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험한 선택
#13
메타 (구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는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실패가 보장되는 유일한 전략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말은 비단 첨단 IT 산업뿐 아니라 돈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아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 매달 입금되는 월급에 중독되는 것. 별생각 없이 생산과 소비의 쳇바퀴를 무한정 도는 것. 이러한 행태들은 승자독식 자본주의 게임에서 패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위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부루마블 게임의 사례를 보자. 게임의 법칙은 단순하다. 게임 참가자들은 주사위를 굴려 이동하고 보드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일정한 돈을 수령한다. 참가자는 모은 돈으로 땅을 사고 개발한 뒤 다른 참가자들에게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다. 운이 좋은 참가자는 남들보다 빨리,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특정한 참가자에게 부가 집중되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점점 통행료를 낼 여력이 없어진다. 최후의 승자를 제외한 다른 모든 참가자들이 파산하면 게임은 끝이 난다.
부루마블 게임은 일종의 자본주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참가자들은 매 회 주사위를 던지고 보드판을 한 바퀴 돌면 공평하게 돈을 벌 수 있다. 게임의 패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무런 투자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성실하게 주사위만 굴리면서 일정한 돈을 버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초기에는 남들보다 많은 돈을 보유하는 것에 우쭐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공과금과 더불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통행료를 지출하며 가난해지는 현상을 체험하기 십상이다. 부루마블 게임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는 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받는 노동 소득이 아닌, 땅과 건물에 투자해서 얻는 자본 소득, 그리고 행운이다. 특히 행운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루마블 게임 보드 곳곳에는 황금열쇠라는 칸이 있는데, 운에 따라 황금열쇠가 때로는 오아시스 역할을 하기도 하고 (돈 수령, 통행료 면제 등) 때로는 지뢰밭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돈 지출, 각종 벌칙 등)
주지하고 싶은 사실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들이 모두 위험을 감수한 모험가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모두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갔고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했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을 따라 안전지대 (Comfort Zone)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군중의 일원이 되고 싶은 것이 인간 DNA에 박제된 본성이거니와, 안전지대 ‘저 너머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마치 플라톤 동굴의 우화처럼 말이다) 또한, 저 너머의 세계를 인지한다고 하더라도 안전지대에 매여 있는 줄을 끊어낼 용기가 부족한 탓도 있고, 안전지대를 벗어나려는 자를 저지하려는 타인의 방해 공작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안전지대에 머무르는 모범 시민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스펙, 취업, ‘맹목적으로 열심히 (혹은 바쁘게) 살기’, 월요병, 퇴근 후 무기력한 삶, 신용 카드 할부, 주택 담보 대출, 정년 보장, 정시 출퇴근 등이다. 모범 시민이 월급을 받는 사회인이 됐을 때, 그는 당장은 돈 문제를 겪지 않는다. 마치 부루마블 게임의 초기 참가자처럼 말이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모범 시민은 (바보가 아닌 이상) 근로 소득 상승률이 자본 수익률을 초과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깨닫고는 돈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영원히 안락함을 보장할 것만 같았던 안전지대가 알고 보니 깊은 늪이었다는 사실에 그는 큰 혼란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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