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중섭 Nov 08. 2020

집이란 무엇인가

영화 <집의 시간들>, 도서 <나의 주거 투쟁>을 보고

집이란 무엇인가. 집은 누군가에게는 보금자리, 누군가에게는 투자 자산, 누군가에게는 평생 내 것으로 소유해보고 싶은 '동전 한 닢'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이사를 많이 다닌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나는 집이나 동네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는 편이다. 내게 집은 그저 잠자고 쉬는 공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유랑민으로 사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가급적 집에 두는 물건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예전에 이사할 때 침대 옮기는 게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어서 아예 침대를 버리고 운반하기 쉬운 매트릭스로 바꾸었다. 심지어 주방 용품이나 웬만한 가전용품도 없다. 재테크도 부동산보다는 매일 장이 열리는 유동 자산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요새 말이 많은 부동산 대책, '영끌' 투자, 전세난 따위의 이슈는 사실 내게는 관심 밖의 일이다.  


영화와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재건축을 앞둔 둔촌 주공 아파트 주민들을 인터뷰한다. 평생을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추억이 깃든 공간이 변한다는 것에 서운함을 느끼는 듯했다. 책은 작가의 유년 시절부터 가정을 꾸리기까지 주거 공간의 변화에 대한 소회를 다룬다. 영화와 책을 보고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나는 내가 잠시 머물렀던 주거 공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가족이 다 같이 부대껴 살던 빌라, 아파트, 고등학교 기숙사, 대학교 근처 원룸, 일을 하면서 살기 시작한 오피스텔, 해외에서 일할 때 월급의 상당 부분을 flex 하며 살았던 고급 맨션 등등. 다행히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고 조금씨 돈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주거 공간은 점점 쾌적해졌다. 주거 환경이 개선되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아, 이렇게 혼자 집돌이로 계속 지내다 보면 독거노인이 되겠구나"라고 느끼는 요즘이다.


가끔씩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지나칠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완전히 잊고 지내던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날 때 나는 기쁘다. 점심에 해장하러 자주 가던 국밥집이 그대로 있을 때 나는 기쁘다. 가로등이 같은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 나는 기쁘다. 반면, 너무도 많은 것이 변해버려 과거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을 때 나는 슬프다. 소박했던 동네가 광고판으로 범벅이 된 대형 빌딩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나는 슬프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리운 사람들이 생각날 때 나는 슬프다. 집이란 무엇인가.

================================================

독서할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해 책을 리뷰하는 '21세기 살롱'이라는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분만 투자하면 책 한 권의 개괄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https://www.youtube.com/watch?v=IbaEPgbTTbk&t=1s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왜 <결혼의 종말>을 썼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