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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우유 Aug 20. 2024

영화 <동경 이야기>

오즈 야스지로가 보는 가족



 영화 <동경 이야기>는 도입부에서 클래식 음악이 삽입되며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보이며 시작된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도시 풍경, 등교하는 아이들, 동네를 가로지르는 열차, 그다음으로 어느 한 집 안의 노부부와 그들의 가족들을 차례대로 조명한다. 관객들에게 연속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의 컷을 연속적으로 보여주어 이 영화는 평화로운 도쿄에 사는 그들의 이야기라고 기대를 심어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가족의 의미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다. 영화 속 인물들과 반대되게, 여전히 평화로운 동경의 모습을 보면 그 ‘가족’의 실상을 더욱 저릿하게 다가온다. 




폐쇄적이면서 개방적인 가족을 다루는 방식 – 편집, 촬영, 로케이션

 영화는 ‘가족’이라는 보편적이지만 개인적인 주제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끔 다수의 다다미샷을 이용한다. 특정한 씬을 제외한 (이를 테면, 외부 전경 씬 등) 경우, 인물의 눈높이 맞춰진 레벨의 샷이 쓰인다. 이에 따라 다큐적인 느낌을 주어 관객들로 하여금 극 중 인물을 관찰하는 혹은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중 하나로 느끼게 해 준다. 추가적으로, 컷의 분절이 눈에 띄게 적다. 여섯 명이 모여 대화하는 장면에서도 컷 편집 없이 롱 테이크로 대화를 끝내기도 한다. 우리는 여기서 인물의 대화와 상황에만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요소로 ‘공간’도 큰 역할을 한다. 


 일본식 가옥의 특징으로는 창호문으로 공간이 분리가 된다는 점이다. 이것들은 개방된 상태로 있어 프레임(공간) 속 프레임(공간) 인물의 동선에 자유를 줌과 동시에 이를 가둔다. 더 나아가, 고정된 카메라 무빙으로 인물들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한다. 이러한 촬영과 편집을 통해 관객은 인물들이 어디로 움직이고 무엇을 행동하는지 쫓아가게 된다. 제한적인 편집과 무빙으로 프레임 내부의 내용물(대화)과 인물들(의 동선과 표정)이 돋보이기도 한다. 




고립된 노부부의 곁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방식 – 사운드

 필자는 극 중 노부부가 가족과 고립된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장면은 온천 여행 씬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을 보러 지방에서 올라온 노부부는, 자식들의 현업에 뒷전이 되어 자식들이 보내 준 온천으로 향한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좋은 온천과 숙소는 그들에게 젊은이들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투숙객들이 놀이를 하는 장면에서 들려오는 공연소리는 곧이어 연주하는 악단의 모습이 나오며, 논디에제틱 사운드는 디에제틱 사운드로 전환된다. 의미 없는 일본풍 음악이, 가족에게 짐이 된 듯한 기분에 우울한 노부부를 잠까지 들지 못하게 하는 시끄러운 소음으로 해석되게 하는 지점이다.  


 노부부 중 한 명이 죽고 나서야 오노미치(노부부의 거주지)로 자식들이 찾아온다. 노부부가 그저 자식들을 보고 싶어 저 멀리 동경까지 찾아온 것과 비교된다. 여기서도 다큐적인 측면이 가족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어머니가 죽은 비극적인 상황임에도 카메라는 그들에게 다가가지는커녕 더욱 멀어진다. 풀샷에서 어머니를 둘러싸고 앉은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보게끔 한다. 죽은 어머니는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다. 영화 <동경 이야기>는 관조적인 시점에서, 절제되고 담백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블록버스터 영화 같이 화려한 편집, 촬영, 미장센 등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절제를 통해서 압도에서 더 나아가 영화 속으로 내던질 수 있는 방식을 영화 <동경 이야기>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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