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진화, 가미야마는 왜 주목받고 있나
행안부 청년마을만들기 청년들과 함께 일본 로컬을 둘러보고 왔다. 첫 번째 방문지는 ‘가미야마 마을’로 잘 알려진 가미야마초(町). 이곳은 일본 시코쿠 도쿠시마현에 속한 산림 지역인데 지방소멸과 인구감소 위기를 잘 버텨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곳 마을 이야기는 <마을의 진화>란 책에 잘 나와 있지만 직접 가서 보니 과연!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짧은 일정이라 마을 구석구석을 찬찬히 둘러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마을의 진화를 이끄는 ‘가미야마 연대공사’의 바바 타츠로씨로부터 이틀에 걸쳐 꽤 상세한 마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바바 타츠로씨는 이 지역 출신으로 원래는 은행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내 정치에 휘말리는 게 피곤해 은행을 나와(이 대목에서 갑자기 <한자와 나오키>가 생각남 ㅎ;) 공무원 시험을 친다. 공무원 생활을 이어가다 현재는 민관이 협력해 조직한 가미야마 연대공사에 파견되어 대표를 맡고 있다. 물론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연대공사의 나머지 스탭은 공무원이 아닌 청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방소멸 관련한 행정 업무가 한국이나 일본 공무원 모두에게 업무를 과중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일이 되는 현실 속에서 가미야마는 공무원이 지방창생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가미야마 연대공사라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 이쯤 되면 가미야마에서 나고 자란 바바 타츠로 대표가 가미야마에만 집중해서 일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가미야마는 2020년 기준으로 인구는 4,647명으로 고령화율은 54%를 조금 넘는다. 지역의 86%가 산림지역이다. 인구 추이를 보면 전후 베이비붐 시대를 지나 1955년 2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고도성장기를 지나면서 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가 1990년에는 절반으로 뚝 떨어진 1만명. 여기에서 더 떨어져 지금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가미야마가 고민한 건 어떻게 하면 인구를 다시 늘릴 수 있을까가 아니었다. 이들은 객관적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30년 후까지를 예측한 후 인구가 다시 늘어날 일은 없다는 걸 받아들였다고 한다. 대신에 인구감소 폭을 최대한 줄이는 걸 목표로 삼았다. 바바 대표는 목표는 실현 가능하도록 현실적으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가미야마 창생전략 밑그림이 나오는데 ‘마을을 미래세대로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가미야마는 마을이 살아나는 데 필요한 요소를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우선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좋은 주거, 좋은 학교와 교육 프로그램, 다양한 근무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마을의 부와 자원이 유출되지 않아야 하며 안심할 수 있는 생활 인프라를 구축하는 걸 목표로 했다.
이주자를 위한 주거 문제 해결로는 많은 사람이 빈집 재생을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지역에서 빈집을 활용하기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가미야마도 빈집이 수두룩하지만 활용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선대로부터 이어온 집을 선뜻 팔 수 없다거나 그렇다고 외지인에게 빌려주는 건 더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그것도 아니면 명절에 도시에 사는 가족이 방문할 때 지낼 곳이 없어지는 게 싫다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가미야마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른바 ‘오노지 집합주택’ 프로젝트다. 임대형 공동주택으로 8동 20세대로 이루어져 있다. 입주 자격은 고등학생 이하의 자녀가 있는 육아세대여야 한다.(참고로 임대료는 월 45만원 수준) 또한 오노지 집합주택지 안에는 입주자 커뮤니티와 마을을 연결하는 '오노지 코먼'이라는 공유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그런 공동주택은 한국에서도 많지 않아? 뭐 새로울 게 없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오노지 집합주택은 고작 20세대 규모이지만 짓는 데만 4년이 걸렸다. 그 이유는 어떻게 해서든지 건축의 모든 과정을 마을 안의 자원만으로 해결하고 또 마을의 자원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었다.
한국의 경우라면 시행사가 외부의 시공업자에게 용역을 줘 뚝딱하고 6개월도 안 걸려 완성할 수 있는 소규모이지만 가미야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으면 빨리 건물을 완성할 순 있지만 가미야마가 추구하는 가치와는 전혀 상관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미아먀는 마을의 자원만으로 설계에서 시공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해결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마을 안의 목수 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규모를 정해 단계적으로 건설해 나갔다. 1년에 2개동씩 4년에 걸쳐 완성했다.
빠르고 싸게라는 부동산 개발 방향과는 정반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연히 모든 재료를 마을에서 나는 목재를 사용했으며 시공방식도 전통 방식을 계승해 선택했다.(참고로 일본은 대부분 목조로 주택을 만든다.) 이렇게 완성한 집합주택은 지난 2020년 일본 굿디자인상을 받았고 건축 과정 방식 자체로 일본 내 유력 건축상을 받았다고 한다. 마을 사람이 지켜내려는 가치를 공인받은 셈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