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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Jun 07.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기억(10)

[기억 3주차 - 신경] 3. 알코올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한국 사회에서의 술

    여러분들은 술을 좋아하시나요? 술(알코올)을 떠올려보면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소중한 사람과의 기념일을 맞이했을 때,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가볍게 와인 한 잔을 곁들일 수도 있고, 친구들과 죽자고 밤새 달릴 때도 있겠지요. 회사에서 팀원들과 부장님과 함께 회식을 할 때에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입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술의 종류도, 마시는 빈도도 다를 테지만 대부분의 성인에게 있어서 술은 삶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의 알코올 소비량을 통계적으로 살펴볼까요? OECD 주요국 알코올 소비량을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을 얼마나 자주 찾는지 알 수 있는데요, 한국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평균값인 9.4리터보다는 살짝 적은 8.9리터이지만 1인당 일주일 증류주 소비량은 13.7잔으로 다른 주요국보다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술은 한국 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OECD 주요국 알코올 소비량 / 사진 출처 :OECD 헬스데이터,유로모니터



혈중 알코올 농도

    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의 정신상태와 건강에 이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렇다면 알코올은 사람에게 정확히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그 영향의 정도와 양상도 섭취한 알코올의 양에 따라서 달라질 텐데요, 혈중 알코올 농도(Blood Alcohol Content, BAC)에 따라서 나타나는 증상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선,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이하일 때는 흔히 “알딸딸하다”라고 표현하면 딱 어울릴만한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몸이 나른해지면서 졸음이 오거나 가벼운 기억, 균형 등에 영향을 주는 등 전반적으로 크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6% - 0.30%에 이르면 심각한 수준으로 기억이나 균형, 언어 면에서 장애를 보일 뿐만 아니라 오바이트 등 알코올 중독 현상을 보이며 “취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르게 됩니다. 또, 그보다 더 높은 0.31% - 0.45%까지 농도가 상승한다면 의식을 잃고 필수적인 생명 기능이 억제되면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게 될 수 있습니다.


알코올이 신경에 미치는 영향

    지금부터는 인지과학 학회의 포스팅답게 알코올이 신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 집중을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뇌는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서 신경세포(뉴런) 말단 부분에서 다양한 종류의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을 분비하고 다음 뉴런에서는 이들을 받는 수용체(receptors)들이 존재하는데요, 그중 대표적으로 GABA(gamma-aminobutyric acid) 수용체와 NMDA(N-methyl-D-aspartate) 수용체가 있습니다.

GABA의 볼 모델 / 사진출처 : Wikimedia Commons

GABA는 포유류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데, 우리가 섭취하는 알코올은 체내에서 GABA 수용체를 더 활성화시킵니다. 즉, 알코올은 뇌를 '억제'하는 신호를 더욱 활성화시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술을 많이 마시면 근육에 전달되어야 할 자극들이 억제되어서 몸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비틀거리게 되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NMDA의 볼 모델 / 사진출처 : Wikimedia Commons

한편 NMDA 수용체는 신경세포에 있는 글루탐산염(glutamate) 수용체로, 뇌에서 주로 흥분성 신호 전달에 관여합니다. 하지만 알코올은 이 NMDA 수용체를 억제하는 효과를 갖고 있는데요, 알코올에 의한 NMDA 수용체의 작동 불능으로 불안 증세나 그 증상이 심할 경우 간질성 발작 같은 심각한 증세를 유발하기까지 합니다. 가장 보편적인 예로 술을 마신 다음 날, 술을 마셨던 어젯밤이 기억나지 않는 현상, ‘블랙아웃’ 현상이 곧 알코올이 뇌에 작용해 NMDA 수용체의 활동을 차단하였기 때문에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글루탐산염이 작동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정리하자면, 결국 알코올은 GABA 수용체를 활성화시키고 NMDA 수용체를 억제하여 뇌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억제한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을 이용하여 정상적인 뇌와 술을 마신 사람의 뇌의 대사 영상을 비교하면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뇌가 더 활발히 활동할수록 붉은색으로, 억제될수록 푸른색으로 나타나는데요, 아래 사진의 위쪽 뇌를 보면 전반적으로 붉지만 아래쪽 뇌는 전반적으로 푸르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코올이 우리 뇌를 억제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정상적인 뇌와 음주 후 뇌 대사 작용 차이 / 사진출처 : emaze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

    알코올이 신경에 미치는 영향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알코올이 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한 번 알아보려고 합니다. 알코올은 뇌의 각 영역의 기능에 따라 다른 영향들을 미치는데요, 예를 들어 소뇌가 영향을 받으면 균형을 잘 잡지 못하고 무조건 반응이 느려집니다. 한편 대뇌 피질이 영향을 받으면 전반적인 생각이나 판단력이 흐려지고, 자제를 잘 하지 못하게 되며 자신감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렇듯 알코올은 뇌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며, 그 양상은 뇌의 영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알코올이 뇌의 각 부위에 미치는 영향 / 사진출처 : 프리미엄조선


    그렇다면 이번 주제인 [기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뇌 영역인 해마의 경우, 알코올 섭취 시 어떠한 반응을 보이게 될까요? 우선 기본적으로는 기억을 하는 것 자체에 영향을 받게 되어 기억이 끊기게 되는, 앞서 말한 ‘블랙아웃’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기억 측면 외에도 해마가 알코올의 영향을 받으면 사람이 더 큰 목소리로 말을 하게 된다거나 폭력적으로 변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오늘 기억과 관련된 알코올의 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해마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 포스팅 때 보다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베르니케 뇌증과 코르사코프 증후군

    기억은 크게 감각 기억, 단기 기억, 장기 기억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감각 정보를 받아들여 만들어진 감각 기억이 부호화되면 단기 기억이 되고, 단기 기억이 부호화되면 우리의 뇌는 이를 장기 기억으로 저장합니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심리팀의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억(3) 기억의 과정모형, 기억(4) 기억의 내용모형). 이 과정에서 알코올 섭취로 인한 해마의 손상이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바로 단기 기억의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공고화 단계입니다.

    알코올로 인하여 해마가 잠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라면 단편적으로만 기억을 못 하게 되지만, 만약 해마가 일시적이 아닌 영구한 손상을 입게 되어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공고화가 불가능한 상태)가 반복된다면 뇌질환 중 하나인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은 과도한 알코올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뇌질환으로, 크게 '베르니케 뇌증'과  '코르사코프 증후군'의 두 가지 증세로 나눠지는데 초기 급성 상태인 베르니케 뇌증은 치료를 통해 해마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태가 악화되어 뇌세포가 파괴되면서 기억장애가 일어나는 코르사코프 증후군이 되면 장기 기억을 점점 할 수 없게 되다가 급기야는 있는 기억도 사라지는 단계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비타민 B1의 역할

    알코올이 우리 몸에 각종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이제 충분히 설명이 되었을 듯싶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술을 아예 안 마시기는 어렵겠지요. 그렇다면 알코올이 가져오는 이 영향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타민 B1이 많이 함유된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입니다. 과다한 음주는 비타민 B군을 파괴하여 비타민 B1(Thiamin), 비타민 B2(Riboflavin) 등 비타민 B 결핍증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 중 비타민 B1의 경우 열량대사에 중요하여 모든 세포가 필요로 하는데요, 그중 신경 세포는 특히나 열량을 많이 사용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비타민 B1의 결핍에 더욱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타민 B1이 부족하게 되면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가 증가하게 되고, 뇌를 포함한 많은 장기와 세포들이 손상을 입게 되며 신경손상, 피로, 기억력 저하 등이 유발됩니다.

비타민 B1 / 사진출처 : Wikimedia Commons


    그렇게 때문에 알코올의 영향을 줄이기 위하여 술자리에서 비타민 B1이 많이 함유된 효모 제품, 현미나 가공도가 낮은 곡류, 달걀노른자, 콩, 해바라기씨, 해산물 등을 안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과도하고 잦은 음주를 피하고 건강한 음주 습관을 기르는 것이 되겠지요? [코싸인 신경생물팀]



참고문헌

[1] "ALCOHOL'S DAMAGING EFFECTS ON THE BRAIN." 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Alcoholism.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Oct. 2004. Web.16 May 2017.

[2] "알코올 소비량." Seehint. N.p., n.d. Web. 16 May 2017. <http://www.seehint.com/word.asp?no=1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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