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커피 생활이라는 부제를 달고 몇 개의 글을 묶어 브런치북을 발행했다.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다시 보니 글이 꽤 길다. 장황한 말을 늘어놓는 글도 종종 보인다. 작년의 나에게는 긴 호흡의 글을 쓸 수 있는 체력이 있었던 것 같다. 아침잠이 없어서 일찍 눈이 떠지던 시기라 새벽 시간을 채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났고 나는 다시 아침잠이 많아졌다. 그리고 일상이 바빠 무료할 틈이 없다.
작년처럼 긴 호흡의 글을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몇 꼭지의 글들을 묶어 브런치북을 완성해 내는 것보다 일 년을 마무리하는 데 있어 더 알찬 계획이 있을까 싶다. 오랜만에 브런치스토리와 구글 독스를 나란히 화면에 띄웠다. 그리고 이렇게 두서없는 커피 생활의 서문을 연다. 의지를 활자화해야 비로소 뭔가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올해 방문한 카페 목록을 쭉 적어내렸더니 꼬박 열 군데다. 의식의 건너편 희끄무레한 기억을 더듬어 한 마디 정도는 거들 수 있을 것 같은 가게만 추렸다. 몇 번을 방문해도 아무런 단상도 남지 않는 가게도 꽤 많다. 적어 내린 카페 목록 중에는 올해 처음 가본 곳도 있고 연중 두세 번씩 드문드문 다니던 레귤러도 섞여 있다. ‘단골 카페’라고 말하기에는 어폐가 있고 어디까지나 올해 방문했던 곳 중에서 내게 어떤 종류의 ‘인상’을 남긴 곳들이다.
공간과 커피에 대해 사뭇 진지하게 떠들던 작년 커피생활 시리즈와는 결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 형식은 잊고 최대한 리듬에 따라 적고 싶은 말들을 적어 내려갈 것이다. 때로는 커피와 아무 상관없는 얘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글이라도 괜찮다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블로그 주인장의 나불거림을 들어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