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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Nov 17.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감각과 지각(5)

[4주차 심리팀] 5. 착시(3)

다른 정보 같은 해석 착시

  다음으로는 앞선 예시들과는 다르게 물리적으로 다른 정보가 들어 오지만 동일하게 해석하는 경우를 알아보겠습니다.


그림 1 같은 글씨로 인식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LIFE [1]


 우리는 위의 두 사진 모두에서 'LIFE'라는 글씨를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나 왼쪽 사진을 가까이서 보면 선들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주어진 정보(끊어진 선들)만으로 'LIFE'라는 글씨를 인식할 이유는 없지만 우리는 두 번째 사진처럼 이 끊어진 선들을 연결시켜 글자로 인식합니다. 선의 연결이 두 사진에서 서로 동일하지 않아 다른 정보가 들어와도 같은 글자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이렇게 끊어진 선들을 글자로 보는 것은 더 합리적이고 의미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번엔 두 착시 현상을 제시해보려 합니다. 두 사진에서 모두 중앙을 응시해 주세요.


그림 2 Uniformity Illusion : Blurriness [2]

 

 사진 전체의 선명도가 비슷하게 보이시나요? 원래는 사진 바깥쪽은 흐리고 중앙은 진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을 계속 응시하다 보면 선명도가 서로 비슷해집니다! 다음 사진에서의 착시현상도 마저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3 Uniformity Illusion : Shape [3]

 

 주변부 다각형이 원처럼 보이시나요? 위에서 나타난 현상과 비슷하게 중심부와 주변부가 비슷하게 변하게 됩니다. 위 두 사진에서 나타난 현상은 우리의 시각은 중심부가 주변부보다 해상력이 높기 때문에 뚜렷하게 보이는 중심부를 통해 불확실한 정보인 주변부를 보완하여 유도된 것입니다.


영상 1 Silencing illusion [4]


 이 영상을 보실 때 처음에는 가운데 흰 점을 응시해 주시고 그다음으로 반짝거리는 주변부를 응시해주세요. 해당 영상을 보시면 원들이 반짝거리며 계속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의 원들이 아니라 전체 고리가 전반적(global)으로 회전하면 원들이 더 이상 반짝거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목격하실 수 있습니다. 주변부를 응시하면 관찰할 수 있듯이 실제로는 개개의 원들은 계속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이 착시의 비밀은 다음과 같은 원리에 숨어있습니다. 반짝거리는 것과 회전하는 것은 둘 다 운동 중인 물체입니다. 국소적(local) 운동을 보다가 전반적인 운동을 보면 이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국소적인 반짝임을 못 보게 되는 것입니다. 

 앞선 포스트의 내용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같은 정보 다른 해석>과 <다른 정보 같은 해석>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착시현상들은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 현상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이루어진 한 연구에서는 착시를 통해 일시적으로 사람의 시력을 좋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그림 4a 움직이는 형식의 선형나선 / 그림 4b 보로노이(Voronoi) 패턴으로 둘러 쌓인 슬로안(Sloan) 문자 [5]


 정말 착시현상으로 시력이 좋아지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코싸인 심리팀이 위 실험과 같은 내용으로 직접 준비를 해보았는데요, 그림 아래의 설명을 따라주세요.


그림 5 왼쪽의 빙글빙글 돌아가는 자극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오른쪽의 코싸인 글씨를 쳐다봐주세요 [6]


 어떠신가요? 코싸인 글씨가 더 잘 보이시나요?

 이 실험의 참가자들도 그림 4a와 같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며 빙글빙글 도는 자극을 오랜 시간 동안 보았습니다. 이렇게 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는 영상을 계속 보다가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되면 그 부분이 방금 보았던 빨려 들어가는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늘어나는 착시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착시를 이용해서 그림 4b에 제시된 글씨가 실제보다 확대되어 보이게 함으로써 시력이 일시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좋은 시력을 회복하기 위해 안경이나 렌즈로 교정하거나 수술을 받을 수는 있지만 한번 나빠진 시력을 자연적으로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일시적으로나마 착시를 통해 시력이 향상되었다는 결과는 착시가 단순한 재미를 주거나 지각 연구의 소재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우리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우리의 경험 과정은 환경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 과정과 그에 대해 능동적인 해석을 내리는 지각 과정으로 구분해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별다른 자각 없이 자연스럽게 세상을 경험하지만, 지각심리학은 다양한 연구방법들을 활용하여 감각된 정보와 그것과는 차이가 있는(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지각 과정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중 정신물리학의 원리와 다양한 착시의 예를 살펴보면서 복잡한 정보처리과정을 포함하고 있는 지각에 대해 심리학자들이 어떻게 연구하고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또는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말은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감각과 지각에 의존하여 경험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앞서 살펴보았듯, 우리가 경험하는 것을 그대로 믿기에는 세상의 정보와 지각된 경험 사이에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을 믿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회의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경험을 맹신하기보다 해석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지각 과정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여유로운 자세를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코싸인 심리팀]


참고문헌

[1] http://www.blogodisea.com/ilusiones-opticas-14.html  

[2] http://www.uniformillusion.com/p/blurriness.html 

[3] http://www.uniformillusion.com/p/shapepo.html 

[4] https://www.youtube.com/watch?v=IjMVsTFVX10

[5], [6] Lages, M., Boyle, S. C., & Jenkins, R. (2017). Illusory Increases in Font Size Improve Letter Recognition. Psychological Science, 28(8), 1180–1188. http://doi.org/10.1177/0956797617705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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