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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 Jul 30. 2022

진달래 술

진달래 술


  봄이면 할머니를 따라 자루를 들고 산으로 올라간다. 아직은 마른 잎이 바스락거리는 산길이지만 자잘한 새싹이 막 올라오는 초봄이면 진달래를 따러 할머니만 아는 진달래가 깔린 산으로 간다. 사방 천지에 탐스러운 핑크빛으로 가득한 꽃에 둘러싸여 호들갑을 떨며 좋아하니 할머니도 좋은가 보다. 겹겹이 붙은 풍성한 할머니의 진달래는 크기부터가 다르다. 예쁜 것만 골라서 입에 넣으면 꽃은  신맛이 나기도하고 단맛이 나기도하고 꽃향기와 더불어 오묘한 맛을 낸다. 맛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예쁜 꽃을 먹는다는 신기함에 그냥 먹는다. 할머니는 저쪽에서부터 꽃을 따기 시작한다. 막상 따려고 하니 가지에 옷이 잡아 당겨지고 꽃잎은 땅에 떨어지고 자루는 뒤집어지고  딴 짓만 하게 된다.
 “얼른 꽃 따고 집에 가야지”
 할머니 말에 정신 차리고 커다란 꽃잎만 골라 따긴 하는데 아무리 따도   따도 꽃잎으로 가득한 할머니의 광목자루를 따라 갈 수 없다. 

집에 돌아와 진달래 꽃잎을 조심조심 씻어 바구니에 건져 물기를 빼니  반은 줄어 보인다. 할머니는 어두운 광속 구석에 박혀있는 작은 항아리를 찾아  진달래를 차곡차곡 돌려 넣는다. 몇 일전부터 진달래를 따서 항아리에 넣는 것을 봤는데 봄 향기 가득한 진달래술은 해마다 할머니의 주특기다.
 “할머니 진달래 술 맛있어? 막걸리보다 맛있어?”
 핑크빛 진달래가 가득한 항아리 속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막걸리보다 독하지”
 하며 진달래가 알맞게 채워졌는지 항아리 속을 돌려보며 주둥이에 달력종이를 두르고 고무줄로 칭칭 동여맨다.
 “할머니 진달래술은 무슨 색이야 ?”
 “ 봄을 닮은 진달래 색이지 ”

진달래가 피는 계절은 하루 종일 핑크색이 할머니 손에서 떠나질 않는다. 정말이지 할머니는 낭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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