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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난다 Jun 09. 2017

최고의 핸드드립 커피는 어떻게 추출하는가?

커피, 이야기가 되다.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 도장 격파라는 명목으로 전국의 유명 핸드드립 전문점을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짧은 지식으로 이런저런 평가를 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살짝 민망하고 웃음이 난다.

카페 주인이 커피를 어떻게 내리는지, 맛은 또 어떤지 초보의 날 선 감각으로 모든 것을 재단했던 그때의 호기는 커피를 가까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줄어들었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그들의 일상을 이제 와서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이유는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카페의 분위기나 커피 내리는 과정을 탐사하러 오는 손님이 있다. 판매하고 있는 주요 메뉴에 대하여 주인과 손님 간에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는 일은 다른 음식점 업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지만 핸드드립 카페에서는 흔한 일상 중의 하나다.


손님은 커피의 향미는 물론 각종 추출 도구와 추출 방법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한다. 그러므로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은 그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이론이든 실습이든 가리지 말고 끊임없이 커피 공부를 해야 한다.

커피 향기 평가를 위한 아로마 키트

가끔 카페 매출이 얼마인지, 카페를 해서 먹고 살만 한지 물어오는 손님이 있다. 물론 실례가 되는 질문이긴 하지만 사람이면 누구나 궁금해할 사항이라 ‘먹고살기 힘드니 원두 좀 많이 사가요!’ 하며 웃어넘긴다.


“사장님은 고수 아닌가 봐요?”


카페를 처음 방문한 중년의 여자 손님이 커피를 내리고 있는 내게 물었다.


“예?”


“이런 것 안 보고 내려야 고수 아닌가요?”


“하하하! 그래요? 나도 고수가 되게 좀 가르쳐 주세요.”


손님은 드립 스탠드의 타이머와 드립포트에 꽂혀 있는 전자 온도계를 보면서 커피를 내리는 나의 모습이 탐탁지 않은 듯하다. 아마도 저울을 이용하지 않고도 원두를 10g씩 정확하게 움켜쥐는 생활의 달인쯤 되어야 핸드드립 커피의 고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만 기계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0대 젊은 시절(물론 지금도 젊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밍 작업 중 깨달은 사실 때문에 나는 핸드드립 커피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용해 온 저울, 시계, 온도계를 멀리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컴파일 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에러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가며 인간이 얼마나 많은 실수와 오류를 범하는지 그때 분명히 깨달았다. 알파벳 철자 하나를 잘못 입력해서 생긴 에러의 원인을 사흘 밤낮을 지새우고도 찾지 못한 채 아무 죄 없는 컴퓨터와 프로그래밍 언어의 책임으로 돌렸던 나는 그날 이후 ‘거짓말을 하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는 진리를 맹신하게 되었다.


손님의 기준으로 보면 나는 정말 미천한 실력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92℃의 뜨거운 기운을 가늠하지 못하고, 타이머 없이는 정확한 불림 시간을 포착해 내지도 못한다. 게다가 서버에 그려진 눈금이 없다면 매번 내릴 때마다 커피의 양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평가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전기 포트의 물을 끓이고, 한 잔의 커피를 담아내기까지의 추출 과정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추출 테크닉이 특별히 대단해서 평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할 가치가 없는 너무 나도 평범한 방법으로 커피를 추출한다는 말이다.

자신이 가진 기술이 남과 다르고 특출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하지만 나는 핸드드립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두고 완벽한 방식이니, 정해진 대로 하지 않으면 맛이 없다느니 하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 잔의 핸드드립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생두, 로스팅, 추출이라는 세 가지 중요한 변수가 있다. 이들은 좋은 재료를 선정하고, 재료의 성질에 알맞게 요리하고, 먹음직스럽게 차려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변수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커피의 향미를 즐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은 이들 각각의 정보에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흔히 커피 맛의 70%는 생두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렇다. 인도네시아 만델링을 마시면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의 달고 상큼한 과일 향미를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곰팡이나 과하게 발효된 생두에서 클린 컵을 찾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음식의 맛이 재료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생두가 커피의 향미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절대적이다.


생두에 이어 커피의 향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로스팅이다. 생두는 품종, 생육환경, 가공방식에 따라 다양한 향미를 가지는데 각각의 생두에 적합한 로스팅을 해야 고유의 향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좋은 신맛이 장점인 생두는 1차 크랙 중후반부터 2차 크랙 이전 휴지기에 주로 배출을 한다. 강한 쓴맛에 포인트를 둔다면 당연히 2차 크랙의 정점을 넘겨서 로스팅을 해야 할 것이다.


커피의 향미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에서 비중이 가장 적은 것이 추출이다. 하지만 손님들은 자신에게 커피를 가르쳐 준 선생님이나 특정 학원, 교재에서 익힌 핸드드립 기술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배우고 익힌 방법대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커피를 내린 게 아니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현란한 테크닉으로 커피를 내려도 예가체프가 만델링이 될 수 없고, 쓴맛이 신맛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커피 향미의 대부분은 생두의 종류나 로스팅 방법에 의해 결정이 되는 것이며 그 결과를 바꿔놓을 마법과 같은 핸드드립 기술은 없다. 물론 커피를 내리는 사람에 따라 향미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먼저 예를 든 두 변수의 영향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하다. 분쇄도, 물 주입 방법, 시간, 온도, 추출양 등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만 지키면 누구나 커피의 좋은 향미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최고의 핸드드립 커피는 어떻게 추출하는가?

유일무이한 최고의 한 잔을 만드는 연금술이 세상에 존재할까?

숟가락으로 커피를 휘저어가며 추출하는 바리스타에게 여러분들은 ‘근본도 없는?’, ‘막 드립?’이라는 눈길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세계 바리스타 대회(World Barista Championship) 수상자가 내린 커피 앞에서는 무척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겠지.


맷 퍼거(Matt Perger)는 2012년 세계 브루잉 대회(World Brewers Cup) 챔피언, 2013년 세계 바리스타 대회(World Barista Championship) 준우승을 한 호주 출신의 바리스타이다. 위의 사진은 그가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유튜브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이 글의 독자 중에 물줄기가 잘못 떨어질까 봐 손을 바들바들 떨며 드립포트를 쥐고 있는 초보 홈 바리스타가 있다면 ‘우리 선생님이 가르쳐 준 핸드드립은 도대체 뭐지?’ 라는 문화적인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정답은 없는 것이니까.


좀 더 나은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화려한 명성, 현란한 기술, 세련된 인테리어, 아름다운 전망에 대한 관심을 잠시 내려놓자. 그리고 오랜 시간 커피와 함께 해 왔고 오랜 시간 커피와 함께 할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를 찾아보길 권한다. 시간이 주는 깊은 울림은 여러분들을 커피에 좀 더 집중하게 해 줄 것이다.


나는 안타깝게도 최고의 핸드드립 커피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왜냐하면 커피 내리는 일을 숙명으로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내일 아침 카페의 문이 닫혀있더라도 절대 놀라지 말라고 한다. ‘카페 사장이 다른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그 일을 찾아갔겠지!’라고 생각하라는 의미다. 카페는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온, 내가 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저 최선을 다 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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