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아픈 마음을
주말이 다 흘러갔다. 별로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이틀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 느낌이다. 다이어리도, 노트도 쓰지 않고 지낸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뭔가 머릿속이 정리가 잘 안되는 듯 하다. 계속 바쁘게만 달려와서 그럴까? 욕심을 조금 덜어내야 할 타이밍일지도 모르겠다.
이사 준비를 위해 집을 열심히 치우는 와이프를 뒤로 하고 새로운 유튜브 콘텐츠 구상과 휴식을 핑계로 어슬렁 거리던 중, 처제네 식구들과 저녁 식사 약속이 생겼다. 잘생김이 철철 묻어나는 조카(이제 겨우 19개월 됐다)와 함께이기도 하고, 정리 제대로 안한다고 열이 오른 와이프를 집밖으로 끌어내어 열을 식힐 수 있는 기회라 즐거운 마음으로 나섰다. 하지만 와이프의 표정은 내내 굳어있었기에 내 마음도 굳어갔다.
자리 잡은 식당은 모두가 좋아하는 생선구이 집이었다. 조카도 생선을 좋아해서 고른 곳인데, 음식은 생각보다 짰지만 한 끼 식사로는 충분했다. 바깥에 나와 밥을 먹고 어여쁜 조카의 재롱과 미소를 보다 보니 기분이 풀린 듯, 와이프도 이내 웃는 얼굴을 보였다. 나도 조금 웃기 시작했다.
내내 먹고 싶었지만 기회를 못잡았던 젤라또를 먹기 위해(쩌리초이님, 죄송!) 장소를 이동했다. 우리 동네의 자랑인 수변 공원 길을 걸으며 가볍게 산책도 하고, 목적지에 다다라서 각자 먹고 싶은 젤라또를 주문하기 까지는 꽤 좋은 전개였다. 참사는 그 직후에 일어났다.
샌들을 신고 나온 와이프가 카페 문을 열다 발가락이 문에 찍혀 피가 철철 흘렀다. 순간 심장이 철렁 했지만 몇 분간 지혈을 하니 이내 잦아들었고, 통증 정도를 보니 뼈에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우선 주문한 젤라또를 다 먹을 정도는 됐으니, 심각한 상태는 아닌 듯 해 다행이었다. 다행이면서도 내일 모레 있을 이사 일정과 집정리, 부상당했던 와이프의 몸상태 등이 뒤섞이며 머리가 아파왔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고, 귀가하기 위해 와이프를 등에 업었다. 업히는 거 자체를 싫어하는 와이프와, 업는 능력치가 많이 떨어진 내가 만나 투닥거리다가 결국 합체하는 데에 성공했다. 카페에서 주차장까지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었다. 하지만 어쩌랴, 와이프를 업고 열심히 뛰었다. 왜 힘들게 뛰냐고 뒤에서 타박하는 와이프가 야속했다. "걸어가면 더 힘들어서 뛰는 거야..."
와이프를 차에 무사히 태우고 집으로 운전하는 길에, 나는 극심한 무릎 통증을 느꼈다. 맨몸 스쿼트만 해도 무릎에 무리가 가는 몸뚱이인데, 사람을 업고 뛰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몸의 상태를 느끼고 나니 내 자신이 매우 초라해졌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살아야 하나?
왕도는 없다. 몸 아끼면서 잘 먹고 잘 쉬고 잘 운동하자.
그리고, 종일 답답함과 무기력함과 미움과 안쓰러움, 부끄러움을 느끼며 흘려보낸 하루를 반성하면서 이 노래를 들었다. 언제 들어도 명곡이다. 아이들을 위한 동요지만, 어른이 들어도 전혀 유치하지 않고 마음을 적셔준다. 본래 가사에서 '친구'를 '가족' 또는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꾸면 감정이 더 잘 들어올 듯 하다.
다시 한번 들으면서 잠을 청해야겠다.
꼭 안아 줄래요 내 친구 아픈 마음을
내가 속상할 때 누군가 그랬던 것처럼
친구의 잘못은 따뜻한 용서로 안아 주고
친구의 실수도 이해로 안아 줄래요
어쩌다 생긴 미움은 어떡할까
사랑으로 사랑으로 안아 줄래요
꼭 안아 줄래요 따뜻한 마음으로
꼭 안아 주세요 포근한 마음으로
행복 꽃이 활짝
우리들 마음에 피어나게
꼭 안아 줄래요
내 친구를 꼭 안아 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