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에 끌리면, 그게 내 원두다.
나는 새로운 원두를 마주하면, 향부터 맡아보려 한다.
누군가의 설명이나 단어보다, 향이 주는 느낌이 내 취향에 맞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입맛에 맞는 커피를 위해 원두를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수많은 종류의 원두가 있고, 맛과 향도 제각각이다.
심지어 같은 이름의 원두라도 다른 향과 맛이 나기도한다.
그나마 참고할 수 있는 건 '커피 노트'다.
생두나 원두의 맛과 향을 단어로 정리해 놓은 자료인데,
실제로는 실용적으로 쓰기는 어렵다.
아래 그림은 커피 노트의 예시다.
하지만 여기 적힌 맛과 느낌이, 실제로 내가 마시는 커피에 그대로 전해질 확률은 낮다.
왜 그럴까?
생두를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원두 맛이 크게 달라지는데,
콩을 볶는 로스터마다 추구하는 스타일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생두라도 전혀 다른 원두가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선 드립백 실험에서도 경험했듯이
똑같은 원두라도 물을 어떻게 붓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결국 커피노트는 참고자료 이상이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입맛에 맞는 원두를 고를 수 있을까?
나는 향수 고르듯 원두를 고르는 방식을 추천한다.
향수는 글자로 고르지 않는다.
직접 향을 맡아보고, 내가 끌리는 걸 선택한다.
원두도 마찬가지다.
향을 맡았을 때 끌린다면, 내 취향일 가능성이 높다.
원두 향이 고스란히 커피에서 느껴진다면,
나는 이런 커피를 내 취향과 상관없이 잘 내린 커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시향이 가능한 카페를 좋아한다.
혹여 시향 장치가 없다면, 판매대에 진열된 원두 봉투에서 향을 맡기도 한다.
그것도 어렵다면, 한가한 시간을 활용해 조심스레 '향을 맡아봐도 될까요?'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향에 끌린다면, 그게 내 원두일 확률이 높다.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