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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해 May 19. 2022

[k의 기록] 4. 나는 사랑한다.

아이 떨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아, 눈 뜨기 싫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본 적 있는 사람? 이라고 물으면 아마도 열이면 열하나 그런적 있다고 하지 않을까? 삶이 고단해서, 취직이 안되서, 인간 관계가 어려워서, 배신당해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등등.


아침을 싫어할 이유, 즉 또 다시 하루를 시작하기 싫어할 이유는 세상에 수두룩 빽뺵하다.


나 같은 경우는 카페 운영하기 싫어서였다. 벌써 지루하고 지루했다. 나는 지극히 충동적이고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상담실에서 받았던 기질테스트에서 '자극성 추구'에서 100점 만점이라 치면 99점이 나올 정도로 자극을 쫓아가는 나에게 이 하루하루가 너무 지루했다. 고작 3개월차에 말이다.


1년만 해보자, 망하든 팔아버리든 나는 해 볼만큼 해 봤다 라는 이야기 나올 정도로 후회없이 하자고 목표를 세웠는데 1년은 커녕 아침에 눈을 뜨면 지금 당장이라도 카페를 팔아버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악 내 인생.


진짜 사람 마음이 웃긴다. 어제는 '그래, 내일도 힘내보자!' 하고 잤는데 아침에 정신이 들자마자 '오늘도 나가야해?' 하고 싹 바뀌어버리는 마음이라니. 간사하고 또 간사하다. 야행성 인간이라 어제는 새벽감성이었던 거냐고 하면서 베개를 쥐어 뜯어봤자 태양은 떠올랐다.


시간을 미루고 미루다 지금 출발 안하면 도저히 안 될 시간까지 가서야 어기적 일어나 카페로 향했다. 늘 하던대로 문을 따고 들어가 오븐기를 켜고, 늘 하던대로 커피 한 잔 뽑아 먹고, 늘 하던대로 포스기를 켜고, 늘 하던대로..... 악 지겨워.


다들 이러고 사는건가? 다들 이렇게 매일 반복적인 삶을 살았나? 나도 그동안 이렇게 살았던가? 그래 그랬다고 치자. 그런데 이번만큼 이렇게 진물날정도로 끔찍하게 무거웠던 적이 있단 말인가?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야 하는 사장이라 그런가보다. 그래, 그래서 시간의 상대성 이론에 따라(?) 하루 24시간이 달라진거지. 남 밑에서 일할 때보다 시간이 두 배로 무거워져버렸어. 그러니까 나는 24시간이 48시간처럼 느껴지는 거야! 그러니까 지루하지. 드래곤볼에 시간의 방이 있잖아. 그런 것 같은거야. 하고 납득해봤다.


혼돈의 머릿속과 마음을 일단은 카페인으로 달랬다. 어제 못 판 수제쿠키도 한 입 먹으면서 뇌를 깨웠다. 진정해. 이미 벌어진 일이야. 너는 카페를 하고 있고 이미 너는 카페와 한 몸이 되어버린거야. 1년이잖아. 1년간은 너의 하루 하루는 카페로 이루어져 있을 거야. 3개월 전으로 아니, 불과 몇 분 전으로 돌아가는 초능력이 없는 게 세상의 이치라면 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네가 정신만 차리면 뜻대로 다룰 수 있는 건, 손님의 발걸음도, 가게 매출도, 시간도 아닌 너의 생각과 마음이야.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좋아, 좋아, 좋아. 고작 30대 어느지점의 하루를 보내며 인생 다 산 것처럼 지루해 하지 말자. 넓게 보자.


나는 나와의 싸움에 일단 조건부를 달아두기로 했다. 1년이다. 1년은 반드시 카페를 할거야. 이건 변하지 마.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나에게 거는 주문이자 구속이었다.    


그러고 난 다음, 하루의 자극제를 찾기로 했다. 지루한 하루를 견뎌내게 하는 것. 옥시토신, 엔돌핀, 도파민 아무튼 그게 뭐든 살아갈 힘을 주는 호르몬들을 의식적으로 뽑아내기로 했다. 인류에게 제일 좋은 자극제는 사랑 아닌가. 나는 내 하루를 사랑하게 해줄 대상을 생각해봤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글쓰기' 였다. 글을 쓸 수 있는 한 인간이라는 말을 김영하 작가가 강연에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꽤 인상 깊은 말이었고 공감했었다. 좋다. 내가 사랑하기에 좋은 대상이었다. 나는 오늘 하루는 글 쓸 생각에 설레며, 글 쓸 생각에 웃기로 했다.


나의 오늘을 글을 쓰기 위해 사랑한다. 글을 쓸 수 있기에 나의 하루가 특별해진다. 내가 있는 이 공간, 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 익숙한 풍경들이 갑자기 가슴 떨리게 했다. 글쓰기를 떠올리자 사랑에 빠져버렸다.


오늘은 글쓰기와 열렬하게 사랑하고 내일은  다른 대상을 찾아 필연적인 사랑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 하루는 사랑으로 가득찰 것이다.


내일이 기다려지네. 호호. 알라뷰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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