼬물 거리며 잘 듣는 것 같았다.


나는 별다른 태교를 하지는 않지만 클래식을 엄청 자주 듣는데, 내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자주 듣는 음악은 튼튼이가 인지하는 것 같다.


물론 나의 느낌일 수도 있다. 솔직히 직장을 핑계로 제대로 뱃속의 아이를 신경 쓰지 못하는 나 스스로의 위안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아이가 커가면서 슬슬 태동도 느껴지고 이전까지는 경험하지 못했던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맨 처음 태동을 느꼈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내 안에서 내가 조절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마구 움직이는데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려나 했지만 태동은 절대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ㅋㅋ

그냥 이렇게 어색함과 신기함 사이의 감정을 느끼며 출산까지 주욱 지내는 것 같다.









3. 30주 1일



가만히 있어도 아이의 태동으로 내 몸이 뒤뚱거리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길을 가다가도 아이가 움직여서 내 배 위로 아이의 신체가 살짝 튀어나온다.

도저히 출근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더 이상은 직장을 다닐 수가 없을 정도로 몸이 무거워지고 힘들어서 산전 출산 휴가를 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일을 하고 싶어서 30주까지 꽉꽉 채워서 직장을 다녔지만 이제는 무리인 것 같다.



출산 휴가를 내는데 후련하지 않고 약간 아쉬웠다.

십년 가까이 일을 했는데 갑자기 일을 쉰다니 너무 어색하고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임신을 했다고 일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어떻게든 이악물고 버텼는데 이렇게 결국 휴직을 하는구나...'



다른 임산부들은 임신하면 밥도 잘 먹고 너무 살이 쪄서 걱정이라는데, 나는 오히려 보는 사람마다 얼굴살이 다 빠지고 너무 말랐다고 걱정을 한다.


다행히 아이는 매우 건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내 삶의 질은 정말 저하되었다.



잠을 자며 아이에 의해 방광이 눌려 몇 번이나 화장실을 들락거리는지 모르겠다.

그 무엇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는다. 아이의 신체가 나의 장기를 꽉 누르고 있다.  



매일밤 소화 불량으로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자세를 잡기가 어려워 잠을 청하기도 어렵다.

어느쪽으로 자든 불편해서 늘 뒤척거리다 밤을 지새운다.

왼쪽으로 자면 어깨가 아프고 오른쪽으로 자면 골반이 아프다.

위를 보고 자면 아기에 장기가 눌려서 숨이 턱턱 막힌다.



새삼, 엄마가 되기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엄마는 어떻게 나랑 동생 두명을 임신하고 출산했나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다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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