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안개
이게 안개야 구름이야
일단 일어나서 구경이나 하자
걷지도 못하는 거 아냐?
땅도 안 보이는 거 아냐?
신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걷는 만큼 보이는 건 다 보이는데
예전의 안개와는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달라
콩밭으로 가보자.
할아버지
할아버지
콩밭 속 할아버지 손에
하얀 점이 콩콩 박힌 붉은 강낭콩 한 사발
괜시리 들떠
콩밭을 달려본다.
발 모가지에 척척 붙는 이슬방울
분명 흙 범벅이 될 거야
발목에서 무릎으로
무릎에서 배까지 척척하게 젖는다
"그러다 넘어져 그만 뛰고
아침밥 먹게 강낭콩 할머니 갖다 줘"
"할아버지 안개 없어지기 전에 난 못가, 콩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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