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장 엄마가 설계한 의대생 아들의 '동기부여'
1. 겨울의 시장 바닥, 날 것의 생존을 마주하다
겨울 바람이 바닥을 핥고 있었습니다. 발끝이 바닥과 얼어 붙을 것 같은 날, 저는 아이의 손을 잡고 남대문 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엄마, 왜 여긴 왜?”아이의 표정에는 불만이 떠 있었습니다. 소위 중2병이라는 이름의 안개 속에서, 그 아이는 세상이 얼마나 거친지 아직 몰랐습니다. 모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외국계 지사장으로서 수많은 인재를 겪어본 결과, 세상에는 수만 가지 성공의 길이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남대문 시장의 칼바람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 또한 숭고하지만, 그 경쟁에서 이겨내는 것 역시 공부만큼이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아이가 직접 체감하길 바랐습니다.
시장 바닥은 차가웠습니다. 사람들은 뛰고 있었고, 누군가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고,누군가는 쉼 없이 손님을 불러 세웠습니다. “오늘 싸게 드릴께요 ! 보고 가세요!”그 목소리는 간절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이가 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꼭 공부하지 않아도 사회를 살아가며, 삶이 어떤 밀도의 차이를 가지고 살 수 있는지 말입니다.
한참을 그저 말없이 걷고 나서야, 우리는 시장을 빠져나왔습니다.
2. 인생의 첫 호텔 라운지, '동기부여'의 시각화
시장을 나와 우리가 간 곳은 서울의 최고급 호텔 라운지였습니다. 지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도 늘 절약이 몸에 배어 있던 저에게도, 아이에게도 그곳의 공기는 낯설었습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공기가 바뀌었습니다. 조용했습니다. 따뜻했고, 부드러웠습니다.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고, 직원들은 미소로 응답했습니다.
아이의 발걸음이 갑자기 느려졌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메뉴를 건넸습니다.
"마시고 싶은 것을 골라보렴."
아이의 시선이 메뉴판의 가격표 위에서 잠시 멈칫했습니다. 그 찰나의 흔들림은 아이가 마주한 '현실의 무게'(호텔음료의 한 잔 가격으로 인한..)였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까지도.
잠시 후, 아이 앞에 놓인 한 잔의 음료. 그건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 한 잔이 아이의 세계를 나눌 거라는 걸.
시장과 라운지. 같은 서울, 완전히 다른 삶.
3. 단 한마디의 질문: "넌 어떤 삶을 살고 싶니?"
화려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조심스럽게 주스를 마시는 아이에게 저는 군더더기 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너는 어떤 삶을 살고 싶니?” "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란다. 네가 어떤 공기를 마시며 살고 싶은지는 오직 네가 결정하는 거야." " 공부가 안맞으면 대학4년 등록금 줄께, 대학 가지말고 시장에서 장사로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못했을 수도 있지만, 제 말은 정말 진심이었습니다.)
칼바람을 맞으며 잔뜩 웅크리고 피곤해 보이던 중2 소년의 얼굴이, 따뜻한 호텔 라운지의 소파에 앉아 비로소 편안해졌습니다. 아이는 말을 아꼈지만, 그 깊은 눈빛은 수만 가지 생각을 지나 어떤 '결심'에 가닿아 있는 듯했습니다. 억지로 떠밀려 하는 공부가 아닌,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향한 자발적 선택이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배를 만들라고 강요하지 마라. 대신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주어라. 그러면 아이는 스스로 배를 만드는 법을 배울 것이다."
— 생텍쥐페리 (Antoine de Saint-Exupéry)
4. 결론: 유리멘탈을 깨는 것은 '현실의 자각'이다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공부하기 싫은 표정은 못 본 듯합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멘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설계되는 것이라는 점을.
보호해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보여줘야 강해진다는 걸.
아이의 눈이 바뀌는 순간은, 설명으로 오지 않습니다. 경험으로 옵니다.
리더십의 핵심은 "동기부여"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목표를 정한 아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습니다. 유리멘탈은 부모의 보호막 안에서 형성되지만, 강철 멘탈은 자신이 살고 싶은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때 만들어집니다.
유리멘탈은 부모의 품 안에서 만들어지고, 강철 멘탈은 스스로 선택한 미래에서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는 더 이상 유리멘탈이 아니었습니다. 의대라는 험난한 과정 속에서도 아이를 지탱한 것은 엄마의 잔소리가 아니라, 호텔 라운지에서 스스로 내린 그날의 결심이었습니다.
그날, 아이가 마신 것은 단순한 오렌지 주스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의 맛'이었고, 거친 시장 바닥의 추위를 이겨내고 도달해야 할 '목표의 온도'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묻습니다. 어떻게 아이를 의대에 보냈느냐고.
나의 대답은 늘 같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손에 펜을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가슴 속에 '어떤 공기를 마시며 살고 싶은가'에 대한 갈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리더십은 기업의 회의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작은 조직인 '가족' 안에서, 아이의 인생이라는 경영권을 아이에게 온전히 넘겨주는 것. 그것이 제가 지사장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배운 가장 값진 경영 수업이었습니다.
아이는 원래도... 결코... 약하지 않았나 봅니다. 보지 못했을 뿐입니다. 자신의 미래를.
이제 아이는 제가 보여준 작은 지도를 접고, 자신만의 광활한 바다를 향해 돛을 올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그 항해의 시작, ‘스스로 움직이는 엔진’을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브런치라는 낯선 공간에서 첫걸음을 떼다 보니, 이 브런치북 목차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제1화부터 7화까지의 기록들이 있습니다. ( 이 북에 넣는 방법을 아직 못찾았습니다... ) 작가의 프로필 옆 '글' 목록에서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서툰 시작의 기록들에도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덧붙여, 저와 함께 인생의 지도를 그려나가고 싶으시다면, 구독으로 응원해 주세요.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