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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빠지는 콜라처럼 원두도 개성을 잃는다.

원두 아끼지 말고 빨리 먹어야 맛있다.

by 커피디

원두를 향으로 골랐다면, 이제는 커피로 그 맛과 향을 즐길 차례다.

원두가 가진 '특징'을 알면 커피를 더 잘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 원두의 긍정적인 성분은 서서히 사라지고, 분쇄되면 더 빠르게 사라진다.

콜라는 뚜껑을 열면 김이 빠지면서, 콜라 특유의 개성이 사라진다.

콜라의 개성을 대표하는 성분은 '탄산'이다.

탄산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눈으로 알 수 없다. 맛을 봐야 알 수 있다.


원두도 이와 비슷하다.

원두에는 콜라의 '탄산'처럼 커피의 다양한 맛과 향을 만드는 성분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런 성분이 얼마나 남았는지 눈으로 알 수 없다.


이 원두의 '성분'은 생두가 볶아져 원두가 되면, 일정 시간 후부터 이 성분들이 서서히 줄어든다.

원두를 분쇄하면, 공기와 접촉이 많아져 성분 손실이 더 빨라진다.


● 원두의 다양한 성분은 원두 안의 미세한 공간에 숨어있다.

원두를 확대해 보면 내부에 아주 작은 공간들이 보인다.

이 공간에 원두의 향과 맛을 만드는 성분들이 존재한다.


시간이 지나면 콜라에서 탄산이 빠져나가듯, 이 미세 공간의 성분들도 점차 사라진다.

물과 만나면 성분 중 일부가 물에 녹아 커피가 된다.

원두는 예민한 재료이기 때문에, 이 성분들을 어떻게 잘 끌어내느냐가 커피 맛을 좌우한다.


원두를 확대하면 아주 작은 공간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 원두가 커피가 되는 과정

원두에 뜨거운 물이 부어지면

미세한 공간으로 물이 스며들었다가 다시 빠져나온다.

일부 성분은 물로 흡수되어 커피가 된다.

일부 성분은 흡수되지 않고 기포로 날아간다. 이로 인해 원두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다.



● 원두의 성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아는 방법 - 3가지

1. 로스팅 날짜를 확인한다.

1) 드립용이라면 로스팅 날짜가 2주 이내의 원두를 추천한다.

2) 상온 보관하더라도 2주만 지나면 성분이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다.


2. 향을 맡아본다.

1) 전보다 향이 옅어졌다면, 성분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


3. 물과 원두의 반응을 본다.

처음 물을 붓고 부풀어 오르는지, 물이 얼마나 빨리 차오르는지로 판단한다.

단, 볶음 수준에 맞춰 적절한 온도와 물줄기를 주었음을 전제로 한다.


3-1. 처음 물을 부을 때(뜸 들이기) 부풀기를 관찰한다.

1) 원두가 부푼다.

연한 갈색~진한 갈색의 원두(약~중배전)의 경우, 부푼다면 긍정적인 성분이 남아 있다고 고려한다.

검은색을 띠는 원두는 제외다. (강배전≒다크로스팅).

원두가 부푸는 것은 원두의 일부 성분이 뜨거운 물과 반응해

기포가 빠져나가며 부푸는 것인데, 강배전 원두는 이 성분이 이미 없어 부풀지 않는다.

참고로 시중에서 검은색 원두는 찾기 힘들다.


※ 참고: 갈색 원두(약/중배전) vs 검은색(강배전) 원두 추출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8_Oj5DlD0yE


2) 수평이다.

긍정적인 성분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3) 싱크홀 생기듯 푹 꺼진다.

이 원두로는 커피로 마시지 않는다.

가늘게 분쇄하고, 성분을 잃은 원두에서 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원두의 미세한 공간에 있던 성분이 사라지고

그 빈틈에 물이 스며들어 무게가 늘어나면서 푹 꺼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싱크홀 현상 영상

https://youtu.be/kll-qlEdhvE



3-2. 물이 얼마나 빨리 차오르는지를 관찰한다.

원두에 물을 부었을 때,

긍정적인 성분이 많으면 물이 천천히 차오르고

긍정적인 성분이 적으면 물이 빨리 차오른다.


처음 물을 주면 원두 성분이 있어야 할 공간을 물이 채운다.

그다음 물을 부으면 이미 공간이 물로 채워지고 빠지지도 않아, 물을 머금은 상태가 된다.

그래서 물을 부어도 빠르게 차오르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아래 영상을 보자,

추출을 위해 매 회차별로 물이 넘칠 것 같을 때 주전자를 멈춘다.

https://youtu.be/p8RGDdr0Z74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원두, 그 안의 개성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오늘 마시는 그 한 잔이, 그 원두가 가진 마지막 개성일지 모른다.

그러니 맛있는 원두가 있다면 아끼지 말고 빨리 먹자.



※ 그림 출처

https://handground.com/grind/an-intuitive-guide-to-coffee-solubles-extraction-and-t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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