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없으면 그냥 지나가도 괜찮습니다
"저기 사랑채에 캘리포니아에서 새로 청년이 왔대. 대학원 때문에 왔다던데."
여자의 직감이란 게 정말로 존재하나 보다. 저 말을 들음과 동시에 왠지 나와 엮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보지 않고도 왜 얼굴이 보이는 것 같지?
처음 몇 주는 일주일에 한두 번만 가는 곳이었기에 '언젠간 마주치겠지'라는 생각으로 여유를 부렸다. 그리고 연중행사가 열리는 그날 드디어 우리는 대면을 했다. 그리고 내 직감은 정확했다. 나는 그에게 나의 첫인상으로 각인을 시켰다. '안녕하세요'를 시작으로 인연이 시작되고 있었다.
쉬웠다. 처음엔 호감인지 아리송했다. 딱히 더 친해질 기회도 없는 듯했다. 그러다 어떤 공연을 볼 기회가 생겨 언니들과 함께 처음 얘기를 하게 되었다. 기분이 묘했다. 뭔가 나와 얘기하길 기다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어쩌다 보니 한인타운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볍게 맥주 한 잔 씩 하자고 했지만 난 딱히 친한 사람이 없었고 나와 다들 나이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약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그와 옆자리에 앉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미국 동부 유학생과 우연히 만난 서부에서 온 재미교포 2세가 공통점이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좋아하는 노래가 뭐야?"
"풋, 나.... 서태지.."
"엇........? 나도!"
"............. 진짜?????"
막 자리에 앉자마자 우리가 나눈 첫 대화였다.
난 한국에 있을 때 서태지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남들이 흥얼거리는 그 부분만 조금 알 정도? 그런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갑자기 내 mp3에는 서태지 노래로 가득 차 있던 시기였다. 좋아하는 노래를 묻는데 서태지 말고는 생각이 안 나는걸. 근데 나와는 공통점이 1도 없어 보이는 사람도 같은 노래를 듣는다니?? 개수작 같아 보였지만 나한테 거짓말할 이유는 없으니까.. 아무튼 그런데 서태지는 진짜... 뭐지?
그렇게 신나게 이야기를 이어가다 얼마 후면 내 생일이라는 얘기까지 하게 되었다. 빈말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난생처음으로 남자에게서 저녁에 데리고 나가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난 꼭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