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쟁이 Jan 25. 2022

사탕장수 할아버지의 리어카

고해성사 1.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사실들을 나의 몸 밖으로 꾸역꾸역 뱉어내며 다짐했다.

더는 거짓말쟁이로 살지 않겠다고 그 누구에게도 그 누구도 속이지 않고 항상 바르게 생각하겠다고....


여름이었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토요일 하교 길에 학교 앞 내리막을 빠르게 뛰어 오던 중

문방구 옆 아이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거기에는 나이 든 할아버지가 리어카에 눈깔사탕 캐러멜 등을 팔고 있었다.


나이 드신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귀여웠던 것인지 돈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공짜로 사탕을 주던 고마운 분이셨다.

그래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님과 같이 또는 혼자서 사탕이나 캐러멜을 구매하려고 했고

그래서인지 토요일 할아버지의 리어카 주변에는 항상 아이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남의 물건을 탐했고 리어카 아래쪽에 캐러멜 한 봉지를 무작정 들고뛰었다.

어린 내가 뛰어봐야 얼마나 뛰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난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게 되었고, 캐러멜 봉지를 숨기고 할아버지에게 다시 돌아갔다.


돌아간 자리에는 할아버지가 여전히 있었고 , 어떤 여자 아이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할아버지 쟤가 캐러맬 훔쳤어요!'라고 이야기했다.

겁이 나서 인지 심장이 미칠 듯 뛰는 와중에도 어린 나는 태연하게 그 여자아이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욕을 하며 나의 가방 안을 보이고 욕을 하였고, 할아버지에게 사탕을 사러 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본 할아버지는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그 여자아이에게 사탕을 주었고,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할아버지도 알고 있다며 미안해서 사탕을 사 먹지 않아도 된다고 나에게 말하며

내 손에 하얀색 구슬 같은 자두맛 사탕 두 개를 손에 지어 주시며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이야기를 하라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숨겨둔 캐러멜을 가방에 넣고 멀리서 아이들이 사라지길 기다렸고,

오후 2시가 넘어 아이들이 하나 둘 거리에서 없어지고 할아버지가 자리를 정리할 무렵

할아버지에게 캐러멜 봉지를 드리며 울먹이며 "갖고 싶었어요."라고 이야기했고,

그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내 머리를 다시 쓰다듬으시며

"옳지~ 우리 아가 착하네~"라고 웃으시며 다시 내 손에 캐러멜 봉지를 주셨다.


생각하면

그때 난 돈이 없어서 또는 먹고 싶어서

그 캐러멜을 훔친 것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에 난 캐러멜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냥 아이들이 원하는 걸 보고 나도 덩달아

가지고 싶어서 훔쳤던 것이었다.

--------------------------------------------------------------------------------

82년생 올해로 41살이 된 나는 거짓 없는 삶을 살고자 노력할 수 있는 원동력을 주신

지금을 볼 수 없는 사탕장수 할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이야기드리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대구에 사는 '진보' 주의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