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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Aug 16. 2021

모든 것은 달라질 수도, 더 큰 의미를지닐수도있었다

영화 <미스터 노바디>를 보고

스포일러 주의


2092년 미래 사회, 죽음을 앞둔 노인 니모가 병실에 누워있다. 자연사를 택한 최후의 인간 니모의 임종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니모를 인터뷰하기 위해 젊은 기자가 병원에 잠입하고 니모의 소회를 묻는다. 생각에 잠긴 니모는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었던 수많은 선택들을 곱씹어 본다. 부모의 이혼 당시 누구와 살 지, 어떤 여자를 만나서 가정을 꾸릴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를 택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그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의해 결정된 9개의 인생을 떠올리고는 무엇이 행복한 삶이었을지를 생각한다. 니모는 말한다. "인생은 놀이터일 뿐, 별 거 없다" 이 영화는 워낙 스토리 전개가 복잡해서 한 번 보고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감독의 천재성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영화에는"모든 것은 달라질 수도, 더 큰 의미를 지닐 수도 있었다"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명언이 등장한다. 나는 영화가 끝난 후 한참이나 이 말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모든 것은 달라질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리고 더 큰 의미를 지닐 수도 있었다. 말하자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을 가능성이 존재했다는 뜻이다. 과연 나는 그동안 잘 산 것일까?


나는 지나온 과거를 떠올려 보았다. 인생을 바꾸는 중대한 의사결정의 순간은 때로는 너무나 급작스럽고, 너무도 사소하여, 이것이 훗날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닐지를 당시에는 깨닫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집스러운 성격 덕분에 나는 최종적으로 무언가를 선택할 때 항상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참고만 하되, 내 인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본인이라는 생각으로 부화뇌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설령 나의 선택이 좋은 결과를 낳지 않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아했다. 왜냐하면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변명하거나 남 탓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거니와,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더라도 언젠가는 이 또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그대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그때와 똑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선택은 분명히 미숙했고, 이기적이었으며, 사려 깊지 못했다. 게다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나온 생에 별로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후회해봐야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거니와, 나의 관심사가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나의 삶은 충분히 뜨거웠고, 충분히 달콤했으며,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스스로 미는 사람이었고, 이 점은 지금도 유효하다!


모든 것이 달라지지 않아도, 더 큰 의미를 갖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삶의 주인공이 누구인 지이다. 이외의 나머지는 모두 부수적인 결과 값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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