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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Jun 27. 2021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영화 <리스본행야간열차>을보고

스포일러 주의


고전문학 강의를 하며 따분한 인생을 사는 노선생 그레고리우스. 어느 날 그는 다리에서 투신하려던 여자를 목격하고 그녀의 목숨을 구한다. 허둥지둥 자기 갈 길을 떠난 묘령의 여인은 책을 두고 가고, 그레고리우스는 그 책에 완전히 매료된다. 충동적으로 일탈을 결심한 그레고리우스, 그는 일상에서 도망쳐 리스본행 기차로 홀연히 몸을 싣는다. 리스본에 도착한 그레고리우스는, 책을 지은 작가의 인생의 궤적을 추적하며 그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대로 만난다. 우연한 기회에 리스본 여행을 떠난 그레고리우스에게는 예측하지 못한 인연이 기다리고 있다.


영감을 주는 대사가 많은 영화다. (이 글의 제목인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도 영화 속 대사이다) 가장 좋았던 대사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삶의 결정적인 순간들.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삶에 완전히 새로운 빛을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 일어난다. 그 놀라운 고요함 속에 고결함이 있다."


실로 그렇다. 우리의 인생은 일련의 사소한 순간들이 우연하게 축적된 결과다. 누군가와의 뜻하지 않은 만남, 찰나의 사건, 서점에서 집은 한 권의 책, 대수롭지 않게 결정한 선택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매일의 하루는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 광야다. 다만, 평범한 일상은 정해진 길을 고되게 행군하는 것일 뿐, 광활한 광야를 체험하는 것은 아니다. 이따금씩 정해진 행로를 벗어나 일탈하는 것이야말로 우연의 초대장을 획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한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레고리우스가 리스본에서 만난 여자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려는 장면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옆에 두고 작별 인사를 건네는 그레고리우스. 여자는 용기를 내어 말한다. "그냥 여기 있어주면 안 될까요?" 당황한 그레고리우스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묻는다. "네, 뭐라고요?" 여자는 수줍게 말한다.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되냐고요" 이 어찌 아름다운 우연이 아닐 수 있겠는가. 나는 그레고리우스의 일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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