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과 학문
‘학습’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학습은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학습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교육학용어사전에서는 학습을 연습이나 경험의 결과로 일어나는 행동의 지속적인 변화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학습은 다양한 학문의 주제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리학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전적 조건형성, 조작적 조건형성, 그리고 관찰에 기반한 학습을 다룹니다. 교육학에서는 학습을 바람직하고 진보적인 행동 변화로 간주하고 여러 학습 방법에 대해 논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 중에서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학습에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1. 해마와 편도체
우리의 모든 활동은 뇌의 여러 부분을 서로 연결시키고 활성화시킵니다. 그렇기에 뇌의 어느 한 부분이 학습을 담당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신경학적으로 학습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 두 가지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인 해마(Hippocampus)와 동기, 학습,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편도체(Amygdala)입니다.
2. 시냅스 가소성
시냅스적 연결은 뇌 전반에서 시간을 두고 변화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시냅스 가소성(plasticity)이라고 합니다. 시냅스 가소성은 기억과 학습의 기초 과정이 됩니다. 일정 패턴의 신호가 전달되면 시냅스의 전달 효율이 변하고, 이는 정보가 축적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된 가설 중 하나는 헵의 학습 가설입니다. 캐나다의 신경심리학자 도날드 헵(Donald Hebb) 박사는 동시에 활성화된 신경들이 서로 연결된다는 이론을 제시하였습니다. 헵에 따르면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뇌 기억 시스템은 기존의 신경망에 새로운 연결을 추가하면서ㅂ 학습합니다. 새로운 정보가 기존의 기억과 만나면 서로의 연결이 강화되면서 기존의 기억을 자극하고, 이것이 새롭게 들어온 정보와 연합되면서 신경망이 더욱 활성화됩니다. 한편, 이때 함께 활성화되지 않는 뉴런들은 연결이 약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기억이 형성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한국에 사는 우리는 '눈'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 원주민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차가운 눈을 본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기억이 자극받지 않기 때문에 이 개념을 학습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어떻게 '눈'이라는 개념을 학습시킬 수 있을까요?
원주민들에게 "눈은 설탕과 비슷하다."라고 설명해봅시다. 만일 그들이 이미 설탕을 알고 있다면, 뇌 기억 시스템이 자극되어 설탕과 관련된 신경망에 '눈'이 연결될 것입니다. 다음에 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설탕과 연결된 기억들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눈과 설탕에 대한 기억이 반복적으로 점화된다면, 점화의 효율이 커져서 둘 중 하나의 단어만 듣더라도 두 가지의 속성 모두가 더 빠르게 떠오를 것입니다.
빈번하게 사용되는 자극들은 시냅스들을 강화시켜 학습과 기억유지의 근거가 됩니다. 이는 장기기억 강화(long term potentiation) 로 이어집니다. 장기기억 강화는 시냅스가 높은 수준으로 활동한 후, 시냅스 전달효율이 높아진 상태로 장시간에 걸쳐 지속되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시냅스 연결이 장기기억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글루탐산과 칼슘 이온의 역할 때문입니다. 흥분 상태의 시냅스전세포가 분비한 글루탐산은 시냅스후세포의 암파 수용체와 NMDA 수용체를 자극합니다. 암파 수용체의 통로는 많은 양의 글루탐산의 자극이 있으면 개방됩니다. 이 통로로 나트륨이온이 안으로 확산되면 시냅스세포도 흥분상태가 되고, NMDA 수용체의 통로도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NMDA 통로로 나트륨이온과 칼슘 이온이 유입됩니다. 유입된 칼슘이온은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새로운 암파 수용체를 만들어내 장기기억 강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흥분된 시냅스후세포는 역으로 시냅스전세포에 신호를 보내 시냅스전세포의 글루탐산 분비량을 늘려 시냅스 연결을 더욱 강화시킵니다.
헵의 가설은 어디까지나 가설이기에 완벽하지만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며 내용이 계속해서 수정되었습니다. 초기의 헵 학습 규칙은 두 개의 연결된 뉴런이 동시에 ‘on’ 인 경우에 두 뉴런 사이의 가중치를 증가시켰는데, 확장된 헵 학습 규칙에서는 두 뉴런이 동시에 ‘off’ 인 경우에도 가중치를 증가시킨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헵의 가설은 무려 70년간 받아들여져왔는데, 최근 들어 이스라엘 바일란대 종합뇌연구센터 아이도 켄터 교수로부터 반론을 제기당하기도 했습니다. 기존 헵의 학습은 수상돌기 말단의 미세한 틈인 시냅스끼리의 물질 교환 빈도와 세기가 달라지면서 신경 가지가 굵어지고 연결이 많아지는 학습작용을 거쳐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켄터 교수는 말단에 있는 시냅스보다는 중심에 있는 신경 세포체가 더 정보를 빨리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애초에 신경세포체 주변의 몇몇 거대 수상돌기에서 정보를 보낼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이론을 세웠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신경세포 배양방식을 통해 검증했다고 주장하며 scientific reports 에 게재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헵의 가설이 가장 유력한 가설인 것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에릭 켄델 외, 『신경과학의 원리』, 역자 강봉균, 범문에듀케이션.
곽호환 외, 『실험심리학용어사전』, 시그마프레스.
[네이버 지식백과] 장기강화[작용] [long term potentiation, 長期强化[作用]] (생명과학대사전, 초판 2008., 개정판 2014., 도서출판 여초)
Cooke SF, Bliss TV (2006). “Plasticity in the human central nervous system”. 《Brain》 129, pp. 1659–1673.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21863 동아사이언스 기사,
[1] https://www.dogalize.com/es/2018/02/el-perro-de-pavlov-lo-escuchado/
[2] https://simple.wikipedia.org/wiki/Vertebrate_brain
[3]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eterosynaptic_Plasticity-1.jpg
[4] http://thebrain.mcgill.ca/flash/i/i_07/i_07_m/i_07_m_oub/i_07_m_oub.html
[5] http://homeparttimejobsathome.blogspot.kr/2015/08/how-to-store-data-in-brai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