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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테의커피하우스 Sep 28. 2024

극점에 있는 것은 결국 통하니까

아메노히커피점 - 동교동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168 샬롬빌딩
키워드: 일본커피전문점, 넬드립, 수제 디저트


들어가는 말


아메노히커피점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상충되는 수식어가 떠오른다. ‘다정한 고집’. 이 가게는 어딘가 모르게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 맛과 서비스는 다정하지만 지극히 고집스러움에 기반을 둔 다정함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카페라는 사실부터 일반적이지 않은 구석이 있는데 커피의 맛, 메뉴 구성, 운영 방침까지 일본 커피 전문점의 방식을 고수한다.


맛과 메뉴의 구성에 있어서 본토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그들이 제공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이곳에 자주 가다 보니 자연스레 느껴졌다. 말이나 표정에서 드러내지 않지만 종종 내점을 하면서 비언어적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이런 데서 오는 모종의 신뢰란 좀처럼 깨지기 어렵다. 그것이 서비스로 얽히는 손님과 주인의 관계라도 말이다.



정돈된 맛의 하우스 블렌드


자리에 앉아 내부를 살펴본다. 작고 아담한 카페다. 주인 내외 중 한 분이 물과 메뉴판을 자리로 가져다주신다. 물은 투명하고 반짝거리는 잔에 소담히 담겨 있다. 유리잔은 아주 깨끗하고 잘 관리된 듯한 인상을 준다. 너무 반짝이는 나머지 마치 깨끗한 샘물을 얻어먹는 기분이다.


메뉴판을 살펴본다. 천천히 살펴봐도 눈치를 주거나 재촉하지 않을 것 같아 안심이다. 메뉴의 구성이나 설명이 과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메뉴판이다.


실제로 나는 메뉴판으로 가게의 첫인상을 판단하는 편이다. 음료와 디저트 개수가 지나치게 많고 메뉴 설명이 너무 과하면 거부감이 든다. 메뉴판은 가게 주인의 얼굴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이곳의 메뉴는 단출하며 내점 한 고객 시점에서 봤을 때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적혀 있다. 처음에 말한 ‘다정한 고집’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바로 이런 데 기인한다.


보통 넬 드립으로 내린 하우스 블렌드 혹은 카페 오레를 마신다. 정돈된 맛이라는 표현이 적합할지 모르겠으나 나의 경우에는 그렇게 느껴진다. 원두의 산미와 바디감이 적당하다. 튀는 구석이 없는 원두 선택이다.


디저트는 고민하다가 배 속에 허용 공간이 있다면 늘 주문한다. 이곳에 와서 디저트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어쩐지 모르게 손해 같다. 나의 추천은 커피 젤리와 바스크치즈케이크. 어느 쪽이든 커피와 잘 어울리고 단맛이 과하지 않아서 식후에 먹어도 죄책감이 덜하다. 시간과 공을 들인 느낌의 디저트를 스스로에게 대접하고 싶다면 꼭 주문해서 먹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넬 드립, 질서 속 풍요


아메노히커피점의 맛과 접객 방식은 사람의 손을 탄 고양이처럼 부드럽고 친절한 구석이 있다. 반면 몇 가지 원칙이 있고 그 점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다. 우선 주방 쪽을 정면으로 향해 주인의 얼굴이 찍히는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 초상권이 없는 대한민국이라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예외이니 명심해 두도록.


또한 자리를 멋대로 옮기거나 원하는 자리에 앉기를 포기해야 한다. 가게 내에서는 모든 것이 질서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손님 입장에서는 행동 방침을 정해 주기만을 기대하면 되니 편리한 셈이다. 나의 경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보다 이 편이 마음 편하다.


드립 커피는 *넬드립을 고집한다는 점도 이 집만의 독특한 장점이다. 넬드립은 필터 드립과 달리 관리가 힘들고 천을 한번 사용하면 재사용할 수 없어서 늘 깨끗한 상태의 것들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원두 본연의 맛을 유지해서 군더더기 없는 형태로 구현 가능하다는 측면에서는 고집할 만한 추출 방식이다. 유지가 어려울 뿐이지 오리지널리티 측면에서 봤을 때는 충분히 이해가 간달까. 넬드립이야말로 주인 내외의 다정한 고집이 묻어 나오는 선택이다.



넬드립은 흔히 필터용 천으로 불리는 ‘플란넬(넬)’이라고 불리는 소재로 커피 가루를 거르는 방식이다. 종이는 섬유가 치밀하여  아무리 커피 가루가 미세하더라도 필터를 통과하지 못하는 반면, 넬은 조직이 거칠어서 종이 필터에서 걸러지는 다양한 성분이 함께  추출된다. 페이퍼 드립에서는 걸러지는 커피 오일이 넬드립에서는 그대로 추출되어 특유의 걸쭉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편이다.  넬드립은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늘 물로 세정해 준 뒤 물에 담가서 냉장 보관을 해야 하므로 취급과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번거로움이 따르는 작업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마무리하며


오늘 포털 사이트에 가게 상호명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아메노히커피점은 2024년 9월까지만 동교동에서 영업을 하고 폐점할 예정이다. 건물 경매 문제로 영업이 어려워지게 된 모양이다. 조만간 새로운 거점으로 넘어갈 준비를 한다니 조바심 내지 않고 소식을 기다려 봐야겠다.


아메노히커피의 커피와 공간을 애정했던 손님 중 한 명으로서 가게의 종료 소식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오래 머물던 장소가 하나둘 사라져 갈 때 드는 마음이란 살랑살랑 걸어가는 통통한 고양이의 뒷모습처럼 미적지근하면서도 애처로운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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