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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두가 민감한 재료라 관찰하며 살살 추출한다.

시계와 저울 없이 내가 내리는 방법.

by 커피디

나는 핸드드립을 15년간 즐겨왔고,

그동안 수많은 카페를 찾아다니며 맛보고, 직접 생두를 볶고, 직접 다양하게 내려마셨다.

그중 내 입맛에 맞는, 내가 사용하는 추출방법을 소개한다.


나도 중간에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며 맛을 보았다.

그중 커피 사부님이 알려준 이 방법이 내 취향에 가장 잘 맞았다.

다른 방법에 비해 깔끔하고, 맑고, 개성이 뚜렷하다.

나는 도제식으로 커피를 배워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를 좀 더 쉽게 풀어본다.


● 물을 부을 때 '살살', '안정적으로' 붓는다.

앞서 설명했듯 원두는 민감한 재료다.

그래서 물을 살살, 안정적으로, 조금씩 여러 번 부어

원두 성분을 매 회차별로 조금씩 추출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 시계와 저울 대신 물과 원두의 반응을 '관찰'하고 물을 붓는다.

계란 프라이 혹은 스테이크를 구울 때를 떠올려보자.

눈으로 익힘 정도를 보고 불을 조절하거나, 뒤집거나, 불을 끈다.

대부분은 시간을 측정하며 익히지 않는다. '익었는지 관찰'하며 뒤집거나 멈춘다.


고기가 익었는지 눈으로 보면서 굽듯,

원두도 긍정적 성분이 얼마나 남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곳은 의외로 드물다.

'감각'으로 내린다고 볼 수 있으나, '감각'보다는 '관찰'이다.


크게 4가지를 관찰하고 물을 붓는다.


1. 뜸 들이기 할 때 원두의 부푸는 수준

- 부푸는 수준은 원두 분쇄도와 물줄기 굵기와 관계가 있다.

- 부푸는 이유는 원두 성분 중 물에 안 녹는 성분이 빠져나가면서 부푸는 것인데,

분쇄도가 너무 두꺼우면 기포가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적게 부풀수도 있다.

- 적정 분쇄도와 적정 온도를 사용하여 물을 부었을 때,

원두가 부풀거나 수평이면 추출하고, 푹 꺼지면 마시지 않는다.


2. 물이 차오르는 속도

- 커피는 원두의 미세한 공간으로 물이 들어가 원두 성분과 만나 다시 나오면서 커피가 된다.

- 추출이 진행될 원두 성분이 줄어들기에 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 매회 차별 물이 넘칠 것 같으면 물 붓기를 멈춘다.


3. 원두 향의 변화

- 추출이 진행되면 원두 향이 날아가기에, 처음의 원두향이 점점 약해진다.

- 이를 위해 추출 과정 중 향을 맡아가며 추출한다.

- 향이 사라지거나 불쾌한 향이 나면 추출을 멈춘다.


4. 거품의 색

- 추출하면 거품색이 점점 하얀색으로 변한다.

- 하얀색을 보고 추출을 멈추는 기준으로 추가한다.



고기가 익어가는 걸 보며 뒤집고 먹듯이,

원두도 긍정적인 성분의 수준을 관찰하며 추출할 수 있다.


이 관점을 기준으로, 아래 영상을 다시 보자.

로스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긍정적인 성분이 많은 원두는 추출 시간과 추출 가능한 양이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 시간이 지나 긍정적인 성분을 잃은 원두는 추출시간도 빠르고 추출 가능한 양도 적다.



https://youtu.be/p8RGDdr0Z74



● '관찰'을 통해 추출하는 과정 (약/중배전 기준)

1. 준비하기

- 로스팅 수준과 내 물줄기를 고려하여 분쇄한다.

- 1인분은 주로 원두 20g, 멜리타 드리퍼, 약/중배전은 88도~92도를 사용한다.


2. 처음 물 붓기(≒뜸 들이기)

- 차분한 물줄기로 드리퍼 중앙을 중심으로 작은 타원을 안에서 밖으로 그리며 물을 붓는다.

원두는 중앙에 가장 많이 몰려있기 때문에 많은 곳에 물을 더 주는 것이다.

- 원두의 부풀기를 관찰하고 향을 맡는다.

- 부푼다면 부품이 멈춘 뒤 추출하고, 수평이면 5초~8초 정도 기다리고 추출을 이어간다. 푹 꺼지면 안 마신다.


3. 여러 번 물 주기 (≒추출하기)

- 얇은 물줄기로 드리퍼 중앙에서 밖으로 작은 타원을 그리며 물을 붓는다.

- 물이 차올라 넘치려 할 때, 원두의 향이 사라졌을 때, 원두거품이 흰색이 되는지 등을 관찰하며 물을 조절한다.

- 이 과정을 반복한다. (2~5회)


5. 마무리

- 이렇게 추출된 커피는 매우 진하다

- 물을 추출량과 1:1로 추가하여 밸런스를 맞춘다.

- 원두 성분을 관찰하며 추출하기에, 추출된 양은 원두 성분에 따라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원두라도 어제는 100ml 추출된다면, 오늘은 80ml만 추출될 수도 있다.

억지로 100ml 결과에 맞추어 추출하면 부정적인 맛이 나올 수 있다.




글로 설명하긴 했으나,

요리도 그렇듯,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다.

직접 내려보고 맛보고 다시 내리는 과정에서 경험과 감각이 쌓인다.


짧은 시간 안에 관찰을 통해 물을 주는 방법은 숙달된 연습이 필요하다.

영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추출할 때 고려해야 할 게 의외로 많다.

몸의 안정성, 주전자의 유연성, 숨 조절, 물주는 타이밍, 손가락의 미세한 조절까지,

이런 요인들이 커피 맛을 바꾼다.


처음부터 이렇게 하기 어렵다.

'이렇게 까지 커피를 내리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보아주면 좋겠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 취향의 깔끔하고 개성 있는 커피를, 내가 원할 때 마시고 싶기 때문이다.

그 한 잔이 주는 즐거움이 내 일상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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