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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Nov 21. 2020

선물의 진짜 의미

'선물'에 담긴 여러 의미들

꽃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웨딩 부케를 닮은 하얀 튤립에 은은한 향기가 풍기는 풍성하고 다채로운 생화였다. 꽃 선물을 받을 때의 기분도 물론 좋았지만 더 좋았던 건, 꽃을 손질해서 예쁜 꽃병에 담아 꽃이 시들지 않도록 매일 물을 갈아줄 때였다. 기분 좋은 향기를 맡고 화사한 꽃을 보면서, 나에게 어떤 선물을 할지, 어떤 꽃을 고를지 고민했을 상대방의 예쁘고 따듯한 마음이 꽃 보다 더 고마웠다.


나는 선물을 받는 것도 좋아하지만, 선물을 주는 것도 좋아한다. 상대방의 기념일이 다가오면, 그 사람을 생각하며 열심히 선물을 고른다. 그 사람의 평소 취향을 떠올리며 고민 끝에 선물을 고른 후 예쁘고 정성스럽게 포장을 한다. 선물을 주기 전까지 상대방이 선물을 받았을 때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며 설레고, 선물을 사용할 때마다 내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념일 날짜를 자주 까먹는 나에게 카톡의 선물하기는 유용하고 감사한 기능이다. 친한 친구들의 생일을 까먹고 챙겨주지 못했을 때, 자칫하면 기분이 상하고 섭섭해질 수 있다. 친절하게도 카톡에는 화면 상단에 생일인 친구, 생일이 다가오는 친구, 생일이 지난 친구까지 알려주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없이 유용한 기능이다. 가끔씩 생일을 알고 싶지 않은 사람까지 표시되긴 하지만, 이 기능 덕분에 내 생일날에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축하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

선물을 주면서 상처였던 트라우마가 치유되기도 한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책의 저자는 ‘산타가 된다면 어린 시절의 나에게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고 한다. 언니들과 롤러스케이트장에 처음 간 날, 어머니는 어리고 롤러스케이트를 타지 못한다며 언니들에게만 돈을 주셨다고 한다. 스케이트를 타고 빙글빙글 도는 언니들을 따라 달리며 스케이트장에서 유일하게 운동화를 신고 뛰었던 외로웠던 다섯 살의 자신을 안아주고 싶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자신의 아들에게 사줄 자전거를 고르며 행복해했고, 아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하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 달라고 말하기 가 어려웠던 ‘내 안에 있는 그때의 다섯 살 아이’도 함께 웃는다고 말한다.


타인에게 주는 선물이 아닌 나에게 주는 선물은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구매하기를 망설이다 사는 값비싼 선물보다 자신에게 소소한 선물들을 자주 했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커피 한 잔을 참지 말고 사 먹는다든가, 피곤한 날에 택시 타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소소한 것들도 나를 위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스텔라장의 ‘YOLO’에 나오는 ‘오늘을 내게 선물하기도 해. 열심히 살아왔잖아. 이 정도의 사치는 부려도 되잖아.’라는 가사가 참 와닿는다.


함께 했던 추억이 담겨있는 사진 같은 선물은 감정을 나눈다. 한 번은 친한 언니에게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을 인화하여 생일 편지와 함께 선물한 적이 있다. 인화할 사진을 고르는데 사진 한 장 속에 담긴 그때의 추억들, 상황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언니의 생일날, 우리는 카페에 앉아 아무 말 없이 같이 사진을 바라보았다. 왠지 모를 뭉클함에 언니를 쳐다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우리 둘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내 생일이 아닌데도, 나도 같이 선물을 받는 듯한 그 기분이 좋았다.


우산을 선물할 때도 ‘당신을 지켜줄게요.’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모든 선물에는 의미가 담겨있다. 선물을 건네주며 말하는 “축하해.”라는 짧은 한마디에 나의 진심이 전달되기를, 오늘 하루는 오직 너만의 날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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