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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Nov 16.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감각과 지각(4)

[4주 차 심리팀] 3. 착시(2)

같은 정보 다른 해석 착시

같은 정보를 받아들였는데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하나의 예로 기울어진 탑 착시(Leaning Tower illusion)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림 1> 기울어진 탑 착시 (L: 피사의 사탑, R: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1]

<그림 1>의 피사의 사탑에서 왼쪽 그림의 탑과 오른쪽 사진의 탑이 어떻게 보이시나요? 오른쪽 탑이 조금 더 기울어져 보이지 않으시나요? 물리적으로는 사실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왼쪽 그림과 오른쪽 그림은 완벽하게 동일한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같은 그림 속 탑의 기울기가 달라 보이는 걸까요?

오른쪽의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 그림은 안쪽으로 기울어져 보여도 우리는 나란히 놓여있다고 인식합니다. 그림 상으로는 나란해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나란하다고 인식하는 이유는 건물 외곽선의 연장이 같은 소실점에서 만나면 나란한 것이라고 자라면서 경험을 해왔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피사의 사탑 그림은 2개의 동일한 그림을 인위적으로 합친 것에 불과하지만 나란히 붙어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하나의 장면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둘로 나누어진 피사의 사탑은 나란하지만, 그렇다면 소실점이 만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오른쪽으로 엇나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소실점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고 인식하고 오른쪽 탑이 왼쪽 탑보다 더 기울어졌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물리적으로 똑같은 기울기이지만, 우리는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오른쪽 탑이 더 기울어진 것으로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같은 정보가 들어오고 있음에도 맥락이 어떤지에 따라 정보를 다르게 해석합니다.

<그림2> 안젤리나 졸리의 필터 사진 [2]

이번엔 다른 예를 볼까요? 안젤리나 졸리의 얼굴 반쪽에 빨간색 필터를 씌워 보았습니다. 양쪽 눈이 서로 다른 색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이시나요?

왼쪽 눈이 더 푸르게 보였다면 착시가 발생한 것입니다. 사실, 양쪽 눈은 동일하게 회색을 띠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같은 정보가 들어오고 있음에도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러한 착시 역시 맥락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림3> 필터로 인해 이동한 색 표상 [3]

우리의 색깔 표상의 중심은 하얀색입니다. 하지만 위 사진의 경우 왼쪽 얼굴에 붉은색 필터를 적용하였기 때문에 이를 보는 우리의 색의 중심이 붉은색과 가까운 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물리적으로는 회색인 눈동자 색을 상대적으로 더 푸르게 인식하게 됩니다.

<영상1> Lilac chaser [4]

<영상 1>의 가운데 십자가에 눈을 고정해놓고 쭉 보고 있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나요? 우리는 이 착시 영상을 통해 세 가지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분홍색 자극이 단순히 순차적으로 깜빡거리며 사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운데를 보고 있으면 이미지가 원형으로 회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둘째로, 조금 더 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회전하는 원, 즉, 깜빡이는 원이 연두색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보다 더 오래 보고 있으면 분홍색 자극이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이 착시의 발명자인 Jeremy Hinton는 Troxler Fading을 나타내었다고 설명합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망막이 특정 색에 적응하면서 이에 따라 잔상이 남게 되고, 회색 배경을 위에 보색이 잔상의 형태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보다 자세한 설명은 여기를 참고해 주세요). 이 착시 역시 물리적인 자극은 단지 분홍색 원이 사라지는 것뿐인데 우리는 다르게 인식하게 됩니다.

앞서 설명한 착시들은 주로 시각영역에서 물리적인 정보는 같지만 맥락에 따라 다르게 지각되는 착각 현상입니다. 이러한 착각은 시각 영역 외에도 고유수용감각(자기수용감각)에서도 발생합니다.

우선, 여기를 눌러 동영상을 감상해주세요.

<영상2> proprioceptive bistability (illusory motion) [5]

<영상 2>에서 볼 수 있듯이 시각적인 해석을 막기 위해 눈을 가립니다. 수용감각만으로 해석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른쪽 팔에 각도기를 두고 기준점을 맞추게 됩니다. 진동을 계속 주면서 왼쪽 팔을 움직이면 오른쪽 팔을 그 움직임에 따라 실험 참가자는 자신의 팔 위치를 조절하게 됩니다. 이렇게 진동을 계속 주게 되면 참가자는 왼팔을 따라서 오른팔을 잘 움직이다가, 왼팔을 펴다가 접으면 왼팔을 따라서 접지 않고 오른팔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안쪽 인대에 계속 진동을 받게 되면 적응이 되어 팔을 펴다가 접는 정보를 주어도 반대쪽으로 펴고 있다고 착각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코싸인 심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