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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Nov 26. 2020

시골에서 일주일 살기

그들에게 배우는 '느리고 단순하게 사는 법’

김장을 하기 위해 엄마를 따라 시골로 내려왔다. 경상북도 울진에서도 산언덕에 위치한 할매집은 주변에 논과 밭이 펼쳐져 있고, 몇몇의 이웃집들만 모여 사는 깡 시골이다. 시골에 일주일간 머물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느리고 단순하게 사는 법’을 배워간다.


“집에 있는 교.” 이웃집 할머니가 마당 앞에서 큰 목소리로 우리 할매를 불렀다. 굽은 허리를 이끌고 나온 우리 할매에게 음료수와 군것질거리가 한가득 담겨있는 소쿠리를 건네주셨다. “마을회관 왜 안 왔는교. 먹을 것 좀 챙겨 왔데이.” 거동이 불편한 할매에게 맛있는 간식거리를 주기 위해 마을 회관에서 20분가량 떨어져 있는 할매 집까지 무거운 짐을 들고 오신 이웃 할머니를 보며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을 느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이제는 사라져버린,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서로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는 도시와 다르게, 맛있는 것이 있으면 나누어 먹고, 소식이 뜸하면 몸이 아픈 건 아닌지 집까지 찾아와 걱정해 주는 이웃 간의 두터운 정을 보며 삶은 홀로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눌수록 더 행복해지는 함께 하는 삶을 배운다.


이장님의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아-아- , 동네 주민분들께서는 오늘 마을회관에서 무료로 건강검진을 실시하오니 오셔서 검진받길 바랍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시골 사람들은 대체로 병원을 가기가 번거롭고, 비용 때문에 어지간한 병은 참고 방치하여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시골까지 내려와서 무료로 검진을 해주고, 상담해 주는 그들의 선한 봉사에 마을 사람들이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먼 길까지 와준 그들에게 연신 미안해하는 그들은 작은 일에도 행복해하고, 감사할 줄 아는 순수한 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아침 6시, 점심 12시, 저녁 6시 삼시 세끼를 정해진 시간에 가족끼리 한자리에 모여 밭에서 딴 채소와 함께 밥을 먹고, 농사일을 하고 돌아와 저녁 8시쯤 되면 불을 끄고 잘 준비를 하는 그들은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살며 자급자족할 줄 안다. 단순한 삶이란 ‘원하는 것을 가짐으로써 가 아니라, 필요한 것을 가짐으로써 만족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들처럼 적게 소유하는 것에 만족하고, 타인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삶을 선택과 집중하면서 더 단순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장석주 시인의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말처럼 말이다.


정각에 맞춰 뻐꾸기시계가 울렸다. 아직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옛날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된장과 고추장이 담긴 항아리,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 연기를 뿜어내는 가마솥, 테이프를 넣어 듣는 옛날 라디오 등등 이런 아날로그 물건들은 낡고 허름하지만 인간적이고 포근한 멋이 있다. 라디오에 테이프를 넣고 되감기 해서 노래를 듣고,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며칠 뒤 사진관으로 달려가 찾아갔던 그 아날로그 감성이 가끔씩 그리울 때가 있다. 어떤 칼럼에서는 '삶이 편리해진 만큼, 따뜻한 인간적인 감성은 빼앗기고, 일상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람들은 피로해 하며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 더욱 공감된다. 빠르고 편리해진 삶이 물론 좋기도 하지만, 느리지만 인간적이었던 날들이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시골 도로에 ‘천천히 SLOW’라고 쓰여있는 표지판이 우뚝 서있다. 우리도 이 표지판처럼 조금은 천천히, 느리게 살아보면 어떨까?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며 자연이 바뀌어 가는 것도 느끼면서, 혼자 사는 삶이 아니라 서로 외로움과 행복을 나누고 베풀면서, 욕심 없이 필요한 것만 소유하고 만족하며 단순하게 사는 마을 사람들처럼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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