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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홀릭 Sep 19. 2023

임신 후기(~33주 3)

임산부의 삶은 힘들다.


1. 33주 4일



최근 며칠 동안 무엇을 해도 피곤하고 조금만 걸어도 힘이 들었다.



토요일인 이 날은 남편이랑 늦잠을 자고 냉동 피자를 먹고 뒹굴뒹굴 쉬었다. (고단백 위주의 식사를 하겠다던 다짐은 어디갔나…?)



침대에 누워있는데 이미 엄마가 된 친구가 연락이 왔다.


나와 남편이 오전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까지 침대에 누워 폰을 하며 뒹굴거린다는 톡을 보냈더니 친구가 좋을 때라고 ㅋㅋㅋ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을 즐기라고 했다.



예전이었으면 가볍게 들었을 이야기인데, 지금은 진심으로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제 6주 뒤에 아이가 태어난다! 이제 단 둘이 맞이하는 주말은 6번만 남은 것이다!)



남편이랑 저녁에 산책을 하는데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땡겼다.

얼마 걷지도 못했는데 온 몸이 아파서 약간 서러웠다. 

(임신 전에 맨날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던 사람이었음ㅠㅠ 심지어 20주 즈음에도 잘 뛰어다녔음.)



출산을 하면 원래 내 몸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 이래저래 심란한 날이었다.






2. 33주 5일



소화 불량으로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어떻게든 식사를 했으나 소화가 안되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소화는 안되는데 매우 더워서ㅠㅠ 그나마 소화에 무리가 없는 빙수를 먹으러 갔다.

(미치고 팔짝 뛸 것 같다. 임신하니까 왜 이렇게 더운가?! 원래 더위 진짜 안탔는데... 요즘은 “더워”를 입에 달고 산다.)



빙수는 매우 맛있었다.

임신 중 내가 유일하게 꾸준히 먹고 있는게 빙수다.

우리 아이는 태어나면 빙수를 엄청 좋아할 것 같다.



이날 새벽, 튼튼이는 배안에서 딸꾹질을 엄청 했다. 평소에는 몇 분이면 그치는데 좀 오래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소화 불량 + 튼튼이 딸꾹질 및 태동 + 걱정 + 배눌림으로 인한 답답함 등등으로 새벽 네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얼른 아이가 태어나서 몸이 편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아이가 태어나면 또 다른 힘듦이 발생할 것이기에 지금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는 양가적인 마음이 드는 밤이었다.






3. 33주 6일



밤새 잠을 못자서 멍한 하루였다.

컨디션도 별로 안좋고 소화는 여전히 안되었다.

집에서 별거 한 것도 없는데 계속 피곤해서 누워있다가 집 청소를 하고 집안일을 했다.



나는 기계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기계가 해야한다라는 주의라서 로봇 청소기, 식기 세척기 같은 기계들을 마음껏 돌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기계를 써도 인간의 손이 닿아야만 하는 일들이 매우 많기에 더 많은 기계가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조 후 옷 접는 기계를 lg에서 발명한다고 했는데 대체 언제 발명되냐? 나오면 당장 산다!

건조기에서 옷 꺼내고 옷 개는거 너무 손이 많이가는 것 같다.)



집안일을 하다보면 아무리 기계를 돌리고 뭘 하고 해도 농담아니고 밖에 나가 일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밖에서 일하면 성취감도 있고 인정도 받고 월급도 받는데 집안일은 진짜 손도 많이 가고 힘든데 해도 티가 안난다.



임신 전에는 후다닥 하던 일들을 만삭이 되니 거의 2배의 시간과 피로함을 느끼며 하게된다.



만사가 다 귀찮다가도 지금이 마지막 자유니 즐기라는 타인들의 말이 떠올라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데 몸이 무겁고 힘들어서 할 수 있는게 없다…



저녁에 요가 다녀오는게 전부인 나의 삶이 무쓸모 인간처럼 느껴지는 우울한 하루였다.



남편은 쉬면서 맛있는거 사먹고 놀라는데, 나는 천성이 일개미인지ㅠㅠ 뭔가를 성취하지 않으니 만사에 흥미가 없다.



출산 후 복직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까 조심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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