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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Mar 16. 2019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꾼 1945년 8월

#1-3 진화하는 제국주의

제국주의와 전쟁은 불가분의 관계다. 제국은 전쟁을 통해 발전하고 전쟁은 제국의 명운을 가르는 최대의 이벤트이다. 오늘날 지구 상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 기술, 정치, 군사력에 있어서 다른 국가들을 압도한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미국과 중국은 확고한 승자가 되기 위해 격렬한 전쟁을 벌인다. 기존의 패권국과 부상하는 신흥국 간의 갈등을 뜻하는 ‘투기디데스의 함정’은 역사적으로 항상 반복되어 왔는데, 이는 미국과 중국에 의해 21세기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인상적인 점은 미중 전쟁의 방식이 과거 제국들이 벌인 전쟁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미중 전쟁은 군사력이 개입되지 않은 ‘평화로운’ 방식으로 전개된다. 상대의 물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고 경제 제재를 가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적국의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는지 여부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요건이다. 전쟁에서 피를 흘리는 것은 군인이 아니라 경제 악화로 피해를 입는 기업과 개인이다. 군대를 이끌고 수많은 전장을 누볐던 나폴레옹이 만약 오늘날 미중 전쟁의 양상을 목격한다면 대단히 의아해할 것이 분명하다.   


전쟁의 역사에 있어서 살육이 배제된 미중 무역전쟁은 무척 특수한 사례이다. 대개의 경우, 전쟁은 지극히 폭력적이고 잔인한 방식으로 행해졌다. 강력한 제국은 정교하게 훈련된 군대와 성능이 좋은 신무기를 앞세워 효과적으로 적군을 섬멸한 뒤, 식민지로 점령한 곳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패자들에게 모욕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식민지 여자들이 강간당하거나 아이들이 죽음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무기의 형태가 돌덩어리와 나무 몽둥이에서 창, 활, 조총, 대포, 함선, 미사일로 진화했을 뿐, 전쟁의 일반적인 법칙은 야만적인 무력과 피의 희생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제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과학의 협조를 요청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과학은 언제나 제국의 성장에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된다. 이 점에 관해서는,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에서 조명한 베이컨의 선견지명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베이컨은 물밀듯이 밀려와 유럽을 홍수에 빠뜨린 고대 그리스의 과학 문헌들이 결국 과학 혁명을 야기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베이컨은 인간의 본성상 새로운 과학이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는 데 가장 먼저 사용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는 과학이 오용되는 미래에는 잠수함, '나는 함선', 장갑차, 연료 추진 전함, 곡사포 등 경이로운 전쟁무기들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비범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대규모로 학살하는 엄청난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베이컨은 거기에다 좀 더 암울한 예측을 덧붙였다. 장차 도덕성이 과학에 종속되리라는 것이었다. 불행하게도, 베이컨이 전적으로 옳았음이 밝혀졌다.”



북저널리즘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7월에 책이 출간됩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내용을 일부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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