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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홀릭 Sep 19. 2023

임신 후기(~33주 2)

만삭은 정말 힘들다.


1. 33주 1일



역시나 신물이 올라와서 잠이 오지 않는다. 누워있으면 소화가 안되니 계속 앉아있는다.

앉아 있는 것도 허리가 아파서 이제는 대충 옆으로 누워있었다.



먹는 것도 다 귀찮고 누워있다가 디카페인 캡슐에 우유 넣어 마시고 누워있다가 우유 마시고 다시 누워있고....

그냥 말 그대로 다 귀찮다.



계속 이렇게 있을 수는 없어서 저녁에 임산부 요가를 갔는데 수업 전 선생님과 다 같이 이야기를 하며 내가 가장 출산 임박 임산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들 20~주 임산부라고 했다. 

태동이 이제 느껴진다 어쩌고 이야기를 하는데 난 이제 다음 달 출산이라…

갑자기 내가 만렙이 된 느낌을 받았다.



요가선생님이 막달인데 어쩜 이렇게 요가를 잘하냐고 묻는데 ‘잘하는 거 아니에요. 온몸이 쑤시고 아프니까 살기 위해 그냥 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말 살기 위해서 하는 것 같다. 요가를 하면 조금이나마 아픈 몸이 개선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요가를 끝내고 오는 길에 서브웨이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 슬라이스 샌드위치를 사 왔다.

(원래 터키 제일 좋아했는데 터키가 사라져서 슬프다.)



낮 내내 입맛이 없다가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갑자기 입이 터져서 남편이 먹는 과자에도 눈독 들이고 이것저것 먹다가 결국 소화불량으로 손을 땄다.



이 날도 소화가 안돼서 10초 컷으로 잠드는 남편을 옆에 두고 나 홀로 밤을 지새웠다.



진짜 지금 소원은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고 태동 없이(태동 때문에 진짜 맨날 깬다. 내 안에는 엄청난 괴력의 꼬맹이가 산다.)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서 10시간 이상 시체처럼 자는 것이다.



이 꿈은 조리원에 가면 이뤄질 수 있을까? 수술하고 아파서 그러지 못하려나ㅠㅠ? 







2. 33주 2일



오늘도 튼튼이의 힘찬 누르기에 놀랐다. 튼튼이는 힘이 장사다.

태어나서도 매우 힘이 셀 것 같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

일어나서 어제처럼 디카페인 캡슐에 우유 넣어서 한잔하고 다시 또 누웠다.

파워 에너자이저라서 집안에서도 쉼 없이 일했던 내가 방전이 된 느낌이다.


누워서 튼튼이의 신나는 발길질과 주먹질ㅋㅋ을 온몸으로 느끼며 육아 유튜브를 봤다.


요즘은 진짜 물욕도 없고 아무 욕구가 없는 사람처럼 살고 있다.


그냥 생존중이다.

살아있는 그 짜릿한 기분이 없어져서 너무 슬프다.



저녁은 남편과 근처에서 외식을 했는데 가는 길이 멀지 않음에도 골반 아프고 다리가 당겨서 너무 힘들었다.

외식 후, 남편이랑 돌아오는 길에 이마트에 잠시 들렸다.



계산대 근처에서 대기를 하다가 아이스크림 좌판대를 보고 둘이서 아이스크림을 20개 넘게 쓸어왔다.

(참고로 우리는 아이스크림 할인 마트에 주기적으로 가서 쓸어오는 부부임)



늦은 저녁, 만삭의 임산부와 키가 190 가까이 되는 큰 남자가 매우 진지하게 아이스크림 맛을 논하며 아이스크림을 쓸어가는 진귀한 장면을 이마트 고객들에게 보여주었다.









3. 33주 3일



원래 내일 산부인과를 가야 하는데 여러 여건상 혼자서 병원에 다녀왔다.



병원에서 본 우리 튼튼이는 드디어 2킬로가 넘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한 달 뒤에 출산을 하는데 7.5킬로 증량한 것은 기준 미달이라며 나를 겁줬다.

(아니 근데 이 정도로 찌는 사람들 많은 것 같은데…? 그리고 살찌는 거 싫은데 ㅠㅠ 지금도 힘들어요)



최소 9~13kg이 늘어야 한다니 약간 심란했다ㅠ



내 마음을 모르는 해맑은 튼튼이는 초음파를 보는데 메롱하면서 혀를 날름 내밀었다.

예전에는 초음파를 보면 세포 수준으로 작았는데 이제는 한 번에 눈코입이 다 보이고 메롱도 하고!

인간이 되었구나 ㅠㅠ 감개무량했다.



다행히 튼튼이는 33주에 2킬로가 넘는 지극히 정상 범주에 드는 아기여서 걱정을 덜었다.



백일해 주사를 맞고 내 사랑 서브웨이 치킨슬라이스를 사서 집에 왔다.

서브웨이를 먹으며 앞으로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고단백 위주의 식사로 전환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게 바로 모성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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