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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Nov 13.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감각과 지각(1)

[4주차 심리팀] 1. 감각과 지각(1)

  여러분은 오늘 하루도 세상을 잘 경험하고 계신가요? 무엇을 보았으며, 어떻게 느끼셨나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처럼 여러분의 삶은 감각과 지각으로 인해 인식된 무수한 경험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림 1 통 속의 뇌 [1]


  그렇다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철학에서는 사고 실험 중 하나로 통 속의 뇌를 가정하기도 합니다. 만약 사람의 뇌를 몸에서 분리한 뒤 그것이 생체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액체로 가득 찬 통에다 넣고, 뇌의 뉴런들을 전선들에 연결해서 뇌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동일한 전자 신호를 보내는 슈퍼컴퓨터에 연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림에서 보듯이, 이렇게 하면 마치 실제로 걷는 듯한 경험을 하게끔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통 속의 뇌가 아니라면, 우리는 감각기관을 이용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며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주 차 세션에서는 신경팀이 우리 몸에 있는 감각기관들이 어떻게 작동하며 세상의 정보를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잘 설명해주었습니다. 우리는 통 속의 뇌와는 달리 몸의 감각기관들을 통해 외부 정보를 얻지만, 그렇다고 경험적으로 우리가 통 속의 뇌인지 아닌지 구별할 능력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경험할 때 말초로부터 신경세포가 발화하는 것이나, glutamate나 GABA와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나와서 작동하는 것을 경험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주관적으로 경험합니다. 심리팀에서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주관적인 경험에 대한 것입니다.

그림 2 환경자극과 주의를 기울인 자극 [2]


  위 사진은 대학교 축제 상황인데요. 사진을 통해 엄청나게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는 것과, 각자가 얻을 수 있는 감각정보가 아주 많다는 점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이처럼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을 통해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주변에 있는 모든 대상을 환경 자극(environment stimulus)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지금 사진을 보고 있으므로, 시각적인 환경 자극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시각 정보가 있지만, 우리가 모든 환경 자극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엔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사진에서 보다시피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는 곳은 한 곳, 가수가 서 있는 무대인데요. 이처럼 선택된 환경 자극을 주의를 기울인 자극(attended stimulus)이라고 부릅니다. 블랙핑크가 공연 중일 때에는 주변에 있는 사물에 대한 자극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으며,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 블랙핑크를 보게 되는 것이죠.

그림 3 영화 ‘Her’ 中


  이렇게 우리가 자극을 선택해서 주의를 기울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정보처리과정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만한 재미있는 영화 장면이 있는데요. 영화 <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가 기차에서 인공지능 OS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사만다는 테오드르에게 창밖으로 보이는 산의 나무가 몇 그루인지 묻습니다. 이에 테오도르는 어림잡아 대답을 하죠. 하지만 사만다는 틀렸다며, 마치 놀리듯이 35,829 그루가 있다고 대답합니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인공지능은 꽤 정확한 방식으로 산 위의 나무의 수를 셀 수 있다는 것이죠. 아마도 사만다에게 물어봤다면, 그녀가 어떻게 계산했는지 그리고 오차 범위는 얼마나 되는지까지도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인공지능과 인간이 정보를 얻는 과정은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인간 테오도르에게, 그리고 우리의 경험을 비추어볼 때도 산 위의 나무 수를 센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래서 테오도르처럼 우리는 수를 센다기보다는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무의식적인 방식(느낌)으로 수를 추정할 것입니다. 주어진 정보는 같지만,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얻어지는 정보의 양은 그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인간에게는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른 전략이 필요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감각 정보를 사용하여 주관적인 경험을 쌓는다는 것과, 우리의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감각과 지각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코싸인 심리팀]



참고문헌

[1]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4/4c/Braininvat.jpg/250px-Braininvat.jpg

[2] 연세대학교 영상제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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