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못가

by 이강

자욱한 안개

이게 안개야 구름이야

일단 일어나서 구경이나 하자


걷지도 못하는 거 아냐?

땅도 안 보이는 거 아냐?

신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걷는 만큼 보이는 건 다 보이는데

예전의 안개와는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달라


콩밭으로 가보자.


할아버지

할아버지


콩밭 속 할아버지 손에

하얀 점이 콩콩 박힌 붉은 강낭콩 한 사발


괜시리 들떠

콩밭을 달려본다.

발 모가지에 척척 붙는 이슬방울

분명 흙 범벅이 될 거야

발목에서 무릎으로

무릎에서 배까지 척척하게 젖는다


"그러다 넘어져 그만 뛰고

아침밥 먹게 강낭콩 할머니 갖다 줘"


"할아버지 안개 없어지기 전에 난 못가, 콩 안 먹어"



#이강 #이강작가 #시 #감성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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