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창가에 걸렸다. 따뜻하다 못해 눈이 부셔 블라인드를 내렸다. 햇살의 굵기가 블라인드를 넘어서 방안을 기웃거린다. 창문 너머로 낙엽 흩날리는 소리가 서걱서걱 들려온다. 앙상하게 남은 이파리들이 파르르 추위에 떨고 있다. 이파리 하나가 나무에서 떨어져 발레 하듯 날아오른다.
그 바람 속에서 자전거를 타는 5살 아이의 비명 소리가 해맑다. 이리저리 구르는 낙엽들과 경주하듯 낙엽 속으로 달려간다. 아이의 엄마가 모자와 외투를 들고 달려 오지만 아이는 얇은 옷차림으로도 행복하다.
"춥다. 옷 입어야지."
" 하나도 안 추어요. 나 잡아봐요."
고즈넉한 가을 오후의 따뜻한 풍경이
햇살과 바람을 피해 숨어 있는 나를 깨운다.
문득 책상에 놓인 작은 화초가 눈에 띄었다. 바람이 분다고 꼭꼭 닫아 놓는 통에 바깥공기도, 햇빛도 만나지 못한 가엾은 아이들...
조심스레 블라인드를 걷어 올렸다. 엄마를 따돌리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더욱 청아하게 들린다.
따뜻한 방안 공기에도 움츠리고 있던 작은 식물들을 햇볕이 드는 창가에 올려 주었다. 갑자기 식물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창문을 두드리며 햇살에게 손짓하는 식물들의 몸짓도 보인다. 문을 살짝 여니 작은 틈으로 찬 공기가 비집고 들어와 방안을 휘감고 돈다. 상쾌한 차가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