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완결 기념
장마는 언제나 싫었다.
축축한 양말,
비닐을 때리는 빗방울이 내는 소음,
쿰쿰한 냄새가 가시지 않는 소파 등받이,
시리도록 차가운 마이크의 감촉까지―
폭염은 좀 나았던가?
스펀지가 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온몸에서 퐁퐁 솟아나던 땀,
고막을 찢으려고 작정한 듯 울어대는 매미 떼의 합창,
차마 올려다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하늘,
그리고 그런 날씨에조차 긴 팔의 흰 셔츠를 입고 있던 그 사람을―
...조금 나은 것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좋았던 가을에는 그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선선하고 상쾌하고 볕은 따사로웠고 도처에서 나뭇잎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는 또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죽은 게 아닐까 싶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는지 답장이 왔다.
쌀쌀해질 무렵에서야 다시 그와 식사를 했다.
밤은 차가웠다.
뱃속은 비싸고 좋은 고기로 가득 차 있었지만 문득 허기짐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갑자기 확인하고 싶어졌다.
어린애의 변덕이라고 놀려댄들 상관없었다.
사실은 확신이란 것을 갖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주지 않았다.
나는 이제 봄을 꿈꾼다.
그런데 봄은 어떤 계절이었더라.
우리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 기억이 흐릿하다.
어쩌면 오늘 함께 맞은 첫눈 때문에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우산을 깜빡했다며 코트 자락을 정수리에 폭 씌워주던 그의 오른팔에
아직도 내 이름이 또렷이도 새겨져 있는 탓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