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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홀릭 Sep 19. 2023

임신 후기(~33주 1)


1. 32주 6일



30주가 넘어가면서 극도의 소화불량으로 잠을 못이루는 날이 많았는데 이 날도 여전했다.

낮12시에 먹은 파프리카가 소화가 안되어 올라오는 느낌이 저녁 12시에도 느껴질 정도로 소화가 더뎠다.



오후 5시 30분 이후로 물 외에는 먹은게 없는데 12시가 넘어도 신물이 올라와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자기 전에 물을 먹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남편은 옆에서 진짜 10초 만에 잠들었는데 ㅠㅠㅠ

잠든 남편을 보면서 나도 제발 천장을 보고 편하게 누워서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ㅠㅠ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유명한 사진을 보니 ㅋㅋ 나의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내가 이래서 소화가 안되고 허리가 아프고 화장실을 잘 못가는 구나…



이 날은 임산부 요가의 개강날이었다. 

7월에 임산부 필라테스를 할 때는 정말 날아다녔는데(그때는 7개월 임산부) 9월이 되어서 그런지 너무 힘들고 피곤했다.






2. 33주 0일





튼튼이의 엄청난 태동에 놀라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예전의 태동이 귀여운 ‘콩콩’ 이었다면 지금은 진짜 배 안에서 큰 파동이 일어난다.



며칠 전, 동생 결혼식 날 (32주 4일) 사진을 찍으려고 앞에 나갔는데 나는 가만히 있는데 애가 자꾸 요동쳐서 반동에 의해 내 몸이 자꾸 움직였다.



이 날도 미용실에 갔는데 커트를 하는 중 튼튼이가 불쑥 튀어나왔다.

발로 밀어내는데 강한 압력이 느껴졌다. 

살짝 튼튼이의 발을 눌러보았다.(심술궂은 엄마 ㅋㅋ)

들어가기 싫은지 지탱하는 힘이 매우 셌다.


체구가 작고 힘이 별로 없는 내가 이렇게 힘이 센 튼튼이를 배 안에서 키워냈다는게 신기할 뿐이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쇄골 길이 만큼으로 싹둑 잘랐다.

나는 항상 머리가 길었는데 이렇게 자르니까 느낌이 이상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머리 감을 시간도 부족하고(수면이 최고…) 무엇보다 호르몬 변화로 인한 산후 탈모가 시작된다는데 나의 긴머리가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몸이 가벼울 때 커트를 하게 되었다.



근데 그 잠깐도 요동치는 튼튼이 때문에 배가 불쑥 불쑥 튀어나와서 ㅋㅋ

진짜 내가 만삭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요즘은 뭐가 먹고 싶어도 진짜 소화가 안되서 뭘 먹기가 어렵다.


미용실에 다녀오는 길에 예전부터 먹고 싶던 아보카도 부리토를 포장했다.

반을 먹었는데 튼튼이 발에 위가 눌리니까 배가 터질 것 같아서 나머지 반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이래서 내가 뭘 제대로 못먹고 있지….’ 다시금 만삭인 나의 현실을 자각했다.


튼튼이 발이 진짜 내 위장 근처여서 소화가 정말 안되고 음식물이 많이 들어가면 복압이 세지면서 정말 배가 터질 것만 같다.


아니 남들은 임신해서 맘껏 먹고 싶었던 것 먹는다는데 ㅠㅠ 나는 신기할 뿐이다.

소화가 그렇게 잘된다는게 부럽다.



진짜 임신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몰랐는데 만삭이 되면서부터 정말 생명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과정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근데 진짜 힘들다. 허리와 골반이 끊어질 것 같고 밥 먹는데도 숨이 차고 잠도 못자겠고… 

삶의 질이 너무 저하되었다.)



너무 힘들고 불편하지만 배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 아이를 온전히 잘 지켜내야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커져간다.



어떤 날은 아무도 없는 집에 누워있는데 아이가 내 배를 퉁퉁 치며 나에게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을 걸어주는 것만 같다.



아이가 커져갈수록 몸은 힘들지만, 만날 날이 얼마 안남았다는 사실에 매우 설렌다.

내가 고생한 만큼, 우리 튼튼이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예쁜 아이로 태어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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