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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피네올리브 May 14. 2020

가슴을 쥐어뜯는 이화중선의 육자배기 가사 남도잡가

1990년 꽃피네올리브는 늘 남도잡가를 즐겨 들었는데 특히 슬프디 슬픈, 가슴을 쥐어뜯는 이화중선의 남도잡가 육자배기 가사를 늘 듣고 따라 하고 흥얼거렸다.

아침이면 LP 레코드판이 턴테이블 위에서 스케이팅하듯이 미끄러지며 긁히는 듯한 잡음 소리가 이화중선의 육자배기를 더욱더 맛깔나게 하고 있었는데~


인터넷 특히 네이버에 육자배기를 논농사 노동요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육자배기는 주로 여자들이 부르며 여자들은 밭농사를 주로 담당했다. 한없이 구슬프며 느리디 느린 진양조의 육자배기가 노동요로 쓰였을 리 만무하다.


꽃피네올리브는 어릴 적 음악. 미술 등 깊은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음악에 있어서는 국악 특히 남도잡가 및 판소리와 산조를 좋아했으며 오페라며 교향곡이며, 성악이나 기악이나, 재즈, 하드락, 트로트, 동요 등 모든 장르에 있어 예나 지금이나 절대 편식하지 않는다.


이화중선의 육자배기 진양조 가사

사람이 살면은 (6-1)

몇백 년이나 사드란 말이냐 (6-2)
죽엄으 들어서 (6-3)

제자노소 있더냐 (6-4)
살아서 생전으 (6-5)

각기 맘대로 놀거나 허~ (6-6)

자던 침방 들어갈 제 (6-1)

향단으게 붙들리어 (6-2)
이리 비틀 저리 비틀 (6-3)
정신없이 들어와서 (6-4)
안석을 부여잡고 방성통곡 우는 모냥(모양)은 (6-5)
사람으 인륜으흐  차마 볼 수 전히 없구나~ (6-6)


꽃피네올리브 식으로 옮기자면 대충 다음과 같다.


사람이 살면은

몇백년이나 사드란 말이냐

죽음에 들어설 때

남녀노소가 있더냐

그러니 살아 생전에

각자 마음대로 놀거라


(춘향이가) 자던 침방에 들어갈 때

향단이가 부축을 하는데

이리비틀 저리비틀

정신없이 들어와서

방석을 부여잡고 대성통곡하며  우는 모양은

사람의 인륜으로는 차마 볼 수가 전혀 없구나


이화중선의 자진육자배기 가사

춘풍도리화개야으 (6-1)
꽃만 피어도 님의 생각 (6-2)
야우문령단장성으 (6-3)
빗소리 들어도 님의 생각 (6-4)
추우오동엽락시으 (6-5)
낙엽만 떨어져도 님으 생각이로구나.  (6-6. 6자배기)


밤적적~ 삼경인제  (6-1)
오난비(오는 비) 오동으 흩날렸네 (6-2)
적막한 빈방 안에 앉으나 누나 (6-3)
두루 생각다가 생각이 겨워서 수심이로구나. (6-4)
수심이 진하여 심중에 붙난 불은 (6-5)
올 같은 억수장마라도 막무가내구나.  (6-6, 6자배기)


삼산은 반락 청천외요 (6-1)
위수중 분 백로주로 다 (6-2)
심양강 그저 가리 백락천 가련후으 (6-3)
탄금성이 끊어졌다~ (6-4)
월락오제 깊은 밤으 고소성의 배를 매니 (6-5)
한산사쇠북소리는 객선으 둥 떨어지는데로구나~아 허~ (6-6, 6자배기)


육자배기의 유래

육자배기란? : 꽃피네올리브가 써 놓은 괄호안의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육자배기는 산조 형식의 진양조나 중모리, 중중모리, 자자모리, 휘모리의 가락에 가락을 붙여 6박자로 읊는 노래라는 뜻이다. 위 괄호( ) 숫자 참고

남도잡가 육자배기는 이렇게 6마디로 이루어졌기에 육자배기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화중선이 부른 자진육자배기를  현대식으로 옮기면 그 뜻은 이렇다.

봄바람에 복사꽃 배꽃이 피는 밤에도
꽃만 피어도 임의 생각
밤비에 울리는 애간장을 끊는 풍경소리에도
빗소리를 들어도 임의 생각
가을비 오동잎이 떨어질 때에
낙엽만 떨어져도 님의 생각이로구나
(백락천의 장한가 중 일부를 끌어다 노래했슴)

밤 깊은 적적한 삼경인데
오는 비가 오동잎을 흩날리는구나
적막한 빈방 안에 앉으나 누우나
두루 생각하다가 생각에 빠져 근심이 드는구나
근심이 짙어지니 가슴속에 붙는 불은
올해 같은 억수장마 비로도 끌 수가 전혀 없구나

세 개의 산봉우리는 구름에 잘려 저 하늘밖에 있고
위수는 굽이쳐 백로주를 가로지르는구나
(이백의 등금릉봉황대 7언율시를 끌어다 노래했슴)

​심양강을 그저 건너가리 가련한 백락천의
비파 뜯는 소리가 그쳤으니
달은 떨어져 까마귀 우는 깊은 밤
외로운 나루터기에 배를 매니
한적한 절에서 치는 쇠북소리가 둥~ 하고 뱃머리에 떨어지는구나
(백락천의 비파행을 끌어다가 노래했슴)

남도잡가에는 육자배기, 보렴, 흥타령, 개고리타령, 춘향전에 등장하는 농부가 등이 있는데 40년 전에 늘 들었었다. 그중 들을 때마다 지금까지도 울면서 들어온 것이 바로 이화중선의 육자배기이다.


위의 이화중선이 부른 육자배기와 다른 버전의 진양조 육자배기들도 있는데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연당호 밝은 달 아래 채련 하는 아이더라~ 십리 장강 배를 띄우고 물결이 곱다 하지 말어라 그 물에 잠든 용이 깨고 보면은 풍파 있다 염려하것구나 .

뜻은 이러하다.

연당 호수의  밝은 달 아래 연꽃을 따는 아이들아~ 십리 장강(양자강)에 배를 띄우고서 물결이 곱구나 하지 말어라. 너희들 떠드는 소리에 그  물속에서 잠든 용이 깨어 난리 치면 그제야 풍파가 있다고 하지를 말어라

앞의 두 진양조의 육자배기와는 좀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황진이가 읊었다는 "청산리 벽계수야~ 쉬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 창해 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할 때~ 쉬어간들 어떠하리" 이 시조에서 기원한 듯 보이지만, 그러나 시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요즘 말로 비유하자면 그저 그렇고 그런 시장통 장똘뱅이 수준의  육자배기도 가사도 있다.

산이로구나 아 헤~ (도입부)


내 정은 청산이요 (6-1)
님의 정은 녹수로구나 (6-2)
공산명월아 (6-3)

말 물어보자 (6-4)
님 그리워 죽은 이가 (6-5)

몇이나 있더냐 (6-6)

그야말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 버전들은 일제강점기 한참 후에, 너도나도, 시에 능하지 않은 소리꾼들이 마구잡이로 갖다 붙인,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육자배기 장똘뱅이 버전 되시겠다.

여러 버전의 육자배기 중 꽃피네올리브는 산조처럼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넘어가는 이화중선의 육자배기를 가장 즐겨 듣고, 즐겨 불렀다. 가사와 가락이 너무나 슬퍼서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그만 부르라고 하셨기에 수년간 부르지도 듣지도 않았었다.

남도잡가 육자배기는 여러 부류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진양에서 자진모리 육자배기로 넘어가는데 산조의 휘모리 부분에 해당하는 가락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개고리타령이나 흥타령(흥그레타령)을 이어 노래하여 끝을 낸다. 산조의 휘모리를 육자배기에서는 개고리타령이나 흥타령을 빌어다 휘모리장단으로 끝을 내는 것이다.

솔직히 육자배기에 이어 붙여 부르는 개고리타령이나 흥타령은 수준이 육자배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육자배기를 듣다 보면 노래를 하는 것인지 흐느끼는 것인지 모를 그런 울음이 내게 늘 있었다. 이제 옛날처럼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다.

그러나 가슴을 쥐어뜯는 이화중선의 남도잡가 육자배기는 내게 있어 슬픔이 승화되고, 뒤돌아보게 하고, 지금도 과거를 살게 하는 버거운 노래이다. 육자배기 가사가 너무 슬퍼서 지금도 감당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가슴 저 밑에서 복받쳐 오른다.


꽃피네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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