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라는 게 믿기지 않는 시원한 저녁 날씨다. 재작년엔가 엄청난 무더위를 경험하고 결혼 6년만에 에어컨을 구입했었다. 할부금도 할부금이지만, 전기세가 많이 나갈 것 같아 꾹 참았는데 집만 새 집이고, 너무 더워서 땅바닥에 붙어 사는 우리가 너무 힘겨워보였다. 그렇게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준 에어컨은 지금 켜는 일이 잘 없다. 물론, 본격적인 여름은 아직 시작도 안해보이지만 말이다.
간만에 늘어지는 주말을 보내고,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집을 나섰다. 이사 때문에 쌓였던 피로가 덜 풀려서인지 우리 부부는 종일 무기력했다. 그러다 집을 나섰는데, 웬걸, 바깥 날씨가 너무 좋다. 웬만해선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을 잘 안하는 나인데, 오늘은 놀러 가지 않은 게 좀 아쉬운 정도의 날씨였다. 뭐 코로나 때문에 멀리 가긴 힘들지만 말이다.
아쉬운 대로 집 근처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좀 걷기로 했다.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각종 맛집과 카페가 있어(이 이야기 어제 한 거 같은데..) 좋다. 어떻게 보면 외식을 자주 하게 되어 안좋다 느낄 수 있지만, 예전 집에서는 외출하려면 차를 끌고 나와야 해서 오히려 식후 산책이 번거로웠는데 지금은 그냥 걸어나오면 되니 좋다. 이래서 다들 입지 좋은 집을 찾아다니는 건가 싶다. 취향에 따라 상권 가까운 곳을 싫어할 수도 있지만(나도 별 상관 없다 생각했었다) 막상 집 주변에 편리한 상권이 있으니 참 좋다. '슬세권(슬리퍼 신고 나와서 다 해결할 수 있는)'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저녁 일정이 생각보다 타이트했다. 밥도 먹고, 낮에 못 마신 커피도 한 잔 했으며, 맡겨둔 빨래도 찾았고 장도 봤다. 이 모든 걸 3시간 만에 다 끝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나는 [한달 유튜브] 멤버분들과 온라인으로 얼굴을 보며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진짜 산책다운 산책을 하러 집을 나섰다. 지난 번 마주쳤던 '길냥이'를 다시 보게 되진 않을까 살짝 기대하면서.
아쉽게도 길냥이는 발견하지 못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새끼를 낳고 돌보면서 잘 숨어있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만나면 지난 번 못줬던 고급 사료라도 좀 주고 싶은데 말이다. 오늘은 길냥이 대신,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공원 부지를 둘러보게 됐다. 산책로 중간에서 항상 마주치는 곳이지만, 뭔가 많이 진행된 듯한 느낌에 사진도 찍어봤다. 원래는 대형 백화점이 들어올 부지였는데 이런 저런 사정이 겹쳐 지연됐다고 한다. 이 넓은 땅이 놀게 놔둘 순 없으니, 지자체 차원에서 도심공원처럼 꾸미게 된 것이다. 안그래도 녹지가 많은 신도시지만, 제일 큰 상권이 들어서는 중에 이런 곳까지 생겨나니 나중에 완성됐을 때의 모습이 사뭇 기대가 된다. 이곳도, 집에서 매우 가깝다. (입지와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길을 걸으며 마주친 보름달도, 구름과 어우러져 아름답게 느껴졌다. 날씨도, 배경도, 우리 부부의 마음도 모두 편안하게 어우러진 달밤의 산책이었다. 자주 산책하며 변해가는 집 주변과 성장하는 나의 멘탈을 가끔 기록해야겠다. 그나저나, 길냥이는 어디 갔나.. 보고 싶다..
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