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하는 엄마"를 그만두니, 아이들이 변했습니다

의대 합격보다 값진 것, '공동의 승리'라는 감각

by Reich 라이히

외국 바이어들과 피 말리는 가격 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늦은 저녁이었습니다.

수천억 원의 계약서와 씨름하며 소진된 몸으로 현관문을 열었을 때, 저를 맞이한 건 거실 가득 널브러진 장난감과 아이들의 어수선함 이였습니다.

순간 머릿속에 질문 하나가 스쳤습니다. '회사에는 나를 도와 목표를 향해 뛰는 유능한 팀원들이 있는데, 왜 집에는 나만 발을 동동 구르는 고립된 섬처럼 서 있을까?'"

​"그날 이후, 저는 결심했습니다. 집에서도 희생하는 엄마 대신, 아이들과 함께 뛰는 '리더'가 되기로 말이죠."

그리고 리더는,

"진정한 리더는 모든 일을 대신 해주는 구원자가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고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이다." 라는 걸 집에서도 해보자라고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저는 '무조건 희생하는 엄마'라는 굴레를 벗고, '인생'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함께 완수해 나가는 팀장이 되기로 선언했습니다.


​"엄마는 이 집의 가장이고, 너희는 학생이라는 커리어를 가진 팀원이야."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부터 저는 아이들의 눈을 맞추며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엄마는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일터에서 최선을 다할 거야. 엄마가 늦게 오거나 출장을 가는 건 내 역할에 책임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야. 너희는 학생이지? 그럼 너희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주렴. 우린 운명공동체라고...한 팀이니까."

​아이의 등 뒤에서 공부하라고 떠미는 대신, 저는 일터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취해내는 '프로의 뒷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엄마가 자기 일을 얼마나 뜨겁게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 헌신이 어떻게 우리 가족의 울타리를 단단하게 지탱하는지 아이들은 피부로 느끼며 자랐습니다


지시가 아닌 '동기부여'로 움직이는 아이들

​회사에서도 지시만 받는 직원은 수동적인 부품에 머뭅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수학 문제 풀어라", "학원 가라"는 잔소리 대신, 아이들이 '우리 팀의 핵심 일원'으로서 기여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심어주려 노력했습니다.

​엄마가 바쁜 날이면 아이들은 스스로 끼니를 챙기고 숙제를 끝내두었습니다. 그것이 단순히 엄마를 돕는 일을 넘어, 팀원으로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는 과정임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입시라는 긴 터널을 지날 때도 이 '팀워크'는 빛을 발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공부는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한 '효도'가 아니라, 자기 인생의 주관자로서 마땅히 해내야 할 '프로젝트'였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아름다운 우리의 승리

이것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성공이 아닌, 우리 팀이 함께 일궈낸 '공동의 승리'입니다.

​두 아이가 의대에 합격했을 때, 우리 가족은 함께 환호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공부 잘하는 아이'의 개인적인 성공이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 팀원들이 함께 일궈낸 공동의 승리였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엄마가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너희의 자리에서 든든하게 버텨줘서 정말 고마워."

​아이들 역시 제게 말해주었습니다.

"엄마가 치열하게 일하는 모습이 우리에겐 그 어떤 교과서보다 큰 자극이었어요."


혼자서는 우리는 거의 할 수 없지만, 함께라면 우리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 헬렌 켈러


​워킹맘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

​워킹맘 여러분, 아이에게 미안해하며 고개를 숙이지 마세요. 여러분이 일터에서 흘리는 땀방울은 아이들에게 세상 그 어떤 지침서보다 값진 '책임감의 교본'이 됩니다.

​당당하게 말씀하세요. "우리는 한 팀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멋지게 해내 보자"라고 말입니다.

​오늘 당신은 아이에게 '미안한 엄마'였나요, 아니면 '자랑스러운 파트너'였나요? 아이를 믿고 당신의 당당한 뒷모습을 보여주세요.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근사한 팀원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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