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쟁이 Mar 07. 2016

#2

커피 커피 한 삶을 사는 커피 쟁이의 장사

 월요일 새벽 3시 30분 기상하여 천천히 여름을 멋지게 버틸 수 있는 나만의 메뉴를 만든다..

이것저것 모든 재료의 맛을 봐가며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해 하나하나 먹다 보면 불러오는 배만큼이나 상실감은 커지지만 나를 찾아주는 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고민한다..

그러다 하나 둘 손님들에게 판매할 새로운 메뉴가 만들어질 때쯤이면 어김없이 오시는 첫 단골손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웃으며 "어서 오세요.. 날씨가 풀렸다가 다시 추워진 거 같아요? 오늘 따뜻한 아메리카노 진하게 맞으시죠?" 손님은 웃으시며 나의 작은 배려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신다..

첫 손님은 항상 즐겁다.. 나에게 있어서.. 단돈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의 의미는 샷 속에 나의 색을 담아 고객에게 음료가 아닌 나를 담아 드리는 것이다..

단돈 2000원짜리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아메리카노 한잔이 뭐 그리 큰 의미가 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커피란 나의 일생을 함께 할 동반자이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3년 전 추석 전 날 이였다...

세상 모든 것이 싫었고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내가 어느 한 곳에도 속하지 않는 느낌을 받아서 삶이란 끈을 놓으려고 시도했었다.. 결과는 끈을 놓지는 못하였고, 난 경찰과 나의 오래된 벗을 대동한체로 우리 집으로 연행되었다.

제정신이 아녔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모든 가족이 화목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도 난 상실감에 갇혀서 오지도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앉아있었다... 그러던 중 낡아빠진 허름한 옷을 입은 아주머니 한 분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셨다... 그리고 영혼 없는 눈으로 그분의 주문을 실행하였다.. 갑자기 추워진 탓에 손님은 작은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웃으며 나를 쳐다보셨다...

"손님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웃음의 의미가 궁금하여 조심스럽게 여쭈어보았다..


"커피가 너무너무 맛있어서 , 너무너무 행복해요."

 낡은 옷의 아주머니가 한 이 몇 마디가 아직 나의 머릿속 한구석에  가득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래 내가 내리는 커피 한잔도 정성으로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과 함께 아르바이트가 있어도 내가 커피를 내렸다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커피를 내렸고 또 마시고를 반복했다..


그 이후 난 손님들이 너무 맛있어서 웃음이 날 정도로 즐거운 그런 커피를 그런 음료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도

항상 고민한다..


최고의 맛을 낼 수 없을 수 있다는 현실과의 타협 하지만 최선의 정성으로 만들 것이라는 나의 커피 커피 한 삶의 철학은 절대 바꿀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