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앵두는 고3이 되었다. 그녀는 대학입시 준비로 바빴지만 전등남을 관리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대학입시 수학능력평가는 국어, 영어, 수학에 이번에 새로 도입된 사회탐구과목인 지리를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대치동 족집게 과외를 하고, 일요일 오전이면 한 달에 두 번은 꼭, 전등남을 만나러 정육점에 갔다. 전등남을 다른 여자로부터 빼앗은 다음, 지키기 위해서였다,
전등남에게는 여러 쌍둥이 여동생들이 있었는데 그중, 3년 터울의 세 쌍둥이 여동생들 베프와 연분이 막 생기려 하고 있었다.
이고녀였다.
이고녀는 이 여동생들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한 친구 사이였다.
친구들이 자기 오빠는 천재라며 하도 자랑을 늘어놓는 바람에 이고녀에게는 하나의 목표가 싹트고 있었다.
그것은 전등남과 자신이 혼인하여 그 아이들로 하여금 천재성을 잇게 하겠다는, 정식 결혼을 전제로 한, 여자로서 인생의 궁극적 목표였다.
이 엉뚱하고 고집스러운 목표를 가진 '이고녀'는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 전등남의 동생들과 함께 그에게 특별 공부지도를 받으러, 그의 집 문지방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그래서 전등남은 그 3년의 무료 특별 과외를 통하여, 이고녀의 성격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이고녀는 그 당시 유행하던, 변질된 한국의 페미니스트들과 다르게,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보기 드물게 품성이 착하며, 어른을 공경하며, 가정의 행복을 꿈꾸는 야무진 아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 둘은 시간이 갈수록 친해졌다.
대학생이 되어, 쌍둥이 여동생들은 가끔 떼거리로 클럽에 가곤 했다.
"오빠 클럽 보디가드 좀 해주라. 우리 거기 가고 싶은데"
"그래? 너네들 보디가드가 또 필요한 모양이구나. 클럽에서 결혼할 남자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알았지?"
"알았어 걱정 마. 우리는 다, 학교에서 점찍어 놓은 남학생들이 있단 말이야. 클럽은 우리들끼리 맘껏 놀려고 갈 뿐이야"
여동생들이 클럽에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때면 의례히 그 자리엔 이고녀가 함께 하였다.
그래서 이고녀는 수차례 전등남을 완벽하게 자신의 남자로 만들 기회가 있었지만, 이 오빠는 넘어올 듯하면서도 마지막 선만은 지키는 것이었다.
한 번은 일부러 술이 취한 척한 이고녀를 두고 여동생들이 먼저 다 사라져 버리자, 이 천하의 우둔한 전등남이 그녀를 둘러메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는 동생들 방에 재운 것이다. 그렇지만 이고녀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오빠 방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였다.
이고녀가 대학 2학년이 되자마자 전등남은 달라졌다. 갑자기 그녀를 여자가 아닌 여동생으로만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앵두의 출현 때문이었다.
이고녀는 전등남을 취할 기회가 무수히 있었음에도, 여자라는 한 가지 자존심 때문에 전등남이 자신의 옷을 벗겨주기만을 기다렸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그때부터 이고녀는 자신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면, 절대로 놓치지 않으리라는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냈다.
전등남은 원래, 이고녀가 잡은 물고기였지만, 방심한 바람에 그 물고기가 퍼덕이며 엉성한 그물망을 벗어나 버렸다.
반면에 앵두에게 있어 전등남은 남의 물고기였지만, 이미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왔으므로,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천라지망을 펼쳤다. 그녀는 어렸지만, 어장관리라는 본능에 충실하였다.
"오빠! 오늘은 왜 푸석푸석한 거야? 어젯밤에 한잔 때렸구나"
"엉. 여동생들이 클럽 가는데 보디가드를 해달래서. 그래서 거기서 맥주를 몇 잔 마셨을 뿐이야"
"오빠! 술 마시면 절대 안 돼! 머리가 망가진단 말이야. 딱! 한 잔 정도는 봐줄 순 있지만 그것도 내년에 나 대학 들어가면, 그때 나랑 마셔. 알았지?"
"알았어"
앵두는 이렇게 고3 때부터 전등남을 깜찍하게 그루밍하기 시작하였다.
"앵두야! 여자들은 술 마시면 왜 똥을 그렇게 자주 싸는 거야?"
"아니 오빠, 무슨 일이 있었는데?"
"클럽 화장실 있잖아. 전부터, 맥주 들어가면 동생들이 화장지를 뽑아서 들락날락하는 거 있지? 얘네들은 화장실 거 안 쓰고 자기들이 챙겨간 티슈만 쓰거든. 도대체 하룻밤에 몇 번씩이나 똥을 싸는지 몰라. 여자는 다 그런 거야?"
앵두는 이 때다 싶었다. 그녀는 전등남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귓전에 닿는 새근새근 한 앵두의 숨결에 그의 귓바퀴 속 솜털이 일어났다. 순간 엄청난 수 만 볼트의 전기에 감전된 듯한 쾌감이 그의 전신을 관통하였다.
"오빠 똥 싸는 게 아니고 오줌 싸는 거야. 싼 후엔 거기 닦으려고 휴지를 가져가는 거지. 여잔 남자들하고 달라서 거기 털에 오줌 묻거든. 털 하고, 거기 살 하고, 오줌 나오는 구멍을 닦으려고 가져가는 거야.
오빤 몇 개월만 기다려 줘. 내가 대학 들어갈 때까지! "
앵두는 어렸지만, 순간 성공적으로 전등남을 화끈거리게 하여 자기 남자로 만들어버렸다. 전등남으로부터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바로 받아내었던 것이다.
이렇듯 앵두는 본능에 충실하였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전등남이 정말 보기 드문
희귀한 천연기념물인 '만기제대 숫총각'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더욱더, 머지않은 장래에 자신이 직접 남자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던 것이다.
2005년 11월 12일, 토요일,
드디어 7차 교육과정이 처음 도입되는 수능시험이 끝났다.
당시, 당국은 대학에 입시 자율권을 좀 더 부여해, 수능점수와 함께 석차와 학생부를 입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조금은 영리하면서 노력형인 앵두는 1등급 초반대여서 학생부 또한 자신이 있었다.
심신이 홀가분해진 앵두는 그날 밤 전등남과 합방을 하려고 작정하였다.
졸부가 된 앵두의 아빠는 대학생 알바 첩년을 얻어 딴살림을 차렸겠다, 엄마 또한 한몫 단단히 챙겨놨겠다 하던 세탁소를 그만두고 호스트바 선수들을 키우는 문란한 성생활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렇듯 앵두 부모는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
수개 월 전부터 앵두의 출현을 알아차린 이고녀는 쌍둥이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수능시험이 끝나던 날 밤, 엄마인 공주가 아프다는 핑계로 전등남을 앵두로부터 떼어놓았다.
그 일이 있고부터는 전등남의 식구들은 이상하게도 자주 아프기 시작하였다.
할머니가 편찮으시질 않나, 엄마인 공주가 생리통으로 하루 종일 누워서 끙끙 대질 않나, 쌍둥이들이 집단으로 아프질 않나 이고녀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
착한 이고녀와 전등남을 이어주려고 식구들 모두가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만의 지연일 뿐, 앵두의 피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들끓고 있었다.
천재 전등남은 3학년 6학기를 마치고 2006년 2월 24일 스카이대를 3년만에 조기졸업하였다.
2006년, 앵두는 전등남이 대학원생으로 재학하고 있는 SKY대 천문학과 옆 건물에 있는, 문과대학 인문학부에 진학하였다.
3월 9일 목요일,
2월 13일부터 2월 24일까지 오빠와 둘이서 희희낙락하면서, 온라인으로 수강신청도 끝냈겠다 이제 앵두는 본격적으로 공부만 하면 되었다.
전등남은 일부러 문과대학 건물 주위를 서성거렸다. 앵두와 함께 학교 구내식당에서 천오백 원짜리 아침 겸 점심 브런치를 먹기 위해서였다.
"오빠! 많이 기다렸구나. 문자라도 보내지 그랬어?"
앵두가 더욱 슬림해진 삼성 애니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냥. 기다리는 재미도 있잖아. 배 고프지? 밥 먹으러 가자"
"그럴까? 머 먹을까?
대학원생이 된 전등남과 문과대 1학년 새내기 앵두가 교내에서 서로에게 다가갈 때면, 늘씬한 베이글녀가 큰 소리로 "오빠! 우영오빠!" 하고 큰 소리로 불렀기 때문에 남녀 학생들은 전등남과 앵두를 대단히 부러워했다.
그런데, 앵두는 대학에 진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휴게실에서 접근해 온 어떤 여자선배에게 영업당했다.
앵두는 그녀의 감언이설의 꾐에 빠져, 막시즘을 연구한다고 하는 민족학연구회에 덜컥 들어갔다.
그 연구회는 겉으로는 막시즘을 연구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비혼주의를 내세워서 오로지 자유연애만을 목표로 하는 폐쇄적인 LGBTQ+ 비밀동아리였다.
사건은 이때부터 일어났다.
원래 비밀동아리 회원들은 내 것, 네 것 이런 사유재산의 관념을 싫어했다. 따라서 성에 있어서도 서로의 육체는 나눠야 할 대상이었다.
비혼주의를 빌어다 양성 평등주의를 접목시키고, 여기에 성의 공용화를 목표로 하는 양성애적인 성소수자 LGBTQ+ 집단이었던 것이다.
신장 175cm, 앵두의 달덩이 같이 큰 엉덩이에 숨어있는 여성은 비밀동아리의 공동 소유가 될 것은 시간문제였다.
막시즘은 개뿔! 그들은 그 목적을 위해서 양성애를 서슴없이 하는 변태적인 성소수자 LGBTQ+였다.
앵두는 비동에 가입하자마자 남녀 선배들에 의해 여왕으로 추대되었다. 그리고 모두로부터 여왕 신분에 걸맞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리하여 앵두는 그 동아리에 가입한 후, 반년도 채 지나기도 전에 양성애의 걸레로 변해 있었다.
2006년 3월 24일 금요일,
비밀동아리 회원들은 지리산 피아골의 경치와, 구례군 산동면의 서시천변 물가를 따라 피는 산수유 꽃도 구경할 겸, 단합대회 겸사, 일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MT를 떠났다.
2박 3일의 일정이었다.
오후 늦게 서시천에 다다르니, 지천에 새싹이 나기도 전에 노란색 꽃부터 피어 봄을 알리는 정령, 산수유 꽃이 갈색의 가느다란 줄기에 온통 방울져 있었다.
물이 발목 높이로 차오른 서시천의 냇물에도, 널린 돌이며 작은 바위에도 온통 노란 꽃이 피었다.
비동 회원들은 민가의 독채를 빌려 민박을 하였다. 여자들이 싸늘히 식은 방에 굼불을 때고, 청소를 하는 동안, 남자들은 메라는 큰 쇠망치를 들고 서시천으로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
예로부터 산동면 반곡마을 서시천 근처의 사람들은 겨울이면 꽁꽁 언 얼음을 깨고, 메로 힘껏 큰 돌들을 내리쳐서 물고기잡이를 하였다.
그 충격으로 큰 돌이나 작은 바위 밑의 물고기들이 떠오르면, 얼른 바구니에 주워 담는 전통방식의 물고기잡이였다.
지난겨울방학 때, 비밀동아리 남녀학생들은 민가를 빌려 장기간 집단 신혼 시간을 보냈다.
그때 주인아저씨가 그 방법을 서시천에서 직접 보여 주었는데, 이들은 지금 놀이 삼아하고 있었다.
물고기는 한 마리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 놀면서 해가 지자, 민박집으로 향하였다. 지리산 자락의 해는 금방 떨어졌다.
여새내기들이 방청소를 할 동안, 여자 선배들은 바깥에서 부엌 아궁이에 걸린 가마솥으로 밥을 하고, 구들장에 살이 델 정도로 굼불을 지폈다.
한 남자 선배가 부엌에 들어가서 여선배들과 무엇인가를 속닥이더니 여자들만 전부 방으로 들어갔다.
윗목까지 누렇게 변색한 오래된 장판이 방안이 지금 얼마나 후끈한지를 말해주었다. 여자 선배들과 새내기들이 라면에 밥 그리고 주인집에서 얻어 온 시골김치에 소주와 막걸리 상을 차렸다.
바깥은 싸늘하였지만 방 안은 너무 더워서 다들 반소매 차림이었다.
이 비밀동아리에서는 새내기가 가입하면 항상 그들만의 신성한 의식을 은밀히 거행하였다.
신학기 들어, 처음 그런 의식이 벌어지는 날이면 먼저 여자들끼리 자리를 갖고, 여자 선배들이 술을 한 잔씩 돌리면서 바람을 잡았다.
지금 그 비밀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선배들은 별의별 훼괴한 논리를 전개하고, 여성 해방 구호를 외쳤다.
이어 여왕에게 충성 맹세를 하자, 앵두는 구름 위를 떠다녔다. 그리고 여왕에게 바치는 여선배들의 술잔을 연거푸 들이킨 연후, 새내기들을 비롯한 모든 여자들에게 술잔을 가득 채워 하사하였다.
술들이 얼큰해지자, 여선배들은 솔선수범하여 자신들부터 탈의하고, 여왕과 후배 여자애들에게 탈의할 것을 요구했다.
술기운에 기댄 여왕과 새내기들의 탈의가 끝났다.
여자 새내기 3명 중, 앵두가 제일 예쁘고, 몸매도 늘씬하였다. 새 여왕의 가슴은 조그만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 몸에 보기 좋게 착 달라붙어 있었다.
바가지 중앙의 작은 핑크색 돌기가 딱딱하게 변해 있었고 전 여왕이 새 여왕 앵두의 발에 키스를 바쳤다.
이어 모든 여자들이 여왕의 맨 발에 충성의 키스를 바쳤다.
전 여왕이 새 여왕에게 남자들도 모두 키스를 바쳐야 한다고 그들을 안으로 들이도록 윤허해 달라고 읍소하였다. 그러자 여왕이 된 앵두가 발그레한 얼굴로 이를 윤허하였다.
밖에서 여왕의 명을 전해 들은 남자 선배들과 남자 새내기 2명은 방으로 들어가 서둘러 탈의를 하였다.
그들의 아래는 욕망으로 번들거렸으며 걸을 때마다 꺼덕거렸다. 앵두와 여자 새내기들은 그 모습들을 보면서도 마법에 걸린 듯, 무엇엔가 홀린 듯이 부끄럽지가 않았다.
처음에 양성애를 혼자 당하면 거부하고 난리가 나겠지만, 세 명이 같이 하고 더군다나 신성한 의식을 거행한다니, 무섭기는커녕 오히려 극도로 흥분되었다.
새 여왕에 대한 모든 남자들의 예가 끝나자, 남녀선배들은 여왕과 새내기들을 희롱하였다.
그들은 여왕과 새내기들의 새로운 곳을 만질 때마다, 몸 그곳이 아름답다는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잠시 후, 발딱 선 여왕의 두 돌기가 어디로 튈지 갈 방향을 모르고 어쩔 줄 몰라하자, 그들은 여왕을 바닥에 눕혔다. 다른 새내기들도 눕혀졌다.
드러난 앵두의 엉덩이와 허벅지는 진짜 여왕벌처럼, 다른 여자 새내기들보다 월등히 컸다.
입술들이 여왕의 가느다란 허리를 지나자, 거웃이 이성을 유혹하는 페로몬을 내뿜고 있었다.
선배들은 쉴 틈을 주지 않고 새근거리는 앵두와 새내기들의 여성을 향했다. 그리고는 다리를 벌려 거웃 속에 숨겨진 여성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번갈아가며 여왕을 포함한 신입녀들과 교접하여 신비혼주의에 기댄 자유연애의 신성한 의식을 완성하였다. 이 의식은 2박 3일 동안 밤이고 낮이고, 그 이후 날에도 가끔 계속되었다.
앵두의 큰 신체는 그녀가 첫 경험이었데도, 남자 선배들을 전부 받아내기에 별다른 무리가 없었다.
3명의 새내기 여자들 중에, 파과의 꽃은 하나만 피었다. 바로 앵두였다.
전등남에게 줘야 할 꽃을 앵두는 허무하게도 이년, 저년, 이놈, 저놈들에게 그냥 줘버린 것이었다.
비밀동아리 첫 단합대회를 치른 후, 남자 선배들은 틈만 나면 앵두의 공짜 아래를 노리고 접근하여 앵두의 탐스런 육체와 영혼을 갉아먹었다.
앵두 또한 튕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기기에 바빴다. 마치 자유만 존재하고 책임은 영원히 없을 것만 같았던 달콤한 날들이었다.
그 결과, 앵두는 한 학기에 두 번이나 성병에 걸려 산부인과를 출입하게 되고, 한 번의 임신중절 수술도 받았다. 그녀는 이미 타락한 요녀였다.
앵두는 양성애를 동반한 그룹섹스의 쾌락과 여성 보건이라는 두 가지의 양립할 수 없는 난제에 부딪쳤다.
"자식들 마치 미국 1960대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연합 SDS의 일부 양아치들 하는 수법과 대충 비슷하잖아"
라비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제니가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끼어들었다.
"지금은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막시즘을 연구하는 이런 비밀동아리나 연합회가 거의 사라졌잖아"
브라질의 마르코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제니의 말을 이었다.
"브라질에서는 브라질공산당(PCdoB)이 사회주의청년연합(UJS)을 조직했는데 현재는, 좌파 공산주의 정치 활동은 물론 인권, 빈부격차, 환경 보호 같은 사회적 활동도 하고 있어. 그들은 항상 위선의 가면을 쓰고 접근하지.
그래서 전에, 군사독재시절(1964-1985)에는 공산당 학생회가 이런 독재에 맞서 싸우기도 했지만,
비밀동아리 이자들처럼 타락하지 않았어. 이자들은 사회의 고름이야"
마르코의 비분강개한 발언이 끝나자 라비가 거들었다.
"저네들은 자신들이 능력이 없으니까 여자도 돌려 먹자는 쓰레기 녀석들이야. 위장 막시즘에, 위장 비혼주의자들이지"
라비의 말에 침묵하고 있던 아이샤가 자국 정부의 공산주의 활동 금지에 대해 뿌듯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우리 말레이시아에서는 공산당 학생회 활동은 불법이야. 우리나라에서도 말라야공산당(MCP)이라고 있었는데, 1948년부터 태국 국경 정글에 들어가 무력 투쟁을 해서 말레이시아 비상사태를 일으켰어. 결국 이들은 1989년에 해체되었지만"
이에 파티마가 말을 받았다.
"저네들 대부분은 중국에서 넘어온 놈들이었어. 화교말이야!
저네들이 정글 속에서 무장 투쟁을 하는 데 있어서, 자기들 좋으라고 여성의 공동 소유화를 만든 거야"
"천벌을 받을 놈들 섹스에 무슨 사상이나 종교를 결부시키냐. 내키면 그냥 하면 되지. 앵두 저년은 원래부터가 영혼까지 쉽게 타락할 '여왕벌콤플렉스' 걸레년이었어"
제니가 이렇게 큰 획을 긋자, 비밀동아리 연구회의 공동 남 여성 문제는 '여왕벌콤플렉스'로 일단락되었다.
프로이트의 심리 분석처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동들이 동일시를 하듯이, 앵두는 '포도를 쳐다보는 여우'처럼 여왕의 권위와 지위를 갈망한 나머지, 전 여왕에 동일시하였고, 새내기들은 생존을 위해 남녀 선배는 물론, 전 여왕과 새 여왕에 동일시하였던 것이다.
끊겼던 라비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앵두는 생존본능이 뛰어난 아주 영악한 새내기였다. 그녀는 임신중절 수술 후,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이 파멸되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래서 자기 밑에 똬리를 틀려는 뱀들을 차츰 멀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전등남에게 돌아가서 그를 자기 남자로 길들였다.
그러자 막시즘과 비혼주의를 내세워, 앵두를 프리섹스로 타락시킨 비밀동아리 회원들이 질투에 미쳐버렸다.
앵두의 서구형 육체가 주는 달콤한 그 맛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비밀동아리의 남자들이 전등남을 찾아 가, 그간 앵두가 무슨 짓을 해왔는지를 다 까발려 버렸다.
즉 앵두 순결은 우리가 따 먹었다. 그러니까 앵두는 우리 것이다. 그리고 그년은 남자여자를 가리지 않는 더러운 년이니까 버려라. 대신 자신들이 그녀를 돌봐주겠다는 소유권 주장의 취지였다.
이를 전해 들은 전등남은 앵두에게 천재적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앵두의 서구형 육체가 천재의 분노를 가라앉힌 것이다.
그래서 앵두는 변질된 비혼주의 LGBTQ+ 비동 연구회를 피해 쟉은 엄마의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숯불구이집 식당을 하는 '이모님''이란 분이 있는 로스앤젤레스로 급히 유학을 가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리고서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전등남을 필사적으로 길들였다.
그녀에게 잠자리는 하나의 어장관리 수단이었다. 그녀는 비밀동아리에서 남자, 여자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그간 전등남을 길들여 왔었다.
어느 날 한차례의 사랑이 끝나고 앵두가 아직도 위에 있는 그를 빤히 보며 물었다.
"오빠도 알다시피 난 여왕이야. 여왕은 첩들을 거느릴 수 있어.
비동에서 여러 사람이랑 그룹섹스한 후로는, 한 남자하고만 하는 그런 결혼 생활은 못할 것 같아. 오빤 내 섹파를 인정하고 나하고 결혼할 수 있어?"
앵두의 이런 황당한 요구에 깜짝 놀란 전등남은 그녀의 몸 위에서 내려와 누웠다. 그리고 그녀와의 함께 했던 숱한 날들과 황홀했던 지난 밤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서는 너무 간절했던 나머지, "할 수 있어! 네 섹파가 남편 역할하고, 내가 남첩이라도 좋아. 나만 버리지 마!"라고 하며 앵두에게 애원하였다.
이렇게 해서 "4. 남첩이라도 좋아. 나만 버리지만 마!"라는 기막힌 이야기 제목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미국에서 돌아오는 대로 오빠랑 결혼식 올릴 게. 일단 혼인신고부터 하자. 대신 내가 누구랑, 무얼 하던 절대 질투하면 안 돼. 오빤 앞으로 내 남첩이야! 약속할 수 있어?"
"그래 약속할 게. 그런데 지금 당장 혼인신고는 좀 무리야. 그리고 미국에서 잠만큼은 꼭 집에서 잘 거지?"
"그야 당연하지. 난 로스엔젤레스에서 아파트를 얻어 남첩 키울 거야. 대신 오빠는 나 몰래 바람피우면 안 된다! 첩이 바람피우는 법은 없잖아 "
"알았어. 그런 일은 동서고금에도 없을 거야. 그런데 언제까지 돌아올 거야?"
"사람들이 날 잊을 때까지. 딱! 5년만 + 5년만!"
"머? 10년? 그래도 그렇지, 그건 너무 길다"
"난 그 연놈들 여왕이었어. 5년은 잊기에 너무 짧아. 6년째부터는 꼭, 일 년에 적으면 한두 달, 많게는 두세 달 와서 살게. 기러기부부들은 우리들보다 더해. 십 년간 아예 얼굴도 못 보는 부부들 많다고! 11년째에는 완전히 귀국할 게. 나 이번 달 생리도 아직이야"
"앵두야. 너 내 아기 가진 거야?"
"그런 거 같아. 그러니 기다려 줘. 알았지?"
"그럴게. 천년이라도, 만년이라도 기다릴 게. 대신 내가 아기 보러 가도 돼?"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오빤 이제부터 내 첩이다. 나 미국 가면 혼자는 못 사는 거 알지?"
"그래 알았어. 대신 한국어 하는 남자나 우리나라 사람은 절대 안 돼"
"알았어. 나도 오빠의 섹파도 인정할 게. 그러나 이고녀만은 절대 안 돼. 잠도 밖에서 자면 안 돼. 콜?" "콜!"
"혼인증표로 서로의 머리카락 잘라 교환하고 맹세하자!"
이렇게 해서 전등남과 앵두는 동가식서가숙의 특이한 결혼 약속을 주고받았다. 천재인 그가 너무나 멍청하게도 이 어린 여왕벌 요녀의 임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젊고, 풍만하며, 싱싱하고 게다가 글래머러스까지 한 육체에 미친 이 천재 녀석은 앵두를 엄마공주 몰래 자신의 호적에 올려버렸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앵두가 그렇게 해 버린 것이었다.
앵두가 그렇게 결행한 것은 전등남의 엄마, 아빠의 재산이 자신들보다 많다고 어림잡았고, 그의 천재성은 어림 짐작한 현재의 재산보다 훨씬 더 자신을 부유하게 해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비동에서 여왕벌이었듯이, 미래에도 남첩들을 거느린 진짜 '사모님'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의 발로에서, 앵두는 싫다는 전등남을 억지로 끌고 다니면서 반강제적으로 혼인신고를 해 버린 것이었다.
며칠 뒤,
앵두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도도히 나타났다. 앵두는 화월용태! 부용, 그 자체였다!
침어낙안 폐월수화라고 했던가.
누구라도 그녀를 마주한다면, 물고기면 가라앉고, 기러기라면 떨어지고, 달이 부끄럽고, 꽃을 떨굴 정도로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었으리라!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서, 하이힐을 신고, 연보라색 멀구슬 짙디 짙은 꽃향기를 풍기면서, 또각또각 출국장 게이트로 걸어 들어가는 그녀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