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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젠 독일

한 잔의 여유

아헨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by 수평선

아들과의 마지막 밤. 내일이면 아헨을 떠나야 하기에 아헨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보기로 했다.

이른 저녁부터 어둠은 짙어오고 비도 부슬부슬 내리며 바람까지 불어온다. 오늘 같은 날 마켓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나 그것은 나의 기우였다.


화려한 불빛, 가지런히 진열된 갖가지 물건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음식 냄새가 빗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은다.

여기저기에서 우산도 없이 음식 한 접시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저들은 어떻게 축축한 환경 속에서도 저런 여유를 즐길 수 있을까.


아들과 나도 우산을 접고 슬그머니 그들 무리 속으로 들어가 본다.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낯선 이웃들과 금방 친구가 되었다. 그들은 매년 독일을 방문해서 글뤼바인 잔을 모은다고 했다. 올해는 엄마와 함께 오지 못해서 아쉽다며 같이 대화 나누기를 청했다. 뜨끈한 GLUHWEIN을 마시며 행복한 대화를 나누었다. 빗줄기와 함께 슬며시 다가 온 바람도 웃음꽃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가 보다.


이래서 비 오는 밤도 마켓은 무르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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